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험성평가 제도는 그 자체로 보면 어느 나라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잘 준비된 제도다. 사업주가 스스로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찾아내고, 그 위험성이 허용 가능한 수준인지를 결정한 뒤 개선대책을 수립·이행하라는 것이 핵심이다. 많은 나라들에서 이런 예방활동을 규정하고 실제 사업장에서 운영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많은 산업현장에서는 여전히 서류 한 장 만들어 두는 절차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위험성평가표는 있지만 실제 작업자가 참여하지 않고, 개선대책은 적혀 있지만 현장은 그대로인 경우도 많았다.
제도가 정착하지 못한 데에는 법규의 미비함도 있었다. 사업장의 어려움을 이유로 제도 도입 후에도 십수년간 말만 강제지 미실시, 미이행에 대한 어떠한 제재조치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 2026년 6월 1일 법 개정으로 위험성평가 제도가 강화되었고, 위험성평가 미실시 등에 대한 과태료 부과도 확정되었다.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건설공사는 2027년 1월 1일부터, 그 미만 사업장은 2028년 1월 1일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중요한 것은 과태료 부과가 아니다. 위험성평가가 더 이상 권고나 캠페인의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으로는 안전관리 서류 구비를 넘어 작업자가 실제로 느끼는 위험을 묻고, 개선 가능한 조치를 정하고, 그 결과를 기록해야 한다. 위험성평가는 책상 위에서 완성되는 문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신동헌 에이플노무법인 대표노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