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은폐된 결핵

입력 2026-06-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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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 진료나 입원 환자를 살피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질환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겉으로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보이지만, 검사 과정에서 숨어 있던 병이 드러나기도 한다.

최근에는 결핵 환자가 많이 줄었지만 무증상 환자나 잠복결핵은 여전히 적지 않다. 특히 요양병원에서는 뇌경색이나 치매 등으로 장기간 병상 생활을 하는 환자들이 많다. 이 과정에서 면역력이 저하되면 잠복해 있던 결핵균이 다시 활성화되기도 한다. 또한 의료기관 종사자들에 대한 결핵 검사가 확대되면서 외래에서도 잠복결핵 양성 판정을 받는 사례를 흔히 접하게 된다.

결핵은 증상이 뚜렷하거나 흉부 엑스레이에서 이상 소견이 보이면 비교적 쉽게 진단된다. 그러나 증상이나 이학소견이 모호한 경우에는 PCR 객담검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검사는 객담 속 결핵균의 DNA를 증폭해 숨어 있는 균을 찾아내는 방법이다. 활동성 결핵으로 확인되면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반면 증상도 없고 흉부 엑스레이에서도 정상이지만 잠복결핵검사(IGRA)에서 양성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는 과거 결핵균에 노출된 흔적을 면역세포가 기억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현재 발병 상태는 아니지만 면역력이 떨어질 경우 활동성 결핵으로 진행될 위험이 있어 예방적 치료를 권고한다. 필자는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며 ‘결핵균 PCR’이라는 시를 쓴 적이 있다.

“웅크린 DNA/ 복제는 칼날이 되고/ 가래 속/ 숨은 균이 드러난다// 말하지 않는 입/ 가려진 얼굴/ 폐에 잠복된 유전자의 서열// DNA로/ DNA를 잡는다”

이 시는 숨어 있는 결핵균을 사회 속 은폐와 거짓의 메타포로 확장한 작품의 일부이다. 과학이 보이지 않는 진실을 밝혀내듯, 사회 또한 감추어진 거짓과 위험을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는 생각을 담았다.

결핵은 지금도 다양한 형태로 우리 곁에 존재한다. 증상이 없거나 조용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에 조기 발견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감춰진 것을 드러내는 일, 그것은 결국 우리 모두의 책임이며 사회와 생명을 건강하게 지키는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서종호 부천시민의원 진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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