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는 10일 나스닥에 미국주식예탁증서(ADR)를 등판시키며 265억달러 조달에 성공, 미국 증시에 상장한 외국 기업의 기업공개(IPO) 가운데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뿐만 아니라 이는 미 주식시장 역대 IPO 가운데 두 번째로 큰 규모이기도 했다.
물론 최근 코스피 조정의 일차적 배경에는 AI 랠리 고점 논란이나 글로벌 투자 심리 위축과 같은 대외적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고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것은 시장의 위험성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채 정책을 졸속으로 밀어붙인 정부 당국의 실책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1월 “미국에도 있다”는 발언 등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에 긍정적 입장을 밝히고 나서 5개월도 채 되지 않은 5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2배 추종하는 초고위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출시됐다. 그간 유지되던 ETF의 분산투자 기본 원칙도 무너졌다. 정책 의지가 제도 변경을 앞선 전형적인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다 증시가 투기판을 방불케 할 정도로 출렁이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2일 “너무 성급했다”, “내가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고 공개적으로 후회했다. 김 실장은 10일 자신의 책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정부와 한국은행 등이 제도 보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이 주도한 정책의 후폭풍을 남의 일처럼 말한다는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한국 기업의 약진과 코스피의 랠리로 세계의 시선이 집중된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정책 혼선은 더욱 도드라졌다.
미국은 2022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이를 ‘혁신 금융상품’이 아니라 ‘관리해야 할 위험’으로 바라봤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들은 시장 안정성 훼손 가능성을 강하게 경고했고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된 연구와 토론이 지금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금융시장이 발달한 미국조차 이처럼 경계하고 있다. 하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압도적인 한국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단순한 투기상품을 넘어 지수 전체를 흔드는 ‘웩더독(Wag the Dog·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으로 이어질 위험이 더 크다.
이재명 대통령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시장이 원하는 것은 주가 부양책만이 아니다. 관치금융이 아닌 시장 원칙을 존중하는 정책, 투자자가 내일도 같은 규칙이 적용될 것이라고 믿을 수 있는 예측 가능성, 정책 결정자가 결과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가 코리아 프리미엄의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