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AI로 업무시간 주당 1.5시간 아꼈지만⋯생산성 제고는 아직"

입력 2026-06-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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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숙련ㆍAI 고강도 사용자에 효과 커⋯잠재 생산성 1% 향상 효과
업무시간 단축에도 생산성 효과 '극과 극'⋯임금 근로자는 '제자리'
"기술 도입 초기 시차⋯신입 대체로 인적자본 축적 단절 가능성도"

▲AI 생성 이미지(제미나이)
▲AI 생성 이미지(제미나이)

AI(인공지능)가 최근 기업 업무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는 가운데 AI가 업무시간을 주당 1시간30분 단축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이 같은 업무시간 단축이 실제 생산량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AI 생산성 단절(Disconnect)'이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7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연구팀은 BOK이슈노트 'AI 도입은 생산성을 높이는가? 초기 3년의 효과 분석' 발표를 통해 생성형 AI 도입에 따른 업무시간 변화를 정량적으로 추정한 결과, 생성형 AI 활용 근로자의 평균 업무시간은 도입 전보다 3.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 40시간 근무 기준으로 주당 약 1.5시간(1시간 30분) 절감에 해당한다.

한은 은 이처럼 절약된 노동 시간이 전적으로 생산 활동에 다시 투입된다고 가정할 경우 약 1.0% 수준의 ‘잠재적 생산성 향상’ 효과가 존재한다고 추정했다. 2022년 말 챗GPT 출시 이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3.9% 성장하는 동안 생성형 AI 잠재적 기여도가 약 1.0%포인트(p)에 달했다는 것이다. 직업별로는 전문직(2.8%)과 사무직(1.9%)에서 시간 절감 효과가 가장 두드러졌다. 작업 별로는 교육자료 개발(24.6%)이나 통계·데이터 분석(13.5%) 등 인지적·비정형 업무에서 높은 효율성을 보였다.

문제는 AI 발전이 가져온 '시간적 여유'가 아직 산업 현장에서 생산성 제고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이 개별 근로자 단위별 업무 시간 절감률과 업무 처리량 증가율 간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두 변수 간의 상관계수는 ‘0’으로 수렴했다. AI로 업무를 일찍 끝내고도 남은 시간에 고부가가치 업무를 더 수행하거나 생산량을 늘리지 못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이러한 ‘생산성 단절’의 주된 원인으로 △업무 흐름의 경직성 △생산 과정 내 의사결정·승인 단계의 병목 현상 △성과 연동 보상 구조 부재를 꼽았다. 특히 성과가 소득과 직결되고 업무 자율성이 높은 자영업자나 전문직에서는 AI 활용을 통한 생산 증가 효과가 뚜렷하게 관찰된 반면, 조직 내 역할과 협업 방식이 고정된 임금근로자의 생산성 단절이 뚜렷했다. 보상 구조 왜곡이나 경직된 조직 문화가 AI의 경제적 가치 창출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은은 이 같은 현상을 두고 기술 도입 초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J-커브(J-curve)’ 또는 ‘솔로우 역설(Solow Paradox)’의 과정이라고 봤다. 과거 컴퓨터나 인터넷 도입 초기 때처럼, 범용 기술이 거시 생산성 지표로 확인되기까지는 기업의 조직 재설계와 노동시장 구조 전환 등 보완적 투자가 뒤따라야 하므로 일정 기간 시차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또한 AI 도입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해서도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전통적으로 신입·저연차 근로자들은 데이터 정리, 기초 보고서 작성 등 표준화된 업무를 수행하며 업계 숙련도를 쌓아왔는데, 이 영역을 AI가 대체하면서 인적자본 축적 경로가 끊어질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 고용연구팀은 "향후 정책의 초점은 단순한 AI 기술 확산을 넘어 기업 내부의 업무 프로세스 정비와 직무 재배치 등 실제 생산성으로의 ‘전환 과정’을 지원하는 데 두어야 한다”며 “신입 사원들이 표준화 업무를 거치지 않고도 초기부터 열린 업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학습 기회를 의도적으로 재설계해야 장기적인 성장 기반 약화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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