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전' 택한 성수4지구…조합원 유리한 조건도 걷어냈다

입력 2026-06-2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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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롯데, 이주비 등 일부 제안 삭제
위법 소지 없는 조건까지 비교표서 제외
"금융비용 빠져 조합원 실익 축소 불가피"

▲성수전략정비구역4지구 예상 조감도. (사진제공=서울시)
▲성수전략정비구역4지구 예상 조감도. (사진제공=서울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4지구 재개발이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채비를 하고 있다.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입찰 지침 위반 사태가 일단락되면서다. 입찰에 참여한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은 향후 논란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제안들을 삭제하고 지침 위반 문제를 매듭지었다. 하지만 조합원에게 유리한 조건들까지 제외됐다는 점에서 서울시의 정비사업 속도전 의지에 조합원 이익이 뒷전으로 밀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성수4지구 조합은 19일 대의원회의를 열고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의 입찰 제안서 비교표를 확정했다. 이번 비교표에는 당초 두 건설사가 제안한 다수의 조건을 제외한 채 만들어졌다.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은 대의원회의에 앞서 서울시와 성동구청이 주선한 자리에서 위법성이 있거나 향후 논란이 될만한 조건들을 삭제했다. 입찰 지침 위반 등을 둘러싼 공방으로 사업이 지체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취지다.

성수4지구는 롯데건설이 제시한 '최저 이주비 20억원 보장' 조건이 문제가 되면서 이달 초 예정됐던 대의원회가 2주 가까이 밀렸다. 이미 석 달 정도 지연된 일정이 더 늦어진 것이다. 성수4지구는 2월 마감한 시공사 입찰이 입찰 서류와 홍보 지침 위반 등이 겹치면서 무효 처리됐고 5월 재입찰을 했다.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총력을 다해 마련한 조건을 삭제한 데에는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서울시의 강한 기조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조건 삭제와 관련해 성동구청 측은 “명백히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된 조건은 2개였지만 나머지 조건들은 향후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선제적으로 제외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동구청 설명대로라면 명백한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된 조건은 롯데건설의 최저 이주비 20억원 보장과 대우건설의 매월 15억원 지체보상금 부담 2건뿐이다. 그런데도 입찰 지침에 저촉되지 않거나 명백한 위법 소지가 없는 조건들까지 함께 제외되면서 조합원 실익이 축소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공사 선정관련 공공지원자 법률검토 공고문 (사진제공=성동구청)
▲시공사 선정관련 공공지원자 법률검토 공고문 (사진제공=성동구청)

롯데건설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수수료 전액 부담 △해외 설계 협업비용 30억원 추가 부담을 비롯해 대우건설의 △추가 이주비 금리 차이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 △대안설계 인허가 비용 20억원 부담 △분양수익금 이자 4% 보장 등이 입찰제안서에서 빠졌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추가 이주비 금융비용 부담은 조합원 체감 이익이 큰 항목이다. 최근 압구정5구역 등 주요 정비사업에서도 제시된 바 있는 조건으로 업계에서는 일반적인 경쟁 입찰 조건 가운데 하나로 본다. 이외에도 HUG 보증수수료 전액 부담과 대안설계 인허가 비용 지원은 개포우성7차 재건축, 신반포19·25차 재건축에서 제안된 바 있다.

서울 시내의 한 재건축 조합장은 “사업을 빠른 속도로 추진하기 위해 논란이 있는 조건들을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금융비용은 조합원 실익이 큰 만큼 해당 조건들이 제외되면 조합원 이익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위법 소지가 있는 조건뿐 아니라 적법한 조건까지 함께 제외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며 “통상적으로는 조합원 실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시공사 제안 조건을 최대한 반영하고 경쟁 입찰을 유도해 보다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낸다”고 설명했다.

성수4지구 입찰 조건 삭제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지원자인 성동구청과 조합 주도로 이뤄진 사안”이라며 “별도로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불가피한 조치라는 시각도 있다. 본지 자문위원인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도시정비법상 명시적인 위법이 아니더라도 조합원에게 과도한 혜택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면 제외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32조는 이사비·이주비·이주촉진비 외 시공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항에 대해 금전이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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