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 걷어내고 펫산업 심는다…합천서 첫 ‘농촌 공간재편’ 실험

입력 2026-07-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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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군, 전국 최초 농촌특화지구 2곳 지정
노후 계사 철거해 마을숲 조성…펫푸드·워케이션·산책길 연계
법 시행 2년여 만에 첫 현장 적용…전국 139개 시·군 확산 시험대
정부 사업 우선 연계…재원·운영주체 구체화가 성패 가를 듯

▲경남 합천군 농촌특화지구 조성 종합 사업 계획도 (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
▲경남 합천군 농촌특화지구 조성 종합 사업 계획도 (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

농촌 마을 안에 뒤섞인 주거·축산·산업 기능을 나눠 정비·육성하는 농촌 공간재편이 경남 합천에서 처음 시작된다. 주민 생활환경을 해치던 노후 계사를 걷어내고 이 일대에는 반려동물 산업과 숙박·워케이션, 산책길을 묶어 방문객과 소비를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1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합천군은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농촌융복합산업지구와 농촌마을보호지구를 각각 1곳 지정했다. 농촌특화지구가 실제 지정된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합천군은 올해 2월 농촌공간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특화지구 지정까지 마쳤다.

농촌특화지구는 주거와 산업, 축산, 경관 등 농촌의 여러 기능이 무질서하게 섞이면서 발생하는 난개발을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특정 기능을 한곳에 모아 육성하거나 생활환경을 저해하는 시설을 정비하는 농촌 맞춤형 공간관리제도다.

2024년 3월 농촌공간재구조화법이 시행되면서 농촌을 포함한 전국 139개 시·군은 10년 단위 농촌공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특화지구는 농촌마을보호지구와 농촌산업지구, 축산지구, 농촌융복합산업지구, 재생에너지지구, 경관농업지구, 농업유산지구, 특성화농업지구 등 8개 유형으로 나뉜다. 합천은 이 가운데 주민 정주환경 개선과 지역 산업 육성을 위한 두 유형을 동시에 지정했다.

산업 육성의 중심에는 합천군 평구리의 기존 반려동물 테마파크 ‘멍스테이’가 있다. 합천군은 멍스테이와 연계해 펫아카데미와 펫푸드 제조·가공 체험시설, 반려견 동반 워케이션 공간 등을 갖춘 ‘펫-웰니스 상생플랫폼’을 조성할 계획이다.

한우와 고구마 등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펫푸드도 생산·판매한다. 방문객이 시설 안에서만 머무르지 않도록 마을과 이어지는 ‘안심 댕댕이길’을 만들고 주변 카페와 식당에서 소비가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단순한 반려동물 관광시설을 넘어 농산물 가공과 체류형 관광, 지역 상권을 하나의 공간에 묶겠다는 구상이다.

마을보호지구에서는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저해하던 ‘낡은 닭 사육시설(노후 계사)’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주민과 방문객이 이용하는 ‘평구 상생마을 숲’을 조성한다. 마을숲과 안심 댕댕이길, 펫-웰니스 상생플랫폼은 평구리 일대에서 하나의 이동 경로로 연결된다. 노후 축사 정비와 새로운 소득사업을 별도로 추진하지 않고 하나의 공간계획에 담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번 지정은 법 시행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가 수립해 온 농촌공간계획이 실제 구역 지정과 사업 추진 단계로 넘어갔다는 데 의미가 있다. 개별적으로 추진되던 생활환경 정비와 산업·관광 사업을 하나의 공간계획 안에서 연계하는 방식이다.

다만 지구 지정이 곧바로 사업 완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업비와 추진 일정, 운영체계를 구체화하고 방문 수요를 지역 상권의 매출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사업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농식품부는 합천 사례를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기 위해 지자체별 컨설팅을 지원하고 농촌협약과 농촌공간정비사업 등 정부 지원사업을 특화지구에 우선 연계할 방침이다. 전한영 농식품부 농촌정책국장은 “경남 합천군이 전국 최초로 특화지구를 지정함으로써 공간계획이 농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청사진을 보여주었다”며 “이와 같은 선도모델이 전국으로 확산되어 농촌의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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