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위탁운용사 선정에 코드 이행 반영”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안이 공개되면서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 활동을 실질화하기 위한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정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의결권 자문기관 활용 등 세부 이행 과정에서 기관투자자의 최종 판단 책임과 자율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숙미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한국ESG기준원·한국거래소 주최로 열린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한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 공청회’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는 자율규범으로서 시장의 자발적 참여와 유연성에 강점이 있는 만큼, 책임 활동의 실질을 높이면서도 기관투자자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위축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가 스튜어드십 코드의 핵심이라고 짚으면서도, 3월 주주총회 집중으로 기관과 의결권 자문기관이 안건을 충분히 검토하기 어려운 현실도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은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 자산군을 기존 국내 상장주식에서 채권, 부동산, 인프라, 비상장주식, 해외 자산 등으로 넓히는 것이 핵심이다. 기관투자자가 투자대상회사를 점검할 때 지배구조뿐 아니라 환경·사회 등 지속가능성 요소도 함께 살피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 활동 범위도 확대된다. 개정안은 주주활동 결과를 투자 의사결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다른 기관투자자와 협력해 주주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안내지침을 새로 마련했다. ‘원칙 준수 및 예외 설명’ 방식도 강화해 원칙을 기본적으로 준수하되, 예외적으로 일부 원칙이 기관 특성에 맞지 않아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 그 이유와 대안을 충분히 설명하도록 했다. 기관투자자는 매년 수탁자 책임 활동 보고서를 한국ESG기준원에 제출해야 한다.
토론 과정에서는 개정안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보완 의견도 나왔다. 김지안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의결권 자문기관은 보조 수단인 만큼 개별 안건에 대한 최종 판단과 책임은 기관투자자에게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또 ‘원칙 준수 및 예외 설명’이 선언적 공시에 그치지 않으려면 기관이 어떤 위험을 식별했고 어떻게 대응했는지 등 행동과 결과 중심의 설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도 개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 세부 설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이번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안이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와 협력적 관여를 반영해 실효적 규범으로 진화한 점을 환영한다”면서도 “연차보고서 제출 등 공시 확대에 대해서는 비례성과 영업비밀을 보호하는 합리적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실장은 “그간 이행보고서가 체크리스트 수준에 그쳤다면 앞으로는 주주활동이 성과 중심으로 기술돼야 한다”며 “국민연금은 위탁운용사의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수준을 점검하고, 그 결과를 위탁운용사 선정에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지윤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수익자는 기관투자자가 어떤 투자철학과 판단기준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는지 알 권리가 있다”며 “기관투자자의 판단 기준, 의사결정 과정 및 수탁자 책임 이행 현황에 대한 정보 공개를 강화하고 실제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여부를 평가하는 사후 평가제도도 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기관투자자의 자율성은 어디까지나 수탁자로서 고객에 대한 책임을 다할 때 존중받을 수 있다”며 “앞으로는 체계적인 이행점검과 점검 결과에 대한 투명한 공개를 통해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 활동이 더욱 내실화되고 시장의 신뢰를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