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히드도 VC처럼 뛴다⋯방산공룡들, 스타트업 투자 역대 최대

입력 2026-07-2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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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VC 투자 41억달러
방산업계 전체 거래도 사상 최대 전망
첨단 전장기술 선점 경쟁 치열

▲드론과 군인 (게티이미지뱅크)
▲드론과 군인 (게티이미지뱅크)

세계 주요 방위산업체들이 올해 방산 스타트업에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드론과 AI, 자율무기가 전장의 승패를 좌우하는 등 현대전 양상이 급변하면서 미래 기술 선점에 나선 것이다. 전통적인 무기 제조업체였던 방산 대기업들이 이제는 벤처캐피털(VC)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인용한 딜룸에 따르면 록히드마틴ㆍBAE시스템스 등 서방 정부 및 군과 오랜 관계를 맺어온 이른바 주요 방산업체들은 올해 들어 현재까지 총 41억달러(약 6조원) 규모의 벤처캐피털 투자 라운드에 참여했다.

항공우주·방산 분야를 담당하는 투자은행 PJT의 그웬 비용 파트너는 “최근 전쟁들은 기존의 검증된 플랫폼과 새로운 파괴적 기술이 공존하는 현대전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방산 기술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며 “방산 대기업들은 이러한 기술들에 대한 접근성을 확실히 확보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는 최근 영국 판버러에서 열린 세계 최대 항공우주·방산 전시회에서도 확인됐다. 올해 전시회 참가업체 1636곳 가운데 절반 가량이 방산 분야 기업으로 과거 민간 항공우주 기업이 주류를 이뤘던 것과 대조를 이뤘다.

최신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전시회에 참가한 방산 기술 스타트업들은 은행과 잠재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으며 여기에는 세계 최대 방산업체들도 포함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을 비롯한 최근 전쟁들을 계기로 각국 정부는 군사비 지출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은 요격 미사일부터 자율 드론에 이르기까지 더 빠르고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무기의 필요성을 부각했다.

딜로직에 따르면 인수합병(M&A)과 투자 라운드를 포함한 올해 전 세계 방산 관련 거래 규모는 이미 4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에 연간 기준 역대 최대였던 2019년의 590억달러를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대 방산업체들은 정부의 국방비 확대와 방산 산업의 급격한 변화에 힘입어 성장하는 기술 중심의 민첩한 경쟁자들과 점점 더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방산 대기업들은 연구개발(R&D) 활동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동시에 잠재적으로 수익성 높은 기술을 초기 단계에서 확보하기 위해 벤처캐피털 펀드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딜룸에 따르면 올해 방산·보안 스타트업들이 조달한 자금은 현재까지 총 398억달러에 달했다. FT는 “과거에는 전투기, 군함, 소형 화기 등 핵심 시장에 집중할 수 있었던 주요 방산업체들도 이제는 벤처캐피털 투자자처럼 사고방식을 바꾸며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프랑스의 방산 기술업체 탈레스는 6일 해양 로보틱스 및 항법 회사인 엑세일테크놀로지스를 39억유로에 인수하기로 했다. 탈레스는 프랑스의 동종 기업인 사프란과의 경쟁 끝에 이 계약을 성사시켰다. 같은 날 록히드마틴은 탈레스 등을 포함한 경쟁사들을 제치고 사모펀드 어드벤트로부터 해군 기술업체 울트라 마리타임을 34억5000만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FT는 이 같은 인수 경쟁은 대형 방산기업들이 대규모 투자 라운드 참여는 물론 M&A를 통해서도 방산 기술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려는 의지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활발한 움직임은 판버러 에어쇼의 금융권 참석 규모에서도 나타났다. 행사 주최 측에 따르면 투자자, 은행, 펀드 등 350개 기관에서 650명이 넘는 금융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또 이달 초 독일 드론 업체 퀀텀시스템스는 유럽 항공우주·방산기업 에어버스 등을 투자자로 유치하며 약 80억달러의 기업가치로 12억달러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 영국 해양 방산업체 크라켄 테크놀로지는 9일 독일 대형 방산업체인 라인메탈 등의 투자를 받아 1억7500만 달러 규모의 펀딩을 발표하며 이른바 유니콘 기업 가치인 10억달러를 달성했다.

영국 BAE시스템스는 최근 유럽의 대표적인 방산 스타트업 투자사인 레이크스타와 익스페디션스가 운용하는 두 개 펀드에 총 5000만유로를 투자하기로 했다. 록히드마틴도 지난주 영국과 유럽의 방산 기술 스타트업에 최소 1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자사의 스타트업 투자 조직 규모를 기존 4억달러에서 10억달러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에 이은 조치다.

록히드마틴의 프랭크 세인트 존 최고운영책임자(COO)는 FT에 “유럽에는 아직 활용되지 않은 방산 기술 역량이 존재한다”며 “록히드마틴은 그 정원에 물을 주고 무엇이 자라나는지 지켜보고 싶다”고 밝혔다. 또 “이 펀드를 통해 스타트업과 자사 엔지니어들을 연결해 그들의 기술을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항공우주·방산기업 에어버스는 우크라이나의 스카이폴, 에스토니아 미사일 제조업체 프랑켄버그테크놀로지스 등 여러 방산 기술 스타트업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에어버스의 안드레아스 라이네케 방산 디지털·사이버 부문 영업 책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한 최근 분쟁은 현대전에서 기술 변화의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를 보여줬다”면서 “에어버스로서는 급격한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 더 작고 기민한 플레이어들과 실행 가능한 파트너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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