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중인데 당장 매출 내라니”⋯코스닥 500여곳 줄상폐 위기 [시총 200억 데드라인의 역설-①]

입력 2026-07-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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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폐지 개혁방안 적용 시 퇴출 해당 기업 수 전망.
▲상장폐지 개혁방안 적용 시 퇴출 해당 기업 수 전망.

상장폐지 기준이 대폭 강화되면서 코스닥 시장에 '시가총액의 덫'이 드리우고 있다. 이달부터 상향된 새 기준을 적용하면 당장 코스닥 상장사 257곳이 상장폐지 위험권에 들어간 것으로 집계됐다. 요건이 단계적으로 강화되는 2029년에는 최대 495곳까지 늘어난다. 업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정량 지표 탓에,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갖춘 유망 기업마저 단기 실적 부진을 이유로 퇴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본지가 한국거래소와 나이스평가정보의 코스닥 상장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상장폐지의 정량 요건(시가총액·동전주·매출액)을 적용 시 이달부터 당장 257개사가 상장폐지 위험군에 놓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 요건별로 들여다보면 △시가총액 200억원 미만 144곳 △동전주 149곳 △연 매출 30억원 미만(시총 600억원 미만 기업 중) 17곳으로 집계됐다.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은 이달 1일부터 시가총액·주가·재무건전성·공시를 축으로 한 '4대 요건'을 부실기업 퇴출 기준으로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코스닥 시가총액 유지 기준을 1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올렸고, 2027년에는 300억원까지 상향한다. 주가가 1000원에 못 미치는 '동전주' 퇴출 요건도 신설했다. 기존에 적용하던 '매출액 30억원' 기준 역시 2027년 50억원, 2028년 75억원, 2029년 100억원으로 순차적으로 상향한다. 규정 중 단 하나라도 미달하면 즉시 상장폐지(형식적 요건)되거나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는 강력한 압박 구조다.

상장폐지 절차도 한층 빨라졌다. 관리종목 지정 후 90거래일 중 '연속 45거래일' 동안 기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즉시 상장폐지 수순을 밟는다. 실질심사 기업에 주어지던 개선기간 역시 최대 1.5년에서 1년으로 단축됐다.

향후 퇴출 요건이 단계적으로 높아짐에 따라 상폐 위험군 규모는 더욱 가파르게 불어날 전망이다. 시뮬레이션 결과 △2027년 474곳 △2028년 485곳 △2029년 495곳 등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분석은 28일 종가와 2025년 결산 실적을 기준으로 진행했으며, 우선주와 매출 미공시 기업은 제외했다.

바이오·딥테크 직격탄…기술특례 취지와 '정책적 모순'

시장의 우려가 가장 집중되는 영역은 바이오 및 딥테크(첨단 기술) 분야다. 긴 임상시험과 대규모 연구개발(R&D) 기간이 필수적인 업종 특성상, 단기간 내 매출을 창출하거나 시가총액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5년 당장 매출이 없어도 기술력과 성장성을 평가해 증시 입성을 돕는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상장 유지와 퇴출 단계에서는 이런 기술적 가치와 잠재력을 배제한 채 시가총액과 매출액만으로 옥석을 가리는 것은 제도 취지와 충돌하는 '정책적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식병합 등 부작용 속출…소액주주·기업 유동성 피해 우려

전문가들은 소형주·기술성장형 기업들이 커트라인을 맞추기 위해 꼼수 주가 부양에 나서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본, 시가총액, 주가와 관련된 요건들은 기업이 인위적·일시적으로 자본총계를 늘리거나 주가를 부양하려는 시도를 통해 방어 또는 회피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주식병합 건수는 유가증권·코스닥 양 시장 모두에서 최근 2개 연도보다 크게 늘었다. 동전주가 많이 포진된 코스닥시장의 증가폭이 유가증권시장보다 약 4배 컸다. 동전주 요건을 회피하려는 목적의 주식병합이 급증했다는 평가다.

엄 연구원은 "상장 유지 요건을 까다롭게 할 경우 성장 잠재력이 준수하고 평상시 수익 창출력이 건실한 기업도 일시적 업황 악화나 천재지변으로 재무상태나 시가총액이 잠시 훼손돼 퇴출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가 하락과 환금성 상실로 소액주주가 직접 피해를 입을 수 있고, 공급업체·채권자 등이 일제히 대금 지급과 자금 상환을 요구하면서 단기간에 기업 유동성이 악화되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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