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전 매력'.
최근 온라인상에서 그룹 라이즈(RIIZE)를 두고 나온 반응입니다. 무대 위에서 날아다니는 듯한 퍼포먼스와 감각적인 음악, 청량한 에너지로 주목받아온 이들은 최근 잇달아 출연한 '웹예능'에서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무리한다(?)'는 말이 걸맞은 맹활약을 펼치면서 팬들은 물론 기존 웹예능 시청자들도 웃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요즘 아이돌에게 웹예능은 더 이상 '나가면 좋은' 부가적인 홍보 채널에 머물지 않습니다. 쇼케이스에서 앨범을 설명하고 음악방송에서 신곡 무대를 공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시대. 이제는 어떤 콘텐츠에서 어떤 얼굴을 보여주느냐가 컴백의 또 다른 승부처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 이 흐름을 직관적으로 보여준 팀은 라이즈입니다. 15일 두 번째 미니앨범 '투(II)'를 발매하며 컴백한 라이즈는 음악방송과 페스티벌 무대는 물론 TV 예능과 유튜브 웹예능, 자체 콘텐츠까지 전방위에서 활약하는 중인데요. 무대 위 프로페셔널한 모습과 달리 어딘가 허술하면서도 유쾌한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고 있죠.
19일 유튜브 채널 '집대성'에 공개된 '라이즈가 42분 동안 무리하는 영상'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라이즈는 말 그대로 '무리'를 이어갔습니다. 대성과 함께 '예능사관학교' 콘셉트의 토크와 게임을 소화했는데요. 특히 원빈과 쇼타로가 함께 토스트 게임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쇼타로가 떨어진 식빵을 다시 입으로 물어 올리는 장면이 큰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이때 대성이 판정 시비를 걸자 은석은 "체공 시간이 있었다"고 변호했고, 쇼타로는 "레이백"이라고 거들어 웃음을 더했습니다.
라이즈는 이외에도 무한상사 상황극인 '하와수', 유튜브 채널 테오의 '살롱드립', 일일 대학생으로 변신한 '전과자', 코미디언 양세찬의 '모먹티비', 데이식스 영케이의 '공케이', '리무진서비스', '요정재형' 등 웹예능에 출연하며 다채로운 즐거움을 안겼습니다.
최근 아이돌 컴백 기간에는 이 같은 웹예능 출연 릴레이가 자연스러운 홍보 동선으로 통합니다. '살롱드립'처럼 편안한 대화 속에서 게스트의 성격과 관계성을 보여주는 콘텐츠는 물론, '집대성'처럼 선배 가수가 후배 아이돌을 맞이하는 토크형 콘텐츠, '동네스타K'처럼 빠른 호흡의 질문과 리액션으로 멤버들의 예능감을 끌어내는 포맷, '워크돌'처럼 아이돌이 직접 아르바이트와 직업 체험에 뛰어드는 체험형 콘텐츠까지 형태도 다양하죠.

이 같은 흐름은 단순히 '요즘 유튜브가 대세'라는 말로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아이돌 컴백 활동에서 오랫동안 중심축 역할을 해온 음악방송과 TV 예능의 영향력이 이전과 달라지고, 그 자리를 유튜브 웹예능이 빠르게 파고든 데에는 미디어 환경과 K팝 비즈니스 구조의 변화가 복합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무엇보다 음악방송 중심 프로모션은 여전히 상징성이 크지만, 효율성 측면에서는 한계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음악방송 무대는 여전히 신곡 퍼포먼스를 공식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창구입니다. 다만 기획사 입장에서는 콘셉트에 맞춘 무대 세트, 의상, 헤어·메이크업, 이동과 대기 시간 등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투입됩니다. 새벽 사전 녹화부터 본방송 대기까지 하루를 거의 통째로 써야 하는 경우도 많지만, 실제 방송에 노출되는 시간은 대개 3분 안팎입니다. 팬덤 결집과 기록 경쟁 측면의 의미는 거대하지만, 대중 접점과 확산력만 놓고 보면 과거만큼 절대적인 홍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아쉬움이 있죠. 이에 3주 이상 음악방송 활동을 이어가는 사례도 예전보다 눈에 띄게 줄어든 실정입니다.
프로그램 입장에서도 웹예능을 운영하는 등 각종 부가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요. 무대만으로는 끌어올리기 어려운 화제성을 유튜브 클립과 숏폼, 비하인드 콘텐츠로 확장하며 새로운 접점을 만드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음악방송 역시 더 이상 '무대 3분'에만 머물지 않고, 팬들이 반복 소비하고 공유할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로 외연을 넓히는 중이죠.
웹예능의 경우 본편 한 편만 공개되는 것이 아니라, 예고편부터 하이라이트, 쇼츠, 릴스, 팬 편집 영상, 댓글 반응까지 이어지며 콘텐츠가 여러 갈래로 재가공됩니다. 특히 유튜브에서는 웹예능 본편을 본 시청자가 해당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 퍼포먼스 영상, 직캠, 챌린지 영상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흐름도 형성되는데요. 예능 출연이 곧 신곡 소비로 연결되는 디지털 동선이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고나 할까요.
글로벌 팬덤을 고려하면 차이는 더욱 두드러집니다. TV 방송은 편성 시간과 지역의 제약이 크지만, 유튜브 콘텐츠는 해외 팬들도 원하는 시간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자막과 클립, 팬 번역 콘텐츠까지 더해지면 국내 방송 출연보다 더 넓은 범위로 빠르게 확산할 수 있죠. K팝 시장이 글로벌 팬덤의 반응과 소비력을 중요하게 보게 된 상황에서 웹예능은 국경과 시간대의 제약을 줄인 홍보 채널로 기능합니다.
숏폼 확산에 최적화돼 있다는 점도 큽니다. 최근 아이돌 콘텐츠의 화제성은 본편 조회 수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멤버의 짧은 리액션, 예상 밖의 애드리브, 게임 중 나온 실수나 한마디가 쇼츠와 릴스로 가공되며 팬덤 외부로 퍼집니다. 웹예능은 기획 단계부터 이런 장면을 만들기 좋은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토크, 게임, 상황극, 챌린지 등 여러 코너가 짧은 단위로 나뉘어 있어 본편 이후에도 수십 개의 '클립감'을 생산할 수 있죠.
달라진 수익 구조도 웹예능 인기 확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컴백 홍보가 주로 기획사가 비용을 투입하는 영역이었다면 웹예능은 홍보와 수익화가 동시에 가능한 콘텐츠로 진화했습니다. 고정 시청층을 확보한 웹예능 채널은 간접광고(PPL)와 브랜디드 콘텐츠를 결합하기 쉽고, K팝 팬덤의 구매력은 뷰티·식품·패션 등 소비재 브랜드가 선호하는 타깃과도 맞물립니다. 제작사는 조회 수와 광고 수익을 얻고, 브랜드는 팬덤 접점을 확보하며, 소속사는 아티스트의 컴백 메시지와 캐릭터를 동시에 노출할 수 있죠.

이 같은 콘텐츠는 활동 종료 이후에도 반복 소비되며 팀의 이미지를 설명하는 자산으로 남습니다.
특히 아이돌 웹예능은 '늦은 입덕'의 입구가 되기 쉽습니다. 신곡이 공개된 시점에는 관심이 없던 시청자도 쇼츠나 릴스를 통해 우연히 한 장면을 접할 수 있는데요. 예상 밖의 리액션, 멤버 간 티키타카, 무대 위 이미지와 다른 허술한 모습이 알고리즘을 타고 퍼지면서 "이 멤버 누구냐", "이 그룹 원래 이렇게 웃겼냐"는 반응으로 이어지는 식입니다. 신곡 홍보를 위해 출연한 콘텐츠가 시간이 지난 뒤에는 팀을 처음 알게 하는 안내판 역할을 하는 셈이죠.
라이즈의 '집대성' 출연 역시 이 같은 구조를 보여줍니다. 원빈과 쇼타로의 다툼 일화, 은석의 재치 있는 수습, 쇼타로의 "레이백" 한마디처럼 영상 속 장면들은 단순한 웃음 포인트를 넘어 멤버들의 관계성과 팀 분위기를 설명하는 장면으로 남죠. 무대만 봤을 때는 알기 어려웠던 팀의 온도와 성격이 웹예능을 통해 드러나고, 팬들은 이를 새로운 입덕 포인트로 소비합니다.
이는 소속사 입장에서도 중요한 자산입니다. 앨범 활동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집중되지만, 웹예능 콘텐츠는 검색과 추천 알고리즘 안에서 장기간 노출될 수 있습니다. 본편 조회 수뿐 아니라 하이라이트, 쇼츠, 팬 계정의 재편집 영상, 해외 팬들의 번역 콘텐츠까지 더해지면 하나의 출연이 여러 형태의 홍보물로 확장됩니다. 한 번의 웹예능 출연이 활동기 홍보를 넘어 팀 브랜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유죠.
음악방송 무대가 신곡의 완성도와 퍼포먼스를 증명하는 창구라면, 웹예능은 팀의 관계성, 멤버별 캐릭터, 대중적 호감도를 축적하는 중장기 브랜딩 채널에 가깝습니다. 최근 라이즈를 향한 "이렇게 웃긴 그룹이었어?"라는 반응 역시 단순한 예능감에 대한 호평을 넘어 웹예능이 팀 이미지를 탄탄히 다지고 팬덤 유입 경로를 넓히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아이돌 활동의 성패가 더 이상 음원과 무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시대, 웹예능은 컴백 프로모션의 부가 요소를 넘어 K팝 비즈니스 안에서 지속 가능한 화제성과 팬덤을 형성하는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