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코스닥 지수의 표정은 다르다. 반도체 대형주가 이끄는 코스피 지수 랠리와 달리 코스닥 시장은 1000선 안팎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최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친 전체 시가총액에서 코스닥이 차지하는 비중은 6%대까지 낮아졌다. 2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스닥 소외는 이제 체감이 아니라 숫자로 확인되는 현실이다.
표면적으로는 고금리 부담이 가장 쉬운 설명이다. 코스닥에는 바이오,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 딥테크 등 먼 미래의 성장성을 앞당겨 평가받는 기업이 많다. 금리가 높아지면 미래 이익의 현재가치는 낮아지고, 고PER 성장주는 먼저 흔들린다. 장기 순매수 주체였던 개인 자금이 이탈하고, 이익 개선 속도도 코스피 대형주보다 더디다는 점도 부담이다.
그러나 코스닥 부진을 금리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부족하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신뢰다. 반복되는 테마 장세, 실체보다 앞서간 기대감, 기술특례 기업의 성과 지연, 부실 상장사 논란이 누적되면서 투자자들은 코스닥을 성장의 장이라기보다 위험을 떠안는 시장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금리가 내려간다고 해서 신뢰까지 저절로 회복되지는 않는다.
코스닥 30주년을 앞두고 시장 활성화 정책 기대가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민성장펀드, 세그먼트 개편, 이른바 승강제는 코스닥의 투자 매력을 높이기 위한 시도다. 다만 구체안은 벤처업계 반발과 의견수렴 확대로 가을께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벤처업계의 우려도 가볍게 볼 수 없다. 시가총액과 영업실적 중심의 단순한 줄 세우기는 장기 연구개발이 필요한 기업에 낙인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개혁을 늦추는 것이 답은 아니다. 필요한 것은 유예가 아니라 정교함이다. 좋은 기업은 자금을 조달해 성장할 수 있게 하고, 부실기업은 시장에서 엄정하게 걸러내는 기준이 함께 서야 한다. 코스닥의 봄은 유동성만으로 오지 않는다.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시장이라는 확신이 먼저다.
코스피 지수 9000 시대의 과제는 지수의 추가 상승만이 아니다. 한국 증시의 온기가 코스닥까지 번지려면 코스닥이 다시 성장의 이름을 되찾아야 한다. 더 많은 돈보다 더 단단한 기준, 더 빠른 부양보다 더 깊은 신뢰가 필요한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