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가상자산] 크립토 약세장 끝은 언제…답은 '매도자' 아닌 '매수자'에

입력 2026-07-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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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상자산 시장 약세가 대형 매도자의 충격보다 신규 매수자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가격 반등이 나타나더라도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스테이블코인, 개인·기관투자자 자금이 실제 매수로 이어지는지 확인해야 새로운 강세장 전환을 판단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4일 고팍스 아카데미 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가상자산 가격 하락의 핵심 원인은 비트코인과 가상자산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데 따른 것이라기 보다는 현재 가격에서 추가로 사려는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시장 가격은 장기 보유자의 평균적인 믿음이 아니라 가장 최근 체결된 거래에서 결정된다. 장기 보유자가 팔지 않더라도 새로 들어오는 투자자가 낮은 가격에서만 매수하려 한다면 가격은 내려갈 수 있다.

고팍스는 이를 ‘한계 매수자’ 문제로 봤다. 강세장에서는 한계 매수자가 기존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지만, 약세장에서는 매수자가 서두르지 않고 더 낮은 가격을 기다린다. 매도 물량이 급증하지 않아도 매수자가 한 걸음 물러서는 것만으로 가격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2024년 이후 가상자산 시장에는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와 비트코인을 재무자산으로 편입하는 기업, 개인투자자 등 새로운 매수 주체가 등장했다. 이들은 비트코인 수요 기반을 넓혔지만, 동시에 미래 수요를 상승장 초기에 앞당겨 쓰는 결과도 낳았다.

기관은 목표 비중에 도달하면 추가 매수를 줄인다. 기업 매수는 주식·채권 발행 여건에 따라 달라지고, 개인투자자 역시 상승 추세가 꺾이면 관망으로 돌아선다. 새로운 매수 주체가 등장했다고 해서 매수세가 계속 이어진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금리 환경도 매수 기준을 높인 요인으로 꼽혔다. 고팍스는 금리가 높은 환경에서는 투자자가 현금성 자산이나 채권을 보유하면서 이자를 받을 수 있어 변동성이 큰 자산을 서둘러 매수할 유인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의 장기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더라도 지금 가격에 사야 한다는 판단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ETF와 스테이블코인 흐름도 단순 보유 규모보다 신규 유입 여부가 중요하다. 고팍스는 ETF가 보유한 전체 비트코인을 저수지에 저장된 물에 비유했다. 가격을 움직이는 것은 저수지의 크기가 아니라 오늘 새로 들어오거나 빠져나가는 물의 방향이라는 설명이다.

금융정보 플랫폼 파사이드 인베스터(Farside Investors) 집계에 따르면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에서는 지난달 24일 약 4억6900만달러, 25일 약 6억92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고 고팍스는 전했다. 이틀 동안 11억달러 넘는 자금이 빠져나간 셈이다.

스테이블코인도 마찬가지다. 스테이블코인은 비트코인과 알트코인 매수에 쓰일 수 있지만, 해외 송금과 결제, 달러 가치 저장, 대출과 담보 등 다른 목적으로도 활용된다.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자금이 모두 가상자산 매수를 기다리는 대기자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공급 증가가 거래소 유입과 현물 매수로 이어지는지 함께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하락장에서 레버리지는 원인보다 증폭기에 가까웠다는 분석도 나왔다. 고팍스는 현물 매수 감소로 가격이 먼저 내려간 뒤 레버리지 포지션 손실 확대와 강제 청산이 이어졌다고 봤다.

하락의 출발점이 과도한 레버리지라면 청산 이후 회복이 빠를 수 있다. 그러나 현물 수요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면 청산이 끝나도 가격을 끌어올릴 자금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알트코인은 이 같은 압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 프로젝트 보상, 토큰 언락, 재단 지출, 초기 투자자 물량 등으로 공급은 계속 늘어날 수 있지만, 신규 수요가 줄어든 시장에서는 같은 공급도 매도 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고팍스는 현재 시장이 매도자 소진에서 가치 매수자 등장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 가까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새로운 상승 추세로 판단하기에는 전체 수요가 아직 부족하다고 봤다.

강세장 전환을 판단하려면 ETF 자금이 수주간 순유입을 유지하는지, 선물 미결제약정보다 현물 거래량이 먼저 늘어나는지, 스테이블코인 증가가 거래소 유입과 현물 매수로 연결되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고팍스 아카데미는 "가격이 많이 하락했다는 사실만으로 새 강세장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라며 "앞으로 시장을 결정할 가장 핵심 요소는 '누가 더 팔 것인가'가 아닌 ETF 투자자, 기업, 장기 투자자, 개인투자자 가운데 '누가 현재 가격에서 다시 매수를 시작할 것인가'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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