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MBK, 2000억 DIP 극적 합의에도…'파산 기로' 홈플러스 갈 길 멀다

입력 2026-07-1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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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 개인보증으로 회생절차 연장 '청신호'
영업 양도 추진하지만 강성 노조 최대 변수
1조원 공익채권 부담…원매자 찾기 '난항'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에 임시 휴업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에 임시 휴업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파산 선고 직전의 벼랑 끝에 몰렸던 홈플러스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개인 보증 덕에 가까스로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1조원에 달하는 공익채권과 강성 노조 리스크 등 매각을 가로막는 고질적인 장벽이 여전해, 회생절차가 연장되더라도 근본적인 독자 생존이나 인수합병(M&A) 성사까지는 첩첩산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홈플러스 DIP 2000억원 대출 안건을 논의한다. 앞서 이달 3일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는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당시 법원 결정문에 따르면 메리츠는 MBK의 회생절차 성공에는 대주주의 신용 제공과 자본 지원에 대한 책임있는 결단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2000억원 대출 집행의 선행 조건은 MBK 혹은 김병주 회장의 보증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이번에 김병주 회장이 메리츠의 2000억원 대출에 대한 개인 보증을 서기로 결정한 만큼 메리츠 이사회에서 결의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법원에 즉시항고장을 제출하고 회생절차를 재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법원이 항고를 받아들여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취소하면 회생절차는 최종 기한인 9월 4일까지 이어진다. 홈플러스는 다음달 초까지 수정 회생계획안을 확정해 채권자 동의와 법원 인가를 받아야 한다.

메리츠와 MBK의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는 동안 홈플러스는 자금난으로 13일부터 본사와 전국 67개 대형마트 점포의 영업을 임시 중단했다. 서울회생법원이 제시한 즉시항고 기한인 20일까지 운영자금 확보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사실상 청산 수순이 불가피했던 만큼, 이번 합의로 최악의 시나리오는 일단 피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자본시장에서는 이번에 확보한 2000억원은 멈춰 선 점포 운영을 재개하고 당장의 파산을 막기 위한 긴급 운영자금일 뿐, 근본적인 정상화와 기업가치 회복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본다. 실제 홈플러스는 지난해 인가 전 M&A가 무산된 이후 회생 전략을 '인가 후 M&A'로 수정했다. 지난달 30일 법원에 제출한 수정 회생계획안에는 적자 점포 등 비핵심 점포 37개의 영업을 종료하고 수익성이 높은 핵심 점포 67개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한 뒤 회사를 매각하는 방안이 담겼다.

문제는 이같은 구조조정 자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이다. 37개 점포 영업 중단 방침이 알려지자 노조는 "37개 점포 휴점과 폐점 통보로 일터를 유린하더니 이제는 남은 67개 점포마저 기습 휴점시키며 홈플러스를 완전히 공중분해하려 한다"며 "수십만 노동자와 입점업주, 협력업체의 피눈물은 안중에도 없는 사모펀드의 악랄한 민낯"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노조는 그동안 폐점과 점포 매각 시도 때마다 고용 불안을 이유로 강경 대응을 이어왔다. 회생절차 지속을 요구하면서도 구체적인 자금 조달 대안은 제시하지 못했던 만큼, 대규모 점포 구조조정을 수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잠재 인수자 입장에서도 강성 노조는 상당한 부담이다. 인수 직후 대규모 구조조정과 노조 반발을 감당해야 하는 데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조차 10년 가까이 노조 문제를 풀지 못했다는 점은 원매자들의 투자 판단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1조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공익채권 역시 걸림돌이다. 일반 회생채권은 법원 인가를 통해 일부 탕감이나 조정이 가능하지만, 임금과 퇴직금, 세금, 회생절차 이후 발생한 협력업체 물품대금 등 공익채권은 전액 우선 변제 대상이다. 인수자는 사실상 기업가치와 별도로 1조원 규모의 공익채권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는 만큼 거래 성사 가능성을 낮추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결국 회생절차 연장 자체보다 이후 정상화 계획의 실행 여부가 홈플러스의 운명을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DIP 대출은 파산을 막기 위한 출발점일 뿐, 구조조정과 공익채권 해결, 신규 투자자 확보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만 M&A와 회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와 MBK의 극적인 합의로 즉시 청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일단 피했지만, 이번 2000억원은 회생절차를 이어가기 위한 최소한의 자금일 뿐"이라며 "1조원대 공익채권에 대한 현실적인 상환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파산 위험은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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