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애먼 ‘강소기업’ 잡고 ‘좀비’ 놓치는 시총 퇴출제

입력 2026-07-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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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 부장
▲마켓인사이트 부장
최근 한국거래소는 부실기업의 신속한 퇴출을 골자로 한 상장유지 규정 개정안을 전격 시행했다.

코스피는 시가총액 300억원, 코스닥은 200억원 미만 상태가 지속되면 증시에서 퇴출당한다. 내년인 2027년부터는 이 기준이 각각 500억원과 300억원 미만으로 대폭 상향될 예정이다.

주가 1000원 미만의 이른바 ‘동전주’를 퇴출하는 규정도 함께 칼날을 겨누고 있다.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유망한 혁신 기업으로 자금 순환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겠다는 방향성은 옳다. 그러나 겉보기에 명쾌한 이 ‘단순 수치 기준’의 이면에는 소액투자자의 피눈물을 짜내는 잔인한 역설과 치명적인 사각지대가 도사리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재무 구조가 건전하고 자산 가치가 충분한 ‘알짜 스몰캡’ 기업들까지 기계적인 수치 미달로 사형 선고를 받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퇴출 위기에 몰렸던 한성기업이나 모나미 같은 전통 기업들은 부채비율이 100% 안팎이거나 그 이하로 매우 우량한 편이었다. 이들은 단지 본업의 정체나 시장의 무관심으로 인해 거래량이 부족했을 뿐, 회사를 당장 파산하고 주주들에게 자산을 청산했을 때 오히려 현재 주가보다 더 많은 돈을 돌려줄 수 있는 ‘청산가치 우위’ 기업들이었다.

소비재 기업인 이들 기업은 운(?) 좋게도 애국 기업 살리자는 밈이라도 퍼지고 있지만, 일반 국민이 알지 못하는 제조기업이나 여타 상장사들은 속수무책인 지경이다.

A 코스닥 상장사는 부채비율이 20%가 되지 않고 PBR이 0.58대 시가총액 대비 자산 비중이 높은 회사다. 반도체 설계 자산과 다수의 종속회사 지분 등 엄연히 내실 있는 '기업 집단'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럼에도 시총 200억원 안팎이라는 이유로 퇴출 위기에 놓이는 것은 제도적 모순이다.

이런 기업들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시가총액 기준으로 상장폐지가 되면 국가 공인 면죄부를 통해 공짜에 가깝게 사유화할 수 있다.

게다가 정리매매 기간에 보통 주가가 90% 가까이 폭락하는 경우를 비춰보면, 소액주주들은 재산을 지킬 그 어떤 시간적 여유도 갖지 못하고 고스란히 독박을 쓰게 된다.

더욱 기가 막힌 서글픈 풍경은 정작 퇴출당해야 할 악성 좀비기업들은 덩치가 크다는 이유로 유유히 살아남는다는 사실이다. 시가총액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대형 상장사 중에는 성장성도 없고, 수년째 만성 적자에 시달리며, 고용 인원도 손에 꼽을 만큼 적은 ‘무늬만 상장사’가 부지기수다.

이들은 자극적인 테마에 편승해 주가를 부풀리거나, 무분별한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으로 주식 수를 늘려 시가총액이라는 그물망을 손쉽게 빠져나간다.

대주주와 작전 세력의 놀이터가 된 부실 중대형주들이 시장에 버젓이 존속하고, 빚 없이 조용히 고용을 유지하며 본업을 지켜온 강소기업이 단지 체급이 작다는 이유로 단두대에 오르는 형국이다.

정부의 밸류업 정책이 진정한 성공을 거두려면 ‘강제 퇴출’이라는 채찍의 세기만큼이나 소액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정교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시총 미달 기업 중 부채비율이 낮거나 자산가치가 시총 대비 일정 부분 이상이 되거나 등등 몇 가지 기준에 해당하면 최소 6개월에서 1년의 ‘개선 기간’을 부여해 주주환원이나 자구책을 마련할 기회를 주어야 마땅하다.

아니면 상장폐지가 확정될 경우 대주주가 소액주주의 지분을 기업의 청산가치나 직전 평균 주가 중 높은 금액으로 의무 공개 매수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소액주주의 일방적인 희생을 담보로 한 체질 개선은 금융당국의 성과주의 행정에 불과하다. 억울하게 쫓겨나는 기업의 주주들이 제값을 받고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든든한 울타리가 선행될 때, 비로소 우리 증시는 모두에게 신뢰받는 건강한 시장으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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