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시설 확충에 7조원 투자 구상…마스가 자금의 조속한 집행도 관건

한화 필리조선소가 미국 미사일방어청의 해상 미사일시험계측선(MRIV) 2척을 건조하며 상선 중심 조선소에서 미국 국가안보 관련 선박을 만드는 조선소로 보폭을 넓힌다. 계약 규모도 크지만, 미국 정부가 한화 필리조선소에 기존 훈련선보다 복잡한 특수목적선 건조를 맡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교통부 해사청은 지난 17일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MRIV 건조계약 체결을 공식 발표했다. 한화 필리조선소가 선박 건조를 맡고 토트서비스가 건조관리자(VCM)로서 일정과 비용을 관리한다. ‘골든 디펜더’로 불리는 선박은 2030년부터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한화는 구체적인 계약금액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 현지 언론은 미국 정부가 MRIV 2척 건조에 약 20억달러, 한화로는 약 3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MRIV는 미사일 비행시험 과정에서 궤적을 추적하고 원격측정 자료를 수집해 통신과 시험 결과 분석을 지원한다. 미 해군이 발주한 전투함은 아니지만 미국의 차세대 미사일방어체계 ‘골든돔’을 지원하는 국가안보 목적 선박이다. 일반 상선이나 해양대 훈련선보다 고도화된 레이더·계측·통신체계 운용을 전제로 한다.
선체는 한화 필리조선소가 건조해 온 국가안보 다목적선박(NSMV)을 기반으로 한다. 기존 선형과 생산라인, 인력과 공급망을 활용하면서 상부에 미사일시험 지원 장비를 탑재하는 방식이다. 한화 필리조선소는 NSMV 5척 가운데 3척을 인도하고 2척을 건조 중이어서 검증된 생산 경험을 MRIV에 적용할 수 있다.
이번 수주는 한화 필리조선소가 군함에 한 단계 더 가까이 다가갔다는 신호다. 한국 기업이 소유하고 있지만 미국 내 조선소에서 현지 인력이 건조하는 만큼, 한국에서 미 군함을 직접 건조할 때 필요한 법 개정과 정치적 부담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미국 입장에서는 자국 조선소에 일감을 주면서 부족한 함정 건조능력을 보완할 수 있는 구조다.
한화 필리조선소가 지난 5월 시설보안책임자(FSO) 채용에 나선 것도 향후 미 해군 및 기밀 국방사업 참여를 위한 준비로 풀이된다. 다만 MRIV는 미 해사청을 통해 발주된 선박으로 시설보안인가(FCL)가 당장 필요한 사업은 아니다. 한화 측은 아직 FCL을 신청하지 않았지만 향후 군함 발주 일정에 맞춰 신청할 계획이다.
관건은 후속 일감을 감당할 생산능력이다. 한화는 필리조선소의 도크와 안벽, 생산설비를 확충하기 위해 약 7조원 규모의 추가 투자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자체 투자에 더해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 관련 자금이 조속히 집행되면 생산량 확대와 스마트야드 전환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MRIV를 예정된 일정과 예산 안에서 인도할 경우 차세대 군수지원함과 미사일방어 지원함, 각종 특수목적선 등 후속 사업 참여에 유리한 실적이 될 것으로 본다. 미국 국방 조달시장은 첫 진입 장벽이 높은 대신 공급망에 들어가 납기와 품질을 입증하면 반복 수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현재는 기존 계약 호선의 조속한 인도와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춰 야드를 운영하고 있다”며 “건조 역량 확보 및 수주 기회 발생 시점을 복합적으로 분석해 필요한 보안인증을 적시에 획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