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화·투자유치 체계적 관리 안돼
성장 경로 분석해 정책에 반영해야

문화체육관광부는 2003년 예산에 문화기술 연구개발(R&D) 사업(100억원)을 처음 반영한 이후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해 왔다. 2026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지원사업 설명회 자료집에 따르면 올해 R&D 지원 규모는 총 1363억원이다. 이는 스포츠(65억원)와 관광(38억원) 분야 R&D도 포함한다. 문화콘텐츠 R&D는 1063억원으로 전체의 78%를 차지하며, 저작권 R&D(192억원)까지 포함하면 전체 예산의 92.1%가 문화기술 R&D에 투입된다.
특히 올해 새롭게 추진되는 문화공간 AI 전환, 문화예술 온톨로지 기반 거대언어모델(LLM) 연계, 개인운동기록 활용, AI 기반 관광 혁신기술 개발 사업은 모두 인공지능을 핵심 축으로 한다. 문화·예술·콘텐츠뿐 아니라 스포츠와 관광까지 AI 전환을 본격 지원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보여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4 문화체육관광 R&D 성과조사·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R&D 사업 집행액은 2044억원으로 전년보다 67.5% 증가해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성과를 보면 과학·기술 분야는 비교적 안정적 흐름을 보였다. 과학인용색인(SCI)급 논문은 100건으로 전년과 같았다. 생성형 AI 시대의 저작권 보호 기술 연구는 컴퓨터공학 분야 최우수 학술지에 게재되는 성과도 있었다. 특허 출원도 335건으로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경제적 성과는 다소 아쉬웠다. 특허 등록은 133건에서 60건으로 감소했고, 사업화 건수는 409건에서 134건으로, 사업화 매출액은 547억원에서 69억원으로 줄었다. 고용 창출 역시 554건에서 267건으로 감소했으며 기술이전 건수와 기술료 수입도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문화기술 R&D 성과를 단년도 수치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문화기술 R&D는 지난 20여 년간 콘텐츠 제작의 디지털화, 실감형 콘텐츠, 인공지능 기반 창작 등 K컬처 경쟁력의 중요한 토대를 만들어 왔다. 문제는 이러한 성과가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확산되었는지를 장기적으로 추적하는 체계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의 성과평가는 과제 종료 시점의 논문, 특허, 기술이전, 사업화 실적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지표는 연구개발의 직접적 성과를 확인하는 데 중요하다. 하지만 연구개발의 진정한 가치는 과제가 끝난 이후 산업과 시장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성장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가령 정부 지원으로 개발한 기술이 몇 년 뒤 기업의 해외 진출이나 투자 유치, 새로운 시장 창출로 이어졌다면 이는 단순한 연구 성과를 넘는 커다란 산업적 성과다. 현재는 이러한 성장 과정을 체계적으로 추적하는 시스템이 부족해 연구개발 지원과 산업 성장의 연관성을 설명하기 쉽지 않다.
실제로 문화기술 R&D 지원 기업 중에는 사업화와 투자 유치, 해외 진출 등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사례가 적지 않다. 다만 이러한 사례는 개별 기사나 보도자료 형태로 흩어져 있고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는다.
이제는 장기 성과관리 체계를 구축할 시점이다. 연구개발 지원 정보와 기업의 매출, 고용, 투자 유치, 수출, 상장 여부 등의 데이터를 연계해 지원 종료 후 5년, 10년 단위의 성장 경로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대표적 성공 사례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기록함으로써 문화기술 R&D가 산업 발전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국민들에게 보다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정부 지원의 성과를 측정하는 목적은 단순한 평가가 아니라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학습하고 더 나은 정책을 설계하기 위한 것이다. 문화기술 R&D는 이미 적지 않은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향후 필요한 것은 그 성과를 장기적으로 입증하고 축적하는 일이다. 장기 성과 추적체계 구축은 연구개발 투자의 가치를 높이고 미래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