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가 만든 황당한 콘텐츠가 수천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확산하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인터넷 문화의 변화에 대한 분석이 나왔다.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AI 생성 콘텐츠인 이른바 'AI 슬롭' 현상이 온라인 문화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틱톡 계정 'ai.cinema021'은 3월 AI로 제작한 연애 예능 시리즈 '프루트 러브 아일랜드(Fruit Love Island)'를 공개했다. 해당 콘텐츠는 근육질 바나나와 여성으로 의인화된 과일들이 연애 프로그램을 펼치는 형식으로 제작됐다.
영상 속 등장인물들은 현실 예능 프로그램을 흉내 낸 대화를 나누지만 장면마다 옷차림이 바뀌거나 장소와 시간대가 뒤섞이는 등 수많은 오류가 발견된다. 일부 장면에서는 특별한 이유 없이 등장인물들이 공중제비를 도는 모습도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시리즈는 회당 10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이후 '과일 친자 확인 재판', '임신한 브로콜리 드라마' 등 유사한 AI 콘텐츠까지 잇따라 등장하며 하나의 하위 장르로 확산됐다.
NYT는 이 같은 인기가 콘텐츠 자체에 대한 호감 때문이라기보다 부정적인 반응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용자들이 "인터넷이 왜 이렇게 됐느냐"며 황당함과 불쾌감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알고리즘이 관심 신호로 인식해 더 많은 사람에게 노출했다는 것이다.
매체는 현재 소셜미디어가 AI 슬롭으로 넘쳐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종교적 이미지를 합성한 '새우 예수(Shrimp Jesus)'부터 기괴한 괴물 영상, 레고 스타일로 제작된 정치 선전물까지 각종 AI 생성 콘텐츠가 플랫폼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매체는 이러한 현상이 역설적으로 사라졌던 '모노컬처'를 되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모노컬처는 과거 방송과 영화, 음악 등을 다수가 동시에 소비하며 공통의 문화적 경험을 공유하던 현상을 의미한다.
과거 수천만 명이 같은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던 시대와 달리 현재는 알고리즘이 개인별로 서로 다른 콘텐츠를 추천하면서 공통의 문화 경험이 약해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AI 슬롭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보고 함께 비판하는 드문 콘텐츠가 되고 있다며, 인터넷이 무너뜨린 공통의 문화적 기반을 오히려 AI 콘텐츠가 일부 복원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