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수익 추구 MBK, 손실 사회전가
이익 배분 질서 흔들면 혁신 사라져

2026년 현재, 우리는 극명한 기업 양극화를 목격하고 있다. 지난 5월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총파업 직전까지 갔다. 정부까지 나서서 조율한 결과, 삼성전자 노조는 DS(반도체)부문 6억원의 성과급 합의를 이끌어 냈다. 막대한 성과급 약속에도 반도체 초활황을 맞아 삼성전자 주가는 1년사이 6만원에서 30만원을 돌파하여 주주들에게도 큰 수익을 안겼다.
한편으로 대형마트 2위였던 홈플러스는 청산의 벼랑 끝에 서 있다. 2025년 3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으나,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였고, 오는 20일까지 당장 운영자금 2000억원을 조달하지 못하면 1만2000여 명의 직원이 실직하고 수많은 협력업체와 입점한 소상공인들이 대금을 받지 못해 줄도산할 위기에 놓여 있다. 기업의 흥망이란 이렇게 거래처, 노동자, 채권자, 주주, 정부까지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중요한 것이다.
극단적인 두 기업의 모습이지만, 사안의 핵심은 누가, 무엇을, 어떻게 가져가는가와 관련된다.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은 여러 이해관계자가 나눠 가진다. 손익계산서는 회사 입장에서 ‘얼마 벌었나’를 보여주지만, 사회 전체로 보면 ‘누구에게 얼마가 돌아갔나’를 보여주는 수익배분표다. 회사가 벌어들인 수익은 공급자가 물품대금으로, 노동자가 임금으로, 채권자는 이자로, 정부는 세금으로, 맨 마지막에 남는 몫은 주주가 가져간다. 이것은 주식회사제도가 역사적으로 만들어 온 배분의 순서다. 이 균형이 이루어내는 기업의 에너지는 어느 한쪽이 남의 몫을 과도하게 끌어갈 때 무너진다.
삼성전자 노조는 파업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았다. 반도체 공정은 하루만 멈춰도 손실이 수조원이고 원상복구에 수개월이 걸린다. 멈추겠다는 위협 자체가 막강한 협상력이 된다. 그 힘으로 ‘영업이익의 몇 %’를 성과급 명목으로 고정적으로 떼어 가게 되었다. 뒤에 남은 채권자와 정부, 주주의 몫을 침해한다. 다만, 채권자는 위험이 증가하면 이자율을 높여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으며, 정부는 성과급에 대해 법인세보다 높은 개인 소득세율을 부과하여 징수하므로 오히려 세수가 늘어난다. 줄어드는 것은 주주의 몫뿐이다. 주주가 부담하는 위험은 증가하고, 보상은 감소하는 꼴이다. 특히 영업이익은 투입한 자본을 고려하지 않은 수치라는 점에서 다른 기업들이 따라 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10조원을 넣어 1000억원을 벌었다면 수익률이 1%로 은행 예금만도 못한 성과다. 그런 영업이익에서 일정비율로 먼저 떼어 가는 것을 성과에 대한 보상이라 부르기 어렵다.
성공확률이 10%도 안 되고 10년에 1조원이 드는 신약이나 반도체 같은 위험한 도전에 주주가 자금을 대는 것은, 주주는 크게 성공하면 큰 이익을 얻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이해관계자들이 다 받아간 뒤 ‘남는 것’을 주주가 갖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이해관계자가 다시 등장하여 성과를 가져가면 주주의 인센티브가 깨진다. 도전적 사업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고, 결국 파이 자체가 작아진다.
홈플러스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주주이자 경영자로서의 영향력을 지렛대 삼았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에 사들였는데, 5조원을 외부차입으로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MBK는 홈플러스 인수 후, 차입금을 고스란히 홈플러스로 넘겼다. 홈플러스는 자신을 인수하는 대금을 자신이 댄 셈으로, 주인이 바뀌면서 막대한 채무가 생긴 것이다.
이자를 감당하고 MBK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막대한 현금창출이 필요했다. MBK는 효율화를 하거나 온라인 중심의 변화에 맞춰 사업을 개편하기보다는, 매장 부동산을 팔아 차입금을 갚고 투자금을 회수하는 사모펀드 특유의 단기 현금창출에 치중했다. 10여 년간 근본적 개선 없이 점포를 매각한 결과, 매년 수천억원의 임대료와 증폭된 이자가 돌아왔고 결국 홈플러스는 무너졌다. MBK는 배당과 원리금 상환으로 투자금을 회수했지만, 채권자와 직원, 협력업체는 무너진 홈플러스의 대가를 감당해야 할 판이다.
주식회사 제도가 주주에게 잔여 이익을 갖도록 하는 한편, 회사의 채무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 유한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과 혁신을 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성공했을 때 크게 이익을 얻도록 하되, 실패했을 때 큰 손실을 제도적으로 막아주는 것이다. 이런 주식회사 이익 배분의 질서를 흔드는 것도, 주주가 회사의 장기적 생존을 등한시한 채 단기적으로 수익을 챙기고 유한책임을 방패로 실패의 짐을 사회에 전가하는 것도, 주식회사 제도의 근간을 해치는 행위이다. 우리가 할 일은 더 많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탄생시키는 것이며, 회사의 장기적 생존을 추구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