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_김호성의 K-방산 인사이트] 잘나가는 K-방산, 숫자 뒤를 살펴야

입력 2026-06-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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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최고 수준 기록한 영업익률
고용비중 비해 中企 이익은 미미해
공급망 투자로 미래 경쟁력 키워야

최근 ‘2024년 방위산업 실태조사’를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다. 이 조사는 2024년도 실적을 기준으로 2025년에 실시된 가장 최신의 방위산업 실태조사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 방위산업은 마침내 제조업의 정점에 올라섰다. 방위사업청이 지난해 말 발간한 이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국내 방산 매출은 31조 4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였고,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12.5%에 이르렀다. 제조업 평균 5.1%의 두 배를 넘고, 바이오와 전자, 자동차 등 주요 업종을 모두 제친 수준이다. 최근 5년 수출액도 해마다 평균 48.6%씩 늘었다. 누가 봐도 박수가 나오는 성적표다.

그런데 데이터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박수 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던 숫자들이 눈에 들어온다. 외형이 정점이라고 해서 속까지 건강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성장이 빠를수록 그 성장이 무엇에 기대어 이뤄졌는지 함께 봐야 한다. 실태조사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일은 누가 하고, 몫은 누가 가져가나’의 문제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방산 전체 고용의 34.8%, 생산직만 보면 40.3%를 책임진다. 그런데 정작 이들이 손에 쥐는 몫은 매출의 17.9%, 영업이익의 10.3%, 수출의 4.3%에 그친다. 고용에서 35% 가까이 떠안고도 수출 보상은 4%대에 머문다. 기여와 보상의 격차가 여덟 배를 넘는 셈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 차이도 2023년 2.8%포인트(p)에서 2024년 7.1%p로 한 해 만에 2.5배 벌어졌다. 수출 호황의 온기가 부품과 소재를 대는 후방 기업까지는 좀처럼 닿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둘째는 ‘무엇을, 어디에 팔아 정점에 올랐나’의 문제다. 화력과 기동, 즉 자주포와 전차 분야가 2024년 방산 수출의 73%, 영업이익의 70%를 차지했다. 시장도 좁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무기 이전 자료를 보면, 최근 5년 한국 수출에서 폴란드 한 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46%에 달한다. 소수의 품목을, 소수의 나라에, 한 번 파는 방식으로 정점을 만든 셈이다. 뒤집어 말하면, 폴란드 납품 물량이 고비를 넘기는 순간 성장률은 자연스럽게 둔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셋째는 연구개발(R&D)의 정부 의존 문제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방산 R&D 재원의 77.6%가 정부 몫이고, 기업이 직접 투자한 돈은 22.4%에 불과하다. 물론 기업의 자체 투자는 특정 시점, 특정 사업에 따라 출렁이기 마련이라 한 해 수치만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2024년 자체 R&D가 전년보다 50% 넘게 뛴 데에는 일회성 요인이 컸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그렇기에 더더욱, 4분의 3을 정부에 기대는 구조 자체는 짚어야 한다. 정부 과제는 오늘 군이 필요로 하는 것을 채우는 데 강하지만, 시장의 다음 수요를 기업이 스스로 내다보고 베팅하는 미래 투자와는 결이 다르다. 호황의 이익이 자체 기술로 재투자되는지, 아니면 정부 과제에 안주하는지가 다음 10년을 가른다.

여기에 사람 문제까지 겹친다. 근속 3년 미만 인력 비중은 2020년 12.7%에서 2024년 31.2%로 4년 만에 2.5배로 뛰었고, 10년 이상 숙련 인력은 8.7%p 줄었다. 수출 호황이 대규모 신규 채용을 부르는 사이, 정작 현장의 노하우를 쥔 베테랑은 빠르게 옅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정점 다음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답은 ‘판 다음의 시장’에 있다. 흔히 무기체계 평생 비용의 60~70%는 구매 이후 30년, 즉 운용과 정비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이미 팔려나간 K2, K9, FA-50, 천무 같은 플랫폼을 정비, 부품 공급, 성능개량, 교육훈련, 후속 군수로 잇는 시장은 잘만 설계하면 편중과 의존, 단절이라는 세 그늘을 한꺼번에 누그러뜨릴 출구가 된다.

문제는 우리가 이 시장을 제대로 분석하고, 제대로 준비하고 있느냐다. 유지·보수·정비(MRO)는 구호로 들어갈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어느 나라가 어떤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지, 그 장비가 언제 도입됐는지, 앞으로 어느 시점에 정비와 성능개량 수요가 발생하는지를 데이터로 짚어내야 한다. 수출 계약서에 장비 가격만 적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이제는 정비창, 부품 공급망, 기술이전, 교육훈련, 성능개량 패키지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정점에 올랐다는 것은 분명 기회이지만, 동시에 방심하기 쉬운 순간이기도 하다. 지금 성과가 좋다고 해서 현재 방식이 앞으로도 계속 통한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매출과 이익이 가장 좋을 때 그 돈을 자체 기술 개발, 숙련 인력 양성, 중소 협력업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공급망에 다시 투자해야 한다. K-방산의 다음 10년은 더 많이 파는 데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이미 판 무기를 얼마나 오래 책임지고, 정비와 부품 공급, 성능개량까지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느냐가 진짜 경쟁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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