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닫으면 쿠팡 간다"…온라인 침투율 60% 시대의 역설
"골목상권 아닌 이커머스가 공통의 적", 상생 패러다임 전환 시급
'평일 휴업' 전국 확산 조언, SSM 도심 물류 거점으로 육성해야

하림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로 기업형 슈퍼마켓(SSM) 시장 재편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제도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SSM을 중심으로 도심권 1시간 내외 퀵커머스(즉시배송) 경쟁은 격화하는 반면 유통 관련 규제는 답보 상태이기 때문이다. 쿠팡, 컬리 등 이커머스가 시·공간 제약없이 급성장하는 사이 대형마트와 SSM은 규제에 묶여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은 대형마트와 SSM를 상대로 월 2회 의무휴업, 심야 영업 제한, 출점 규제 등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 이커머스 기업들은 새벽·즉시배송 등으로 사실상 24시간 영업이 가능해 규제에서 자유롭다. 이런 와중에 SSM 기업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근거리 장보기 수요가 폭증, 1시간 이내 즉시배송이 가능해 ‘도심형 물류 거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국 1450여 개의 SSM 유통망은 이커머스 물류 인프라에 맞설 사실상 유일한 오프라인 채널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유통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SSM의 심야·새벽 배송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소상공인 업계는 유통법 규제를 완화하면 골목상권 침해가 심화될 수 있다며 계속 반발하고 있다.
문제는 10여년 넘게 국내 유통 채널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점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eMarketer) 등에 따르면 국내 기업대소비자(B2C) 전자상거래 침투율은 현재 60%다. 이는 중국과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10명 중 6명은 대형마트나 SSM 대신 이커머스를 쓴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현행 유통법 규제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해 결과적으로 ‘쿠팡의 독주’를 심화시켰다고 진단한다. 본지 자문위원인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형마트가 문 닫으면 소비자들은 시장이 아닌 쿠팡 앱으로 향한다”며 “소비자들이 ‘탈팡’을 하고 싶어도 대안이 없어 (개인정보 사태에도) 계속 쓰는 구조”라고 봤다. 그는 “SSM이 가성비 상품을 판매하고 퀵커머스 경쟁력을 키우면 쿠팡의 독주를 견제할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본지 자문위원인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유통법 규제가 소비자 편의를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쉬는 날인지 매번 확인해야 하고 야간에 배송도 안 되면 소비자들은 떠날 수밖에 없다”며 “한국에서 상시 영업 여부는 서비스업에서 결정적인 차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유통채널 간 싸움의 판도 자체가 바뀌었다고 짚었다. 그는 “지금 오프라인 유통업체와 골목상권이 싸울 때가 아니라, 양측 모두의 적은 이커머스와 배달 플랫폼”이라며 “대형마트를 누를 게 아니라 소상공인이 온라인 환경에 적응하도록 정부가 돕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단기적 대안으로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미 대구시, 서울 서초구 등에서 시행해 효과를 확인했고 현행법상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바꿀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2~3년 뒤 일몰제를 통해 영업시간 규제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SSM을 도심 내 퀵커머스 그물망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한 이커머스에 대항할 오프라인 매장이 사라지면 특정 플랫폼에 대한 시장 통제력을 잃게 되는 만큼, 상생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하림의 참전으로 SSM 시장이 재편되는 이 시점이 유통법 규제 체계 전반을 뜯어고칠 ‘골든타임’이란 점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