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메모리 허용 놓고 애플·마이크론 로비전⋯트럼프 ‘딜레마’

입력 2026-07-26 12:40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애플 “중국 메모리 허용해야 가격 인하”
마이크론 “미국 반도체 산업 붕괴” 맞불
트럼프 ‘물가안정 vs 반도체 육성’ 선택 기로
한국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영향권

▲(사진=AI 생성)
▲(사진=AI 생성)

아이폰 제조사 애플이 중국산 메모리 사용을 허가해 달라고 공격적인 로비를 벌이는 데 대응해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애플 전문 매체 애플인사이더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양측은 각각 ‘미국 소비자 물가 인하’와 ‘국내 반도체 생산 확대’를 명분으로 맞섰다. 미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의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쉽지 않은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한 소식통은 WSJ에 팀 쿡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애플 주요 임원들이 최근 몇 주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등을 만나 미국 밖에서 판매되는 애플 제품에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의 메모리칩 사용을 허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애플은 이러한 조치가 전 세계적인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을 완화하고 궁극적으로 미국 소비자들의 제품 가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미국의 유일한 대형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인 마이크론의 산제이 메흐로트라 CEO를 비롯한 경영진은 러트닉 장관 등 행정부 관계자들에게 애플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말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중국산 메모리 칩을 미국 이외 지역에서 판매되는 애플 제품에만 허용하더라도 중국 기업들이 과거 미국 철강산업과 제조업 공장을 쇠퇴시킨 것과 같은 방식으로 미국 메모리 산업도 붕괴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이크론 경영진은 자국 내 공장을 더 빠르게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면 현재의 메모리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아이다호주 보이시에서 건설 중인 마이크론 반도체 공장에는 ‘미국에서 만든 메모리 2026년 출시’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마이크론은 더 나아가 애플 제품을 포함한 소비자 전자기기의 가격 인상은 메모리 가격 상승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마이크론은 애플을 비롯한 여러 기업들이 경기 침체기에 칩 공급업체들을 압박했고, 이것이 현재의 공급 부족 사태를 초래하는 토대가 됐다는 입장이다.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구매업체 가운데 하나인 애플은 수년 동안 자사 기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 가격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마이크론과 다른 공급업체들을 지속적으로 압박해왔다. 당시에는 메모리 업체들은 생산시설을 최대 가동률로 운영하기 위해 애플의 대규모 주문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 같은 가격 협상이 매우 치열하게 진행되면서 양측 간 감정의 골도 깊어졌다. 메흐로트라 CEO는 마이크론에 합류하기 전 칩 업체 샌디스크를 이끌었는데 당시 그는 애플에 대한 반감이 매우 커 회사 간의 직접 만남도 거의 갖지 않았다고 관계자들은 WSJ에 전했다. 이러한 앙금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AI 혁명으로 인한 칩 수요 폭증은 이러한 힘의 균형을 뒤바꿨고, 메흐로트라 CEO에게 더 큰 협상력을 안겨줬다.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빅테크 업체들이 더 높은 가격에 대량의 메모리를 구매하면서 애플의 협상력이 약화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메모리 가격은 지난 1년 동안 4배 가까이 상승했으며 앞으로도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 메모리 생산업체들의 주가도 큰 폭으로 뛰었다.

애플은 마이크론의 주장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애플은 현재 80%를 넘어선 마이크론의 매출총이익률이 사실상 가격 폭리의 증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마이크론이 칩 공급 확대를 위한 재투자를 충분히 하지 않고 있으며, 새로 늘어나는 생산능력도 대부분 AI 고객에게 우선 배정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WSJ는 “이번 로비전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제정책의 핵심 우선순위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하나는 미국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품 가격 하락이고 다른 하나는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라고 짚었다.

양사는 모두 강력한 대정부 로비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미국 내 투자 확대와 반도체 생산 증대를 위한 행정부 목표와 관련해 팀 쿡 CEO와 메흐로트라 CEO와 정기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한국의 메모리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애플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일정 부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애플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주요 메모리 고객사 중 하나인 만큼 미국 이외 시장에서라도 중국산 메모리를 채택하면 한국 업체들의 애플향 물량 일부가 중국 업체로 대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단기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중국 메모리 업체들은 첨단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크게 뒤처져 있어 대체 대상은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일부 제품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중국 업체들의 공급 확대가 현실화하면 메모리 가격 상승세를 일부 완화해 업계 전반의 수익성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AI 수도’ 총집결한 K기업…엔비디아와 미래 생태계 판 짠다
  • 이재용, 오픈AI 본사서 샘 올트먼 회동…AI·반도체 협력 논의
  • AI 패권의 심장부, 실리콘밸리…K기업이 몰리는 이유
  • "AI는 안경으로 향한다"…삼성, '인텔리전트 아이웨어'로 모바일 다음 시대 연다 [언팩 2026]
  • 8월 제조업 경기 둔화 전망⋯반도체 '맑음' 車·철강 '흐림'
  • 美, 이란 공습 중단했지만⋯홍해·카스피해로 확전 조짐
  • 게임스컴서 신작 공개 나서는 K게임…글로벌 흥행 시험대
  • 레버리지 규제 초읽기…증시 변동성 시험대
  • 오늘의 상승종목

  • 07.24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4,311,000
    • +0.61%
    • 이더리움
    • 2,757,000
    • +1.36%
    • 비트코인 캐시
    • 308,400
    • +0%
    • 리플
    • 1,608
    • +0.75%
    • 솔라나
    • 109,900
    • +1.57%
    • 에이다
    • 242
    • +2.11%
    • 트론
    • 486
    • +0.41%
    • 스텔라루멘
    • 261
    • +0.38%
    • 비트코인에스브이
    • 19,310
    • +0.21%
    • 체인링크
    • 12,330
    • +1.31%
    • 샌드박스
    • 66.4
    • +1.86%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