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균형 발전' 멍석 깐 3대 메가프로젝트

입력 2026-07-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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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윤상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 (KDI)
▲문윤상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 (KDI)
지난달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서남권에 각각 400조원, 합계 800조원을 투자해 메모리 반도체 팹 4기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충청권 패키징 거점과 대경권·동남권 소부장 거점을 더하면, 전국적인 반도체 공급망 투자 규모만 1000조원을 상회한다. 반도체와 더불어 피지컬 AI와 데이터센터까지 아우르는 이번 3대 메가프로젝트는 비수도권에 투자되는 역대급 규모라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청년과 자본이 유출되는 흐름을 되돌리려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규모의 거점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짚어볼 가치가 있다.

지역불균형의 본질은 집적경제(agglomeration economy)의 자기강화적 구조에 있다. 한번 형성된 집적은 기업에게는 낮은 비용을, 인력에게는 두터운 노동시장을 제공하며 스스로를 강화한다. 수도권은 이러한 구조 아래서 발전했으나, 지방은 집적을 이루지 못하여 수도권의 중력을 이겨내지 못했다. 실제로 그간의 균형발전 정책들이 반복적으로 한계에 부딪힌 이유도 지방에 대한 투자는 산발적이었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추구하는 다극체제로의 전환은 특정 임계치를 넘어서는 거대한 규모의 투자가 있어야 새로운 균형으로 이동하는 비선형적 사건에 가깝다.

또한 그동안 지방의 발전이 더뎠던 배경에는 전통 제조업에 편중된 산업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지역의 전통 제조업은 2010년대 이후 중국과의 경쟁으로 침체를 겪었으며,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만한 첨단산업 투자는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되었다. 따라서 미래산업을 비수도권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이번 3대 메가프로젝트는 지역발전과 균형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 티핑포인트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투자는 지방이 스스로 만들어낸 성과라기보다 ‘행운’에 가깝다. AI 혁명으로 인한 메모리 수요 폭발로 5년 내 생산능력을 2배로 늘리겠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확장을 넘어 지방으로 뻗어 나간 결과다.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배경이 아니었다면 이 정도 규모의 신규 거점투자가 지방에 추진될 유인 자체가 크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AI 혁명으로 인한 대규모 투자는 지방에 시대적 행운이 빚어낸 기회이다.

이 기회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는지는 결국 실행력에 달려 있다. 정부는 서남권 투자와 더불어 용인 클러스터의 속도전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반도체 생산거점을 동시에 건설하는 것은 두 클러스터 사이에 기술 인력 양성 및 전·후방산업 유치를 둘러싼 경쟁을 촉발할 것이다. 이는 각 지역이 인프라 공급과 정주 여건 개선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만드는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기회인 동시에 도전이다.

따라서 전력·용수 등 생산거점의 필수 인프라와 전문인력 양성 시스템, 정주 환경 등이 팹 가동 및 인구 유입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수도권의 흡수력을 이기지 못하고 기회는 무산되고 말 것이다. 기대하건대 정부와 지자체가 이 과제들을 해결하고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지방은 기존의 전통 제조업 중심 구조를 탈피해 반도체를 위시한 첨단산업을 축으로 하는 새로운 성장 경로에 진입하게 될 것이다.

이번 3대 메가프로젝트에는 반도체 외에도 피지컬 AI와 데이터센터에 대한 대규모 지방 투자가 포함되어 있다. 이들 역시 국가와 지역의 대도약을 이끌 핵심 미래산업이다. 이번 투자는 각 권역이 각자의 입지와 특색에 맞는 첨단산업 유치를 통해 ‘권역별 차별화 성장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를 위해서는 행정적 연계를 촉진하고, 지역 스스로 성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재원 조달 방식을 다양화하는 등 유연한 제도적 뒷받침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모든 지역이 수도권에 의존하지 않는 자생력 있는 혁신 생태계로 거듭나, 진정한 의미의 다핵 국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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