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는 왜 1만2000을 말했나…‘박스피’ 깬 밸류에이션 재평가 [코스피 1만 시대의 조건①]

입력 2026-06-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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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반 편집 이미지. (출처=챗GPT)
▲AI 기반 편집 이미지. (출처=챗GPT)

코스피가 9000선을 돌파하며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1만피' 가능성으로 쏠리고 있다. 반도체 대형주가 상승세를 주도하면서 종목 간 양극화와 고평가 우려도 제기되지만,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오히려 코스피 목표치를 1만2000으로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 업황 회복과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힘입어 기업 이익 전망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만큼 국내 증시의 추가 재평가 여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증시에서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2.13포인트(0.69%) 오른 9114.55에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피 지수는 18일 9063.84로 마감하며 종가 기준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한 뒤 19일엔 장중 9300선도 넘어서며 1만피까지 남은 거리를 빠르게 좁혔다. 지난해 6월 3000선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9000선은 3배, 1만2000선은 4배 수준이다.

반도체 대형주는 지수 상승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코스피 지수 급등을 주도한 SK하이닉스는 전날 2080조4000억원으로 보통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우선주 포함 시총 2246조4000억원으로 여전히 반도체 중심 강세의 선봉에 서 있다.

이달 골드만삭스가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9000에서 1만2000으로 올린 핵심 근거는 이익이다. 반도체 업황 회복과 메모리 가격 상승,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확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 전망을 끌어올리고 있고, 코스피 전체 이익 추정치도 빠르게 상향되고 있다. 지수가 단기간 급등했더라도 이익 전망이 더 빠르게 개선되면 주가수익비율(PER) 부담은 낮아질 수 있다.

재평가 논리는 반도체 대형주에만 그치지 않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코스피 기업들의 이익 성장률 전망치도 1월 20%에서 57%로 높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반도체가 지수 상승의 1차 엔진이라면, 반도체 외 업종의 이익 개선은 코스피 재평가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근거다.

국내 증시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도 1만2000 전망에 힘을 싣는다. 코스피 지수는 9000선을 돌파했지만 12개월 선행 PER은 여전히 8배대에 머물고 있다.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은 5월 말 1015포인트에서 이달 19일 1070포인트로 높아졌다. 선행 PER 10배만 적용해도 코스피 지수 1만선 진입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오는 배경이다.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도 밸류에이션 재평가의 근거로 거론된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실적 전망과 마진 개선 흐름이 이어지면서 코스피 12개월 선행 ROE는 26% 수준까지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ROE가 구조적으로 높아지면 한국 증시에 적용돼 온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도 재평가될 여지가 커진다. 코스피 밴드를 기존 6500~9000선에서 8000~1만1000선으로 높여 보는 시각도 이 같은 흐름과 맞닿아 있다.

관건은 2분기 실적 시즌이다. 이번 주 예정된 마이크론 실적 발표는 국내 반도체주 이익 기대를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시험대다. 실적과 4분기 가이던스가 시장 기대를 웃돌 경우 7월 초 삼성전자 잠정실적 발표를 앞두고 국내 반도체 이익 전망도 추가로 높아질 수 있다.

삼성전자 실적 눈높이는 이미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삼성전자가 다시 한번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는다면 코스피 1만2000 시나리오의 핵심 전제인 이익 전망 상향은 더 강해질 수 있다.

다만 1만2000선으로 가는 길이 직선으로만 이어지기는 어렵다. 코스피 지수가 9000선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심의 쏠림이 다시 강해졌고, 일부 주도주는 실적 대비 고평가 부담도 커졌다.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와 마이크론 실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기대와 현실의 괴리가 드러나면 단기 변동성은 확대될 수 있다.

향후 코스피 1만2000의 조건은 이익과 할인율이다. 반도체 이익 사이클이 예상보다 길게 이어지고, 반도체 외 업종의 실적 개선이 확인되며, 한국 증시에 적용돼 온 구조적 할인율이 더 낮아져야 한다. 1만피 논의는 단순한 지수 이벤트가 아니라 한국 증시가 저평가 시장에서 성장 프리미엄 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는지를 가르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구간에서 실적전망 상향조정은 KOSPI 상승압력을 높이고, 상승여력을 확대해나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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