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힘겹게 젠더의 경계를 건너는 사람들

입력 2026-07-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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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사롭지 않은 두 환자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들어왔다.

호리호리한 체격의 훤칠한 그녀가 마스크를 하고 모자를 꾹 눌러쓴 채, 질 출혈 치료를 위해 내원하였다. 그런데 목소리는 허스키했다. 약물 사용내력을 보니 현재 테스토스테론 주사를 3개월마다, 벌써 3년째 맞고 있었다. 생물학적으로는 여성이나 스스로는 남성으로 살아가는 트랜스 남성이다. 에스트로젠 부족으로 점막이 얇아진 외음부는 방어막을 잃어 가볍게 스치기만 해도 출혈이 일어난 상태였다. 호르몬 불균형이 만든 인위적 폐경 상태였다. 나는 가능한 한 조심스럽게 그리고 정확하게 설명하고 진료했다. 치료가 끝나갈 무렵 그녀는 성전환 수술을 계획하고 있다고 나지막하게 말을 꺼냈다. 중형차 한 대 값인 수술비용 마련을 위해 저축 중이라고.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의 보컬처럼, 굵은 웨이브의 파마머리를 한 그녀가 진료실로 들어왔다.

외음부가 불편해서 내원한 환자였다. 생물학적으로 남성이었으나 이미 성전환 수술을 마친 트랜스 여성이다. 애덤스 애플 제거 수술도 받았지만, 완전히 매끄럽게 정리되지 못한 채 유착이 남아 있었다. 말할 때마다 그 부위가 미세하게 당겨졌고, 그 움직임에 자꾸 눈길이 갔다. 태국에서 수술받은 그녀는 수술비용이 부족하여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완전하게 받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녀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 말은 짧았지만, 그 안에는 긴 시간이 담겨 있었다. 몸을 바꾸기까지의 결심과, 감당해야 했던 현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통과한 뒤에야 겨우 얻게 된 현재 안도감. 그녀는 여성호르몬 주사를 2주마다 맞으며 추적검사를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내가 나를 어떤 성별로 인식하고, 어떻게 살아 가는가. 그것이 바로 젠더다. 성별은 단 하나의 기준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신체로서의 ‘생물학적 성(Sex)’, 마음으로 느끼는 ‘성별 정체성(Gender Identity)’, 그리고 그것을 세상에 드러내는 ‘성별 표현(Gender Expression)’으로 층층이 나누어진다. 그러나 우리의 법과 사회, 의료 시스템은 여전히 완고한 이분법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것이 바로 각기 다른 삶을 가진 ‘그녀들’이 나를 찾아온 이유이다.

진료실에서 만난 그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힘겹게 젠더의 경계를 건너고 있었다. 우리 사회가 아직은 젠더 문제에 썩 관용적이지는 못하다.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그저 보통 사람으로 편안하게 살아가는 세상은 언제나 오게 될지….

임선영 임선영산부인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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