
중국의 AI 스타트업 문샷AI가 공개한 매개변수(파라미터) 2조8000억개 규모의 ‘키미 K3’는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중국의 개방형 AI 모델과 미국의 최상위 모델의 성능 격차가 6∼9개월에서 2∼3개월로 좁혀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최근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을 AI 2위권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앤스로픽, 오픈AI를 비롯해 중국의 문샷AI, 알리바바까지 미·중 주도의 거대 파라미터 경쟁 속에서 100B~500B(1000억~5000억 매개변수) 규모의 한국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이 설 자리는 어디일까.
최병호 고려대 휴먼 인스파이어드 AI연구원 연구교수는 2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누가 더 많은 범용 지식을 가졌는가’에서 ‘어떤 모델이 실질적인 도입 비용이 저렴하고, 특정 산업의 문제를 잘 풀며, 안보적으로 안전한가’로 바뀌어야 한다”며 비용, 데이터, 안전, 폼팩터를 아우르는 ‘4대 비대칭 전략’을 제시했다.
먼저 최 교수는 “K3를 구동하려면 엔비디아 등 고가의 외산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러스터가 필수적이며 천문학적인 전력 및 유지 비용이 불가피하다”며 “독파모 모델을 신경망처리장치(NPU), 프로세싱 인 메모리(PIM) 등 국산 AI 칩과 풀스택 수직 통합(Co-design)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파모 모델이 퓨리오사AI, 리벨리온, 사피온 등의 국내 AI 반도체와 완벽하게 맞물리도록 최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이를 통해 K3에 근접한 성능을 보이면서도 추론 서버 비용과 전력 소모를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인 초고효율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고 봤다. 벤치마크 점수보다 실질적 투자대비효과(ROI)를 중시하는 글로벌 B2B 기업에도 확실한 유인책이 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최 교수는 “K3는 고도화된 특수 산업 데이터가 부재하다”며 “한국이 세계 1위 패권을 쥔 메모리 반도체 공정 수율 데이터, 이차전지 소재 배합, K-방산 무기 체계, 조선·해양 플랜트 설계 등 4대 핵심 첨단 산업 폐쇄망에 있는 데이터를 독점 학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파모 모델을 공장에 적용 가능한 초정밀 스페셜리스트 에이전트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안전 전략’이다. K3는 중국발(發) 기술이라는 치명적인 보안 리스크를 안고 있어 글로벌 기업의 핵심 인프라에 도입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 교수는 “비교적 가벼운 체급을 무기로 외부 인터넷 연결 없이 기업 및 국가 내부망에서 100% 안전하게 돌아가는 ‘완전 폐쇄형 온프레미스’ 전용으로 패키징할 것”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미국·유럽·중동·일본의 국방, 금융, 전력 인프라 등 1급 보안 시장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는 K3를 원천 배제시키고, 미국의 데이터 독점과 중국의 안보 위협을 동시에 피할 수 있는 ‘대안 AI’로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최 교수는 “독파모 모델을 경량화해 한국이 선도하는 하드웨어 기기 내부의 칩셋에 기본 ‘뇌(Brain)’로 직접 탑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규모가 큰 K3는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내부에 직접 들어갈 수 없고 통신 지연이 발생하는 막대한 클라우드를 거쳐야 한다. 반면 독파모 모델을 삼성 갤럭시, LG 스마트 가전, 현대자동차 SDV 차량, 두산 로봇 등에 탑재하면 ‘지연 시간 제로, 클라우드 서버 비용 제로, 오프라인 작동 보장’을 무기로 내세울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