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 방위산업은 방산 비리에 따른 국민적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당시 공식 집계된 한 해 평균 방위사업청과 방산업체 간 소송 현황은 민사소송 220여 건, 행정소송 120여 건이 넘었다.
하지만, 방산비리 수사 사건의 무죄율은 일반 형사소송의 약 17배 가까이 되었다는 점은 의미있게 들여다볼 만하다. 특히 방산비리 홍역을 앓았던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검찰이 주요 방산비리 관련 사건으로 구속 기소했던 인원 중 2심 재판에서 무려 50%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일본은 형사소송에서 무죄율이 0.3%에 그치고, 국내에서도 형사소송 무죄율이 3% 수준에 불과하다. 방산비리 관련 사건에서의 50% 무죄율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임을 알 수 있다.
국내 방산업계 환경과 여건상 방산업체들이 우월적 지위를 지닌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정당한 이익을 주장하기가 쉽지 않다. 상장사로서의 방산업체는 부당한 정부의 갑질로 인하여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는 사안을 묵과할 경우 경영자는 배임 혐의가 적용된다. 따라서 불가피하게 방위사업청과 법적 소송전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분쟁에 따른 불필요한 소송비용도 대폭 절감할 뿐만 아니라 3심제인 법정소송과는 다르게 단심제가 적용되는 중재를 선택한다면 정부와 방산업체 간 심화되는 불신과 갈등을 완화하는 등 이점이 많다. 특히, 방산업체 입장에서는 중재 판정이 소송과 달리 공개되지 않아 기업의 비밀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방위사업청은 소송에 비해 중재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업무 부담을 느끼는 데다 전통적으로 소송을 원칙으로 하고, 조정은 법적 구속력이 없으므로 선호하지 않고 있다. 정부의 조정 및 중재 제도 초기부터 이미 방산업계에서 우려했듯이 방위사업청을 당사자로 하는 조정 건수는 처음 도입 시행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2건에 불과했고, 중재 건수는 최근 5년간 2건에 그쳤다.
조정과 중재 제도는 기존 소송보다 상대적으로 기간을 줄이고 비용 측면에 있어 절감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 하지만 이처럼 조정과 중재 제도가 수월함에도 현실적으로 외면받는 데는 무엇보다도 전문가 자체가 극히 희소하다는 점이 큰 문제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국가계약분쟁조정위원회 민간위원과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중 특수한 방위산업과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무기체계 획득 및 조달의 특성을 실무적으로나 학문적으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들 자원의 육성 및 확보가 시급한 형편인 셈이다.
앞으로 방위산업 관련 실질적인 분쟁 해소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음으로써 치열한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경쟁우위 확보로 방산 수출을 도모할 수 있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