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블록][인터뷰] 윤승식 타이거리서치 센터장 “원화 스테이블코인, 한국은 아직 위치 없다”

입력 2026-07-08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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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디지털자산, PoC 넘어 산업 형성 단계…기관 참여가 핵심축으로 부상”
“원화 스테이블코인, 한국은 이제 출발선…소비자 효용 설득이 관건”
하반기 디지털자산 시장, 규제·성과·새 내러티브가 변수
타이거리서치, 리서치 넘어 데이터·자문으로 정보 격차 줄인다

▲윤승식 타이거리서치 리서치센터장이 2026년 상반기 디지털자산 시장 변화와 하반기 전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기현 기자)
▲윤승식 타이거리서치 리서치센터장이 2026년 상반기 디지털자산 시장 변화와 하반기 전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기현 기자)

2026년 상반기 디지털자산 시장은 가격 흐름만 놓고 보면 뜨겁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산업 안쪽의 변화는 빨라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업무협약(MOU), 파트너십, 개념검증(PoC) 중심에 머물렀던 논의들이 올해 들어 실제 상품과 서비스, 제도권 금융기관의 실행 과제로 옮겨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승식 타이거리서치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상반기 디지털자산 산업을 두고 “PoC 단계를 넘은 산업 형성 단계”라고 진단했다. 단순히 실험을 해보는 수준을 지나, 기관들이 규제 완비 여부와 무관하게 큰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윤 센터장은 “지난해만 해도 MOU나 파트너십 중심의 기사가 많았다면, 올해는 실제 효용이 나오는 상품과 실사용 가능한 상품이 더 많이 진행됐다”며 “전통 금융시장 전체에 비하면 아직 규모는 작지만, 산업을 만들려는 움직임은 훨씬 강해졌다”고 말했다.

상반기 핵심 키워드는 스테이블코인·토큰화·RWA

그는 올해 상반기 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스테이블코인, 토큰화, RWA를 꼽았다. AI 에이전트와 디파이도 중요한 주제지만, 당장 적용 가능성과 사례 축적 측면에서는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가 압도적이라는 평가다.

윤 센터장은 “AI 에이전트는 아직 너무 멀고, 디파이는 그보다 더 멀다”며 “반면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는 이미 글로벌 사례가 많이 쌓였다”고 말했다. 블랙록의 BUIDL, 캔톤 네트워크, 솔라나 기반 상품 등 사례가 늘면서 기관들이 “일단 해보자”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 큰 흐름의 키워드로는 ‘기관’을 꼽았다. 윤 센터장은 “기관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크립토 프로젝트를 본 적이 없다”며 “기관이 사실상 시장이고, 지금은 대기관의 시대”라고 말했다. 과거 리테일 투자자 중심의 시장에서 기관 참여와 제도권 금융 연계가 핵심 축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행사 현장 분위기도 달라졌다고 했다. 온라인에서는 가격 부진을 이유로 “크립토는 끝났다”는 말도 많지만, 실제 컨퍼런스 현장에는 오히려 산업을 만들려는 사람들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예전에는 디파이나 밈코인을 만들어 얼마를 벌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면, 이제는 어떤 금융기관과 협업하고 있고 실제 어떤 케이스가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대화가 늘었다”고 말했다.

타이거리서치 “실사용 가능성과 미래 효용에 집중”

타이거리서치가 올해 스테이블코인, RWA, AI 페이먼트 등 실사용 중심 주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배경도 같은 맥락이다. 윤 센터장은 타이거리서치의 리서치 방향에 대해 “저희가 계속 던지는 질문은 실제 사용될 수 있느냐, 미래에 진짜 효용이 있느냐”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시장에서 유행하는 키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기관과 기업이 실제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의미다.

윤 센터장은 “토큰화와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증명됐고, AI 에이전트는 장기적으로 결제와 스테이블코인, 페이먼트 레이어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며 “디파이는 토큰화된 자산과 투자자를 연결하거나 장벽을 낮추는 파운데이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관들이 실사용할 수 있는 정보로 시장의 주요 주제를 전달하는 것이 타이거리서치가 주목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발간한 리포트 중 국내에서 반응이 컸던 사례로는 마켓맵 리포트를 꼽았다. 윤 센터장은 “사람들은 관련 뉴스가 계속 나온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실제로 어떤 구조와 역할을 갖는지는 체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지역별 데이터를 정리해 보여준 점에서 반응이 컸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AI 페이먼트 리포트가 주목을 받았다. 그는 “AI 에이전트와 결제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컸고, 암호화폐 투자자뿐 아니라 주식 투자자들도 이 주제를 신경 쓰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아쉬웠던 리포트로는 크립토 ETF·ETN 관련 리포트와 디파이 리포트를 들었다. ETF·ETN 리포트는 실제 금융상품 구조와 실무 흐름을 다룬 글이었지만, 대중보다는 실무자와 의사결정권자를 겨냥한 내용이어서 조회수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다고 했다. 디파이에 대해서는 “해킹이 계속 발생하다 보니 사람들이 더 알아보려 하기보다 ‘또 해킹이구나’라며 회의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그럼에도 디파이는 여러 영역을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 계속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왜 써야 하나”에 답해야 할 원화 스테이블코인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평가를 내놨다. 윤 센터장은 한국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현주소를 묻는 질문에 “한국의 시장 위치는 일단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가능성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한국이 아직 충분한 실험과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는 “미국은 테더가 금지될 뻔한 적도 있었고, 준비금 논란과 조사 등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시장이 배워왔다”며 “한국은 그런 시도를 해본 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은 잘 닦인 아스팔트 도로를 페라리로 달리는 것이 아니라, 흙길에서 넘어지고 배우며 만들어지는 것인데 한국 시장은 넘어지는 것을 잘 허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늦었다고만 볼 수는 없다고도 했다. 윤 센터장은 “논의를 한 적이 없고 이제 논의를 시작한 것”이라며 “다른 나라가 10년 동안 논의한 것을 한국이 1년 만에 따라가야 한다고 보는 것도 이상하다”고 말했다. 지금은 많이 왔느냐, 못 왔느냐를 따질 시점이 아니라 출발선에서 논의를 시작한 단계라는 설명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가장 큰 과제로는 소비자 효용 설득을 꼽았다. 한국은 이미 금융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어 휴대폰 하나로 신분증, 간편결제, 송금, 결제가 가능하다. 이런 환경에서 “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써야 하느냐”는 질문에 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윤 센터장은 “블록체인과 스테이블코인은 소비자보다 공급자가 더 좋아지는 혁명에 가깝다”며 “해외송금이나 수수료 절감, 중개자 제거 같은 장점은 있지만 일반 소비자에게 일상적으로 와닿는 효용은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다만 K팝, K컬처 등 대중적 활용처를 제시하는 논의에 대해서는 “국민과 리테일이 이해할 수 있는 효용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필요한 논의”라고 평가했다.

국내 거래소 슈퍼앱화는 시간 걸릴 듯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금융 슈퍼앱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봤다. 윤 센터장은 “국내 거래소가 주식 중개 같은 사업을 하려면 증권사의 본업에 해당하는 더 큰 라이선스가 필요하다”며 “가상자산사업자 라이선스와는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반대로 증권사 앱에서 가상자산 거래 접근성을 제공하는 방향은 더 현실적이라고 봤다.

AI와 블록체인, “문제는 맞지만 오늘의 수요는 아니다”

AI와 블록체인의 결합에 대해서는 장기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현재 시장에서는 수요와 시점의 미스매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AI 산업에서는 전력이 부족하면 전력 기업이 주목받고, 데이터 전송이 문제면 광통신 기업이 주목받는다”며 “블록체인이 AI 밸류체인의 본질적 문제를 해결했다면 똑같이 주목받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분산 컴퓨팅, 분산 스토리지, 데이터 마켓플레이스, 모델 검증 레이어, AI 에이전트 결제 등 문제 정의 자체는 틀리지 않지만, 공급자가 정의한 문제와 실제 수요자가 원하는 문제가 다르다는 지적이다. 윤 센터장은 “문제는 정확하지만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AI 에이전트도 미래는 맞지만 내일은 아니다. 아직 사람들이 AI에게 업무를 완전히 맡기는 시대는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타이거리서치, 리서치 넘어 데이터·자문으로 확장

타이거리서치의 하반기 목표는 리서치를 넘어 디지털자산 정보 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다. 윤 센터장은 “블록체인은 투명하고 모든 것이 열려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디지털자산 정보와 기관·투자자들이 봐야 하는 정보가 분산돼 있다”며 “타이거리서치는 그 사이를 연결하는 브릿지 역할을 해왔고, 출발점이 리서치였다”고 말했다.

그는 “리서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앞으로는 데이터 서비스와 자문 서비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외 자금 유출입 현황, 한국인의 디파이 사용 방식, 지역별 시장 데이터 등 돈의 흐름과 관련된 데이터와 통찰을 제공하려 한다”며 “단순히 리서치에 국한되지 않고 프로덕트와 자문을 통해 정보 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반기 변수는 규제·성과·새 리테일 내러티브

하반기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변수로는 규제, 실질 성과, 새로운 리테일 내러티브를 꼽았다.

첫 번째는 규제다. 미국의 클래리티 액트(Clarity Act), 한국의 디지털자산 기본법, 가상자산 과세 등이 시장의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윤 센터장은 “기관이든 리테일이든 규제에 기댈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논의가 어떻게 흘러가고 실제 시점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토큰화와 스테이블코인의 실질 성과다. 많은 자산이 토큰화되고 온체인에 올라왔지만, 아직 전체 금융시장에서 체감할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다. 윤 센터장은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가 기관 몇 곳의 실험을 넘어 전체 시장으로 확산될 수 있을 만큼의 성과를 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새로운 리테일 내러티브다. 토큰화와 스테이블코인은 산업적으로 중요하지만 리테일 투자자에게는 다소 멀게 느껴질 수 있다. 윤 센터장은 “잘 되든 안 되든 시장에 다시 관심을 끌어오는 주제는 늘 하나씩 나온다”며 “그런 시장은 혼란스럽고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문제가 있지만, 동시에 혁신적 아이디어가 나오는 샌드박스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전환점의 조건은 ‘말’이 아닌 ‘성과’

올해가 디지털자산 산업의 전환점으로 평가받기 위해 필요한 조건으로는 “논의가 법률과 성과로 이어지는 것”을 꼽았다. 윤 센터장은 “이 업계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말이 결과로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우리가 쓰는 텍스트와 포스트가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규제가 만들어지는 시기를 산업의 순위가 정해지는 시기로 봤다. 게임의 규칙이 정해지면 어떤 회사와 프로젝트가 어떤 전략을 택하느냐에 따라 향후 산업 내 위치가 굳어진다는 것이다.

윤 센터장은 “규제가 들어오고 산업이 형성되는 시기에는 순위를 바꾸기 어려워진다”며 “되는 곳과 안 되는 곳이 명확히 갈리고, 되는 곳은 바꾸기 어려운 순위를 확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2026년 하반기 디지털자산 시장의 핵심은 말이 아니라 실행이다. PoC를 넘어 산업 형성 단계에 진입한 시장에서 규제는 게임의 규칙을 만들고, 기관과 프로젝트는 실제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역시 ‘늦었는가’보다, 한국 시장에서 어떤 역할과 효용을 가질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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