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박덕배의 금융의 창] 시장은 집값보다 정책신뢰를 먼저 본다

입력 2026-07-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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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가격 변동보다 방향성 주시해
공급 시차 길수록 예측 가능성 중요
강력한 대책 前 일관성 유지가 관건

최근 정부는 공공택지 개발과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등 공급 확대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의 집값이 다시 상승세를 보이면서 공급 확대를 둘러싼 논의도 한층 활발해지고 있다. 정책마다 해법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정책을 선택하든 시장이 먼저 보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다.

경제학에는 ‘거미집이론(Cobweb Theory)’이 있다. 공급에 시간이 걸리는 시장에서는 현재의 가격을 보고 생산을 늘리지만, 실제 공급이 이루어질 무렵에는 시장 여건이 이미 달라져 오히려 가격 변동이 확대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농산물 시장을 설명하는 이론이지만 공급 시차가 긴 주택시장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오늘의 집값만 보고 공급을 결정하면 정작 주택이 완공될 무렵에는 시장 상황이 달라져 또 다른 불균형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성공했고 실패했는지를 단순히 집값 상승률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부동산시장은 금리와 경기, 인구구조, 가계부채, 글로벌 금융환경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다. 정책 효과 역시 상당한 시차를 두고 나타나므로 특정 정부의 성과를 집값만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문제는 무엇일까. 필자는 정책의 방향보다 정책의 지속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주택은 계획에서 입주까지 수년이 걸리는 대표적인 장기 상품이다. 민간 건설업체도 향후 수년간의 시장을 전망하며 사업을 추진하고, 실수요자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 집 마련을 결정한다. 반면 정책은 시장 상황이나 정권 교체에 따라 비교적 짧은 주기로 수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주택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공급해야 하지만 정책은 단기적인 시장 변화에 따라 자주 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학에서 정책의 효과는 내용만큼이나 신뢰성(credibility)이 중요하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 핀 키들랜드(Finn Kydland)와 에드워드 프레스콧(Edward Prescott)은 정부가 장기적으로 약속한 정책이라도 상황 변화에 따라 반복적으로 수정하면 시장은 결국 그 약속을 신뢰하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책의 효과는 발표보다 시장의 신뢰에서 나온다.

부동산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급 확대를 발표하더라도 시장이 정책의 지속성을 믿지 않는다면 기대는 달라지지 않는다. 반대로 정책의 방향이 일관되고 예측 가능하다면 시장은 단기적인 가격 변화보다 장기적인 정책 신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앞으로의 주택시장은 저출산·고령화, 1~2인 가구 증가, 수도권 집중 등 구조적 변화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가능성이 높다. 공급정책도 현재의 집값보다 이러한 변화를 내다보는 장기적 안목 위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미래 수요를 읽지 못한 공급정책은 또 다른 ‘정책의 거미집’을 만들 수 있다. 부동산정책의 목표는 시장을 놀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앞으로의 정책을 예측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공급 확대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이 장기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신뢰를 시장에 심어주는 일이다.

어느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부동산정책의 큰 원칙은 쉽게 흔들려서는 안 된다. 시장 상황에 따라 세부 정책은 조정할 수 있지만, 공급 시차가 긴 주택시장일수록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은 유지되어야 한다. 좋은 정책은 강한 정책이 아니라 시장이 믿을 수 있는 정책이다. 결국 부동산정책의 성패는 어떤 대책을 내놓았느냐보다 시장이 믿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을 만큼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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