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는 중국에 버금가는 경제산업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도 1인당 국내총생산(GDP) 5000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중국의 1인당 GDP가 이미 1만달러를 넘었고 이웃 말레이시아도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번 자카르타 방문을 함께한 한국의 한 중견 건설업체 대표의 인도네시아 진출 경험은 동남아시장, 그것도 그 중심에 있는 인도네시아의 시스템 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이 건설기업은 교량 건설에 특화된 세계적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교량 기술력의 핵심은 교량을 연결하는 두 기둥 사이의 간격을 얼마나 길게 확보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유지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한다. 그런데 3년 전 한국의 중견 기술기업이 세계 최초로 자카르타에서 두 기둥 간 거리가 100m가 넘는 교량을 건설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145m까지 연장된 교량 건설을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기업 대표가 만난 인도네시아의 건설 관련 부처와 자카르타시 기술공무원들은 우리 기업의 엔지니어링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이러한 교량 공사를 선뜻 맡길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기술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인적 기술역량이 갖추어져 있었기 때문이라는 평가였다. 또한 대형 크레인을 확보하고, 전문 기능인력을 통해 한국의 경험을 보고 배우며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도 프로젝트 진행의 중요한 관건이었다고 자평하였다.
자카르타의 100m 교량 프로젝트는 기존 교통흐름과 도로망을 흩뜨리지 않고 야간 공사 형태로 모듈화된 블록을 끼워 맞추는 시스템 공사이다. 따라서 전문성과 신속성, 그리고 무엇보다 안전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을 자카르타에 장착시키기 위해서는 소프트파워가 뒷받침된 시스템 역량이 축적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인도네시아가 향후 10년 내 글로벌 톱10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는 시스템을 어떻게 축적하느냐에 달려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도네시아를 이끄는 조직에는 우수한 인재와 국가 발전에 대한 소명의식이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역량과 의식을 어떻게 시스템화하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특히, 기술 중심, 사람 중심의 시스템을 축적해 나갈 때 자원부국으로서의 잠재력을 경제산업 강국으로 펼쳐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엔지니어링 기술은 이러한 시스템을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다양한 개도국으로 확산시키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과거 교량, 고속철도, 원자력 발전과 같은 분야는 오랫동안 선진국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지만, 교량이나 인프라와 같은 분야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지속적인 기술 축적을 통해 이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중견기업들의 글로벌 선진기술 이미지는 아직 충분히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글로벌 시장 진출과 우리기술의 글로벌 테스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때가 되었다. 한국은 이제 첨단산업의 테스트베드(Test-bed) 국가로 주목받고 있다. 엔비디아와 같은 글로벌 기술기업이 한국을 찾듯, 이제는 우리 기술 강소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도 글로벌 테스트베드와 마켓플레이스 구축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개발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원조를 제공하는 국가로 성장했다.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과 같은 해외 원조 프로그램도 단순한 지원을 넘어 우리 기술의 글로벌 진출 내지 테스트베드 구축을 위한 플랫폼으로 적극 활용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제는 한국의 멋과 맛, 그리고 다양한 문화를 세계 곳곳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이다. 이제 우리 중견·강소기업의 첨단기술력 또한 글로벌시장에서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매치메이킹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