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상승장에선 ‘다음 급지’를 주목해야

입력 2026-06-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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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장이 시작되면 사람들은 늘 같은 곳을 바라본다. ‘잠실이 올랐다. 반포가 신고가를 썼다. 마포가 다시 움직인다.’ 뉴스도, 유튜브도, 커뮤니티도 이미 오른 곳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큰 수익은 이미 오른 곳을 산 사람보다 아직 오르지 않은 곳을 산 사람이 가져간다는 것이다. 상승장은 생각보다 단순하게 움직인다. 1급지가 먼저 움직이고, 그 다음이 움직인다. 그리고 그 다음이 움직인다. 시장은 파동처럼 퍼진다.

핵심지 오를 때 자금은 더 싼 곳 찾아

송파가 오르면 위례가 반응한다. 광교가 오르면 팔달재개발이 움직인다. 래미안 메가트리아가 오르면 안양역 신축들이 따라간다. 서울 핵심지가 신고가를 쓰는 동안 사람들은 그 숫자에 집중하지만 실제 자금은 이미 더 싼 곳을 찾기 시작한다. 비싼 곳에서 싼 곳으로, 대장에서 준대장으로, 상급지에서 바로 아래 급지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급지 이동은 결국 자금 이동의 다른 표현이다. 그래서 상승장에서는 의외로 미래를 예측할 필요가 없다. 대신 순서를 읽어야 한다.

이미 출발한 곳이 어디인지, 아직 출발하지 않은 곳이 어디인지. 이것만 찾으면 된다. 최근 위례 사례가 대표적이다. 송파 주요 단지들이 가격을 회복하는 동안 위례 일부 대형 평형은 과거 대비 가격 우위가 사라진 채 남아 있었다. 시장 전체가 오른다고 모두 동시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늦게 반응하는 곳이 있다. 그리고 그 차이는 결국 메워진다.

같은 현상은 단지 안에서도 발생한다. 영등포 아트자이에서는 24평과 33평, 45평과 54평의 가격 차이가 크게 줄었다. 상승 초반에는 진입장벽이 낮은 소형이 먼저 오른다. 하지만 어느 순간 사람들은 생각한다. “조금만 더 보태면 더 넓은 집을 살 수 있는데?” 그 순간 자금은 다시 이동한다. 지역 간 급지 이동이 있다면 평형 간 급지 이동도 있는 셈이다.

입주장 역시 마찬가지다. 입주장에서는 집값보다 잔금이 더 중요해지는 사람이 많아진다. 좋은 집이 싸게 나오는 이유다. 집이 나빠서가 아니다. 매도자가 급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입주장은 다음 순서를 사기에 가장 좋은 시기 중 하나다. 모두가 공급 폭탄을 이야기할 때 실제로는 가장 좋은 동호수가 시장에 나오는 시기이기도 하다.

자산 불리는 핵심은 ‘싸게 사는 것’

청약도 같은 논리다. 많은 사람들이 강남 청약만 바라본다. 하지만 자산을 키운 사람들의 경로를 보면 의외로 대부분 첫 번째 집이 강남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당첨 시 수익금만 계산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수익 규모가 아니라 할인율이다. 시세 8억원짜리를 6억원에 사는 것과, 시세 20억원짜리를 18원억에 사는 것 중 무엇이 더 좋은 투자일까. 시장은 종종 비슷한 답을 준다.

자산을 불리는 사람들은 비싼 곳을 사는 사람이 아니라 싸게 사는 사람들이다. 그 시대의 ‘다음 순서’를 잡으면서 자산을 키워왔다. 상승장의 핵심은 목적지가 아니라 경로다. 상승장이 오면 사람들은 가장 좋을 것을 찾는다. 하지만 시장은 늘 같은 방식으로 움직인다. 선봉대는 방향을 알려주고, 수익은 다음 순서가 만든다. 좋은 투자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반드시 메우게 될 가격 차이를 발견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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