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중동 봉쇄 재개에 따른 국제유가 폭등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의 추가 긴축 시사 발언이 겹치며 미국 증시가 일제히 하락한 가운데, 국내 증시 역시 대형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4일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오늘 국내 증시는 코스피 야간선물과 미국 반도체·메모리주의 약세 영향으로 대형 반도체주를 필두로 약세 출발할 전망"이라며 "국제유가 급등과 미국의 추가 긴축 우려 역시 외국인 수급과 투자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내다봤다.
다만 김 연구원은 "전날 코스피가 9% 가까이 급락한 만큼 낙폭 과대 인식에 따른 저가 매수세 유입으로 장 초반 하락 이후 낙폭을 일부 만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날(현지 시간) 미국 증시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재확대와 긴축 경계감에 가로막혀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지수별로는 △다우 -0.26% △S&P500 - 0.79% △나스닥 -1.55% 등 약세였다. 김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 화물에 대한 20% 비용 부과와 이란 봉쇄 재개를 선언하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9%대 급등하는 등 유가가 폭등했다"며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재차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 월러 연준 이사의 매파적 발언까지 더해져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됐다"고 진단했다.
시장의 매크로(거시경제) 불안을 자극한 주된 요인은 인공지능(AI) 수요와 물가를 연결 지은 연준 인사의 발언과 유가 움직임이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공급 부족이 새로운 물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근원 소비자물가가 강하게 확인될 경우 추가 긴축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여파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상 확률은 기존 34.21%에서 41.69%로 껑충 뛰었다. 김 연구원은 "이번 주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에서 중동 관련 추가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있어 유가와 금융시장 변동성을 계속 자극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러한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 최근 지수 상승을 주도했던 반도체 업종에는 매서운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특히 이달 10일 나스닥에 화려하게 입성했던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는 첫날 두 자릿수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상장 모멘텀 소멸로 9%대 급락했다. 이에 샌디스크, 마벨테크놀로지, 웨스턴디지털 등 주요 메모리 및 스토리지 기업들이 일제히 동반 약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김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이익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굳건한 만큼 과도한 비관론에 휩쓸릴 필요는 없다고 제언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 등 지수 상승을 견인했던 펀더멘털 요인들이 여전히 훼손되지 않고 유효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향후 대응 전략과 관련해 "당분간 주요 경제지표와 기업 실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매매 난이도가 높은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오늘 발표되는 미국 소비자물가가 시장 전망에 부합하고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발언도 기존 매파적 입장 외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긴축 부담이 완화되며 지정학적 불안을 일부 상쇄해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이후에는 본격적인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통해 AI 투자 확대 여부와 실적 성장의 지속 가능성을 확인하며 대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