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워야 여름이라지만 정말 너무한데요. 정말 말 그대로 뜨겁게 달아오른 전국.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를 넘어 올해 처음 도입된 ‘폭염중대경보’까지 등장했습니다.
기상청과 행정안전부는 12일 오전 10시 경북 포항과 경산에 폭염중대경보를 발표했는데요. 2008년 폭염특보가 도입된 지 18년 만에 신설된 최상위 폭염 경고가 실제로 내려진 첫 사례죠.
이름부터 무거운 경고. 도대체 한반도 상공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지난해에도 등장했던 이른바 ‘이중 열돔’은 올해 얼마나 이어질까요?

올해 6월부터 폭염특보는 주의보·경보·중대경보의 3단계로 운영됩니다. 최고체감온도 33도 이상이 이틀 이상 예상되면 폭염주의보, 35도 이상이면 폭염경보가 내려지는데요.
폭염중대경보는 이미 최고체감온도 35도 이상이 이틀간 이어진 지역에서 체감온도 38도 또는 실제 기온 39도 이상이 예상될 때 발표되죠. 포항과 경산은 10~11일 체감온도 35도를 넘긴 데 이어 12일 극단적인 고온이 예상되면서 첫 발령 지역이 됐습니다.
폭염특보가 실제 기온보다 체감온도를 중시하는 이유는 습도 때문인데요. 습도가 높으면 땀이 잘 증발하지 않아 몸의 열이 빠져나가기 어렵고 같은 기온에서도 온열질환 위험이 커지죠.
올해는 열대야주의보도 신설됐는데요. 폭염주의보 수준의 더위가 예상되는 지역에서 밤 최저기온이 일반 지역 25도, 대도시와 해안·도서 26도, 제주도 27도 이상으로 예상될 때 발표됩니다.

13일에도 더위의 기세는 꺾이지 않는데요. 전국의 낮 최고기온이 30~37도까지 오르는 가운데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는 35도 안팎, 대구·경북 일부에는 37도 안팎의 고온이 계속됐습니다. 이번 폭염의 직접적인 원인은 한반도 상공에 겹쳐 있는 두 고기압인데요. 기상청은 대기 상층의 티베트고기압과 중간·하층의 북태평양고기압이 동시에 한반도에 영향을 주면서 뜨거운 공기가 지상에서 높은 상공까지 두껍게 쌓였다고 분석했습니다. 흔히 ‘이중 열돔’이나 ‘이중 고기압’이라고 부르는 구조죠.
티베트고기압은 대기 상층에, 북태평양고기압은 그보다 낮은 중·하층에 자리합니다. 티베트고기압이 동쪽으로 확장하고 북태평양고기압이 북상하면 한반도는 위아래로 두꺼운 고기압에 덮이는데요.
고기압 안에서는 공기가 아래로 내려오며 압축돼 온도가 오릅니다. 하강기류는 구름 발달도 막아 강한 햇볕이 지면까지 그대로 닿게 하는데요. 달궈진 도로와 건물, 토양이 다시 주변 공기를 데우면서 열이 계속 쌓이게 되는 거죠.
북태평양고기압이 밀어 넣는 따뜻하고 습한 공기도 더위를 키웁니다. 습도가 높으면 땀이 잘 증발하지 않아 실제 기온보다 체감온도가 더 크게 오르게 되는데요. 이번 더위가 건조하고 따가운 폭염보다 숨이 막히는 찜통더위로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밤에도 낮 동안 쌓인 열이 쉽게 빠져나가지 않는데요. 도로와 건물이 열을 내놓는 데다 높은 습도와 도시 열섬까지 겹치면서 열대야가 이어지죠.
북인도양과 북태평양의 높은 해수면 온도도 이번 폭염의 배경으로 꼽히는데요. 따뜻해진 바다는 열대 대류와 대기 흐름을 바꿔 우리나라 동쪽의 고기압성 순환을 강화하고 남쪽의 고온다습한 공기를 한반도로 끌어올립니다.
포항과 경산에 폭염중대경보를 부른 38~39도급 극한 더위는 14~16일 전국에 비가 내리면서 한 차례 꺾일 전망인데요. 다만 30도 안팎의 무더위는 적어도 기상청 중기예보가 나온 23일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13일에도 전국 낮 최고기온은 30~37도로 평년보다 크게 높ᄋᆞᆻ는데요. 14일 수도권과 충남에서 시작된 비는 밤에 전국으로 확대돼 15일까지 이어지고, 16일에도 남부지방 일부에 비가 내릴 전망입니다. 비가 늦게 시작하거나 적게 내리는 지역에서는 15~16일까지 35도 안팎의 더위가 남을 수 있죠.
비가 지나간 17~23일에는 전국 낮 기온이 26~33도로 예상되는데요. 현재처럼 40도에 육박하는 극한폭염은 누그러지더라도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한여름 날씨는 계속될 전망이죠. 기상청의 최신 1개월 전망에서도 7월 하순부터 8월 중순까지 주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가능성이 50~60%로 제시돼, 비가 그친 뒤 폭염이 다시 강해질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동시에 한반도를 덮은 것은 올해가 처음은 아닌데요. 지난해인 2025년과 재작년인 2024년에도 비슷한 구조가 나타났지만, 여름 내내 같은 강도로 이어지진 않았죠.
기상청에 따르면 2025년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보다 일찍 확장하면서 6월 말부터 더위가 시작됐습니다. 이후 7월 하순 티베트고기압까지 한반도 쪽으로 뻗으면서 두 고기압이 겹쳤고 7월 25~30일에는 태풍에서 유입된 고온다습한 공기까지 더해져 폭염이 강해졌는데요.
이중 고기압은 8월 초 상층의 찬 기압골과 비의 영향으로 잠시 약해졌지만, 8월 중순 이후 다시 강화됐습니다.
2024년에는 영향이 더 오래 지속됐는데요. 7월 하순부터 8월 하순까지 약 한 달 동안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을 장기간 덮었습니다.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24일, 열대야일수는 20.2일이었고, 7~8월 티베트고기압의 강도는 1973년 이후 가장 강한 수준이었죠.
한반도만 이렇게 더운 걸까요? 물론 아닙니다.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곳곳에서 폭염과 폭우가 지역을 옮겨가며 나타나고 있는데요.
중국 중앙기상대는 13일 오전 발표한 중기예보에서 22일까지 신장과 내몽골 서부, 간쑤 서부, 쓰촨분지와 양쯔강 남쪽 일부 지역에 5~9일간 35~38도의 고온이 이어지고, 일부 지역은 39~41도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일본 기상청도 9일 발표한 1개월 전망에서 11일부터 8월 10일까지 일본 전역이 따뜻한 공기의 영향을 받기 쉽고 특히 전망 기간 전반에 기온이 상당히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죠.
한·중·일이 동시에 같은 폭염에 놓인 것은 아닙니다. 태풍과 저기압의 이동에 따라 한쪽에서는 폭우가, 다른 쪽에서는 폭염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만 세 나라의 공식 전망 모두 동아시아의 고온이 단기간에 완전히 해소될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습니다.

폭염중대경보는 생명과 안전에 대한 경고인데요.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7월 10일까지 온열질환자는 535명, 추정 사망자는 2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에는 온열질환자 4460명과 추정 사망자 29명이 발생했는데요. 특히 7월 하순 12일 동안 전체 환자의 약 30%가 집중됐죠.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지면 러닝과 등산, 농사, 건설작업, 야외행사 등 체온을 높이는 활동은 중단하거나 미뤄야 하는데요. 그늘에서 잠시 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는 만큼 냉방시설이 있는 실내나 무더위쉼터로 이동하고, 갈증을 느끼기 전부터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혼자 사는 어르신과 영유아, 만성질환자, 장애인, 야외노동자 등 폭염에 취약한 사람들의 상태도 수시로 살펴야 하는데요. 두통이나 어지럼증, 메스꺼움, 근육경련이 나타나면 즉시 활동을 멈추고 몸을 식혀야 하죠. 의식이 흐려지거나 이상행동을 보이고 쓰러진다면 열사병일 수 있어 바로 119를 불러야 하는데요. 의식이 없는 사람에게 물이나 음료를 먹여서는 안 되죠.
중대경보급 폭염은 14~16일 비가 내리면서 한풀 꺾일 전망입니다. 다만 비가 그친 뒤 두 고기압이 다시 확장하면 더위가 재차 강해질 수 있는데요. 현재 예보상 30도 안팎의 무더위는 적어도 23일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죠. 비가 잠시 더위를 식히더라도, 올여름 폭염의 끝은 아직 예보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