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환자 813만명 시대…수면제 과다 복용, 기억상실·몽유병 부른다

입력 2026-07-1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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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병원 수면장애클리닉 ⋯수면제 임의 증량의 위험성 지적

▲수면장애클리닉 이수진과장 (사진제공=온병원)
▲수면장애클리닉 이수진과장 (사진제공=온병원)

밤낮 없는 무더위와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불면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고 수면제를 임의로 늘려 먹거나 술과 함께 복용하는 행위는 오히려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최근 부산에서는 수면제를 복용한 뒤 이상 증세를 느낀 80대 A씨가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에서 직접 차량을 운전해 응급실을 찾는 아찔한 사례도 발생했다. 다행히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약물 영향으로 의식 저하나 돌발 행동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운전대를 잡은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었다는 것이 의료진의 설명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수면장애 진단 환자는 연간 130만8000명을 넘어섰다. 서울대병원 연구팀 분석에서는 성인 기준 불면증을 경험한 누적 환자가 813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불면증 환자가 늘면서 의사와 상의 없이 남은 수면제를 추가 복용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수면 유도 제품을 함께 사용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대표 수면제인 졸피뎀 처방 환자만 연간 187만 명에 이른다.

“한 알 더 먹으면 되겠지”…기억상실·몽유병 위험

부산 온병원 수면장애클리닉 이수진 과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수면제 임의 증량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이 과장은 “수면제, 특히 졸피뎀 계열 약물은 뇌 기능을 억제해 수면을 유도하는 약물”이라며 “정해진 용량을 초과하면 심각한 인지기능 저하와 기억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약 복용 이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전행성 건망증이 나타날 수 있으며, 잠든 상태에서 자신도 모르게 운전을 하거나 음식을 먹고 전화를 하는 복합수면행동(몽유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면제 복용 후 이상 증상이 나타났을 경우 직접 운전해 병원을 찾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즉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119를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술과 수면제 함께 먹으면 위험”…호흡마비 가능성도

전문의들은 수면제와 음주의 병행을 가장 위험한 행동 중 하나로 꼽는다.

알코올과 수면제는 모두 중추신경계를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두 물질이 함께 작용하면 억제 효과가 증폭되면서 호흡 저하, 의식 소실, 심한 경우 호흡마비나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형태의 수면 유도 제품이나 해외 직구 제품을 처방 수면제와 함께 복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지만, 약물 간 상호작용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수면제보다 원인 진단이 먼저”

전문가들은 불면증 치료의 핵심은 약물이 아니라 정확한 원인 진단이라고 강조한다.

불면증 외에도 수면무호흡증, 코골이, 하지불안증후군 등 다양한 질환이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온병원 수면다원검사센터 이일우 과장(이비인후과 전문의)은 “잠을 이루지 못하는 원인은 심리적 스트레스부터 호흡기 구조 문제, 중추신경계 이상까지 매우 다양하다”며 “원인을 찾지 않은 채 수면제만 복용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수면 중 뇌파와 호흡, 움직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면 환자별 원인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며 “수면 위생 개선, 행동치료, 양압기 치료, 약물치료 등 맞춤형 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열대야 숙면을 위한 생활수칙

전문의들은 약물에 의존하기 전 생활습관 개선이 우선이라고 조언한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잠들고 일어나는 습관을 유지하고, 실내 온도는 24~26도 정도로 맞추는 것이 좋다. 잠들기 직전 찬물 샤워보다는 미지근한 물로 몸을 이완시키는 것이 숙면에 도움이 된다.

또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습관은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해 수면을 방해할 수 있어 피해야 한다. 야식과 음주 역시 깊은 수면을 방해하는 만큼 취침 3~4시간 전에는 음식 섭취를 마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료진은 “수면제는 반드시 전문의 처방에 따라 복용해야 하며, 잠이 오지 않는다고 임의로 용량을 늘리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불면이 지속된다면 약을 추가로 찾기보다 수면장애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받는 것이 우선”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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