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코스닥 ETF 확대 전 구조개혁이 먼저다

입력 2026-06-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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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진 마켓인사이트 부장
▲설경진 마켓인사이트 부장
글로벌 자본시장의 시선이 온통 미국 나스닥 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예상 시가총액만 최대 1조7700억달러(약 2400조원)에 달하며, 전 세계 투자자들의 자금이 그야말로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는 모양새다.

주목할 점은 밸류에이션 논란이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매출 약 187억달러에 49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목표 기업가치를 대입하면 매출 대비 주가배출비율(PSR)이 무려 94배에 육박한다.

투자전문매체 모틀리풀은 “역사상 가장 정교하게 설계된 개미지옥이 될 수 있다”며 거품론을 경고하는 이유다. 그런데도 국내 투자자들의 열기는 뜨겁다.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과 관련 펀드에는 수조원의 자금이 몰리며 조기 마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실적 대비 수십, 수백 배의 미래 가치를 당겨서 투자하는 이 위험천만한 서사에 국내 투자자들이 유독 낯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네 코스닥 시장의 일상적인 풍경이기 때문이다.

현재 코스닥에는 매출 대비 시가총액이 50~100배를 넘나드는 기업들이 수십 개씩 포진해 있다. 실체적인 실적이나 이익이 동네 치킨집보다 못한 기업들이 ‘미래 성장성’이라는 포장지를 쓰고 시가총액 상위권을 차지하는 기형적 구조다.

문제는 두 시장의 고평가가 지닌 ‘질적 차이’에 있다. 스페이스X의 거품론 뒤에는 우주항공 분야의 독점적 기술력과 ‘스타링크’라는 확실한 인프라가 존재한다. 반면 코스닥 고평가 주식의 상당수는 기술적 실체 없이 유행성 테마와 유동성에 기댄 투기적 성격이 짙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는 가운데 코스닥이 여전히 1000포인트의 문턱에서 좌절하며 ‘혁신시장’이 아닌 ‘투기시장’으로 전락한 근본적인 배경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상장유지 기준을 강화하고 부실기업을 신속히 퇴출하는 등의 ‘코스닥 구조개혁’에 나선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시장의 이원화 체계를 통해 우량 기업과 일반 성장기업을 분리하겠다는 취지도 방향성만큼은 옳다.

그러나 엇박자 정책이 발목을 잡는다. 당국은 체질 개선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기관과 외국인 자금을 유인하겠다며 코스닥 상장지수펀드(ETF) 확대 및 액티브 ETF 규제 완화 카드를 동시에 꺼내 들었다. 공급(기업)의 수질 정화가 끝나지 않았는데 수문(자금 유입)부터 열어젖히는 꼴이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ETF 급진적 확대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되는 ‘왝더독(Wag the Dogㆍ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이다. 코스피보다 체급이 작고 거래량이 부족한 코스닥 시장에 대규모 ETF 패시브 자금이 기계적으로 유입되면, 기업의 본질 가치와 무관하게 특정 종목의 가격이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

지수 편입 여부만으로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한다면 시장은 실적이 아닌 기계적 자금 흐름에 지배당하게 된다. 게다가 지수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패시브 ETF의 특성상, 부실기업이나 불공정거래 의혹이 있는 기업이라도 지수에 잔류하는 한 의무적으로 매수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한쪽에서는 부실기업 퇴출을 외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ETF라는 인공호흡기를 통해 해당 기업에 국민의 자금을 들이붓는 정책적 충돌을 피할 수 없다.

포트폴리오를 실시간 공개해야 하는 국내 액티브 ETF 제도 역시 거래량이 적은 코스닥 시장에서는 작전 세력의 선행매매 노림수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자본시장의 연금술이라 불리는 ETF는 건강한 기초체력(개별 기업의 펀더멘털) 위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장기 유동성 공급이라는 제 역할을 해낸다.

부실 징후가 가득한 왜곡된 시장에 자금 유입 통로만 넓히는 것은 투기판에 판돈을 더 얹어주는 것과 다름없다.

투자자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시장의 변동성이 아니라 ‘불공정성’이다. 횡령과 배임, 분식회계와 허위공시가 반복되는 시장이라면 ETF 상품을 수백 개 늘린들 장기 자금은 머물지 않는다.

코스닥이 진정한 혁신의 요람으로 도약하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유동성 공급이 아닌 ‘신뢰의 회복’이다. 철저한 부실기업 솎아내기와 시장 정화가 선행된 뒤에 ETF를 성장의 촉매로 삼아도 결코 늦지 않다. 순서가 바뀌면 유동성은 축복이 아니라 독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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