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미국ㆍ이란 전쟁이 드러낸 대중동 협력 딜레마

입력 2026-06-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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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아프리카중동·중남미팀 전문연구원
▲유광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아프리카중동·중남미팀 전문연구원

미국과 이란의 전면적인 군사 충돌과 이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 취약성이 다시 한번 부각됐다. 우리는 전체 원유 수입 물량의 69.1%를 중동으로부터 도입하고 있으며 이 중 대부분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유입한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는 미국으로부터의 원유 수입 확대에 힘입어 2020년대 초반 50%대까지 감소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다시 상승하며 최근 몇 년간 심화하는 추세에 있다. 미국ㆍ이란 전쟁은 진정 국면에 접어든 양상이지만 대중동 원유 의존도를 완화해야 할 당위성은 더욱 커졌다.

여기서 딜레마는 발생한다. 한국은 원유 공급선을 어떻게든 다변화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원유 도입을 축소할 경우 향후 중동과의 협력 토대 역시 약화될 수 있다. 중동 국가들은 탈석유 시대에 대비해 산업 구조 전환을 추진하고 이를 위한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를 쏟아내는 등 우리 기업의 진출 여지가 큰 시장이다. 원유 의존도를 낮추는 데만 초점을 맞출 경우 장기간의 노력을 통해 확보한 입지를 스스로 약화시키고 시장 선점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중동에는 왕정 국가가 많아 협력 추진에 있어 특히 국가 간 신뢰와 관계의 연속성이 중요하다.

전쟁은 중동이 기회가 많은 시장인 동시에 높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지역이라는 점도 상기시켰다. 특히 그간 역내 분쟁의 비교적 간접적 영향권에 있었던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조차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줬다. GCC 국가들과 이란 간 갈등이 그간의 대리 세력을 통한 간접 충돌을 넘어 주요 에너지 시설과 국가 핵심 인프라를 겨냥한 직접적인 군사 공격으로 확산됐다. 향후 GCC 주요국의 정세는 이란과의 관계는 물론 미국 등 역외 강대국의 대중동 전략 변화에 더욱 크게 좌우될 수 있다.

한국은 중동과의 협력 노력을 지속하되 변화된 여건을 감안한 새로운 접근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우선 원유 수입을 줄이는 대신 현지 국가들의 경제구조 다각화 기조에 맞춰 협력 범위를 넓혀야 할 것이다. 첨단기술, 디지털, 항공우주, 보건의료 등 중동 국가들이 육성에 주력하고 있는 미래 성장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함으로써 에너지 중심 협력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안보 불안 심화는 진출 확대의 제약 요인이면서도 새로운 협력 수요를 창출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향후 중동 국가들이 안보 역량 강화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는 과정에서 방산이 양자 간 핵심 협력 분야로 부상할 수 있다. 인프라 개발과 방산 협력을 연계한 패키지형 진출도 가능하다. 양 분야 모두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높은 부문이다.

미국ㆍ이란 전쟁 발발로 대중동 원유 의존도 완화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으며 현지 진출 시 안보 문제를 더욱 비중 있게 고려해야 하는 부담도 생겼다. 그럼에도 중동은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한 기회의 시장이다. 우리의 과제는 단순히 중동산 원유 도입 물량을 줄이거나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현지 환경에 맞춰 협력의 방식과 범위를 재설계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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