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 구축에는 총 7000억달러 이상 투자
경영판단 실패, AI 탓으로 돌려 비판도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기업 공시와 전직지원업체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국 기술기업이 올해 들어 감축했거나 감축하겠다고 발표한 일자리는 약 14만 개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감원 발표의 3분의 1 이상을 기술업계가 차지했다.
아마존과 오라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4개사의 감원 규모만 약 5만 명에 달했다. 이는 이들 기업 전체 사무직 인력의 약 6%에 해당한다. 기술기업들은 코로나19 확산 당시 디지털 서비스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해 대규모 채용에 나섰지만 이후 수요가 정상화하자 인력 조정을 이어왔다.
감원과 달리 AI 관련 투자는 빠르게 늘었다. 아마존과 알파벳, 메타, MS 등 4대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운영업체)의 올해 데이터센터 설비투자 전망치는 총 7250억달러(약 1060조원)에 이른다. 오라클도 오픈AI 등 고객사에 서비스를 제공할 데이터센터에 700억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리시 잘루리아 RBC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이 과거 과잉채용을 바로잡는 동시에 AI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려 한다”며 “돈은 어딘가에서 나와야 한다”고 분석했다.
오라클은 2026회계연도 말 직원 수를 1년 전보다 2만1000명 줄였다. AI 투자 확대에 따른 현금흐름 악화로 재무 부담이 커지자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달 오라클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낮췄다. MS도 이달 게임사업 재편 과정에서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3년 만에 엑스박스 부문을 중심으로 4800명을 감원했다.
일부 기업은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향상을 감원 이유로 내세웠다. 챌린저에 따르면 2023년 5월 이후 AI와 연관된 것으로 발표된 기업 감원은 약 17만 명이다. 결제업체 블록은 5월 전체 직원 약 1만명 가운데 절반가량을 줄이며 AI가 필요한 인력 규모를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AI발 감원’이라는 기업들의 설명에 과장이 섞였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엔리코 모레티 UC버클리 교수는 “AI로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말하는 것은 과잉채용을 인정하는 것보다 경영진에게 쉬운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FT 분석에 따르면 AI를 감원 요인으로 지목한 기업의 주가는 발표 후 30거래일 동안 나스닥지수보다 약 10%포인트(p)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다른 이유를 제시한 기업의 격차는 약 4%p였다. 아마존과 MS 등은 최근 AI 도입이 감원의 직접적인 배경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AI 업계 전체의 고용이 감소한 것은 아니다. 오픈AI와 앤스로픽 등 AI 전문기업은 빠르게 인력을 늘리는 추세다. 모레티 교수는 “AI 분야의 고용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며 “기술기업들이 줄이는 것은 AI 이외의 인력”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