갸루, 왜 다시 예뻐 보이죠? [솔드아웃]

입력 2026-05-2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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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화제 되는 패션·뷰티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취향, 가치관과 유사하거나 인기 있는 인물 혹은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사는 '디토(Ditto) 소비'가 자리 잡은 오늘,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의 눈길이 쏠린 곳은 어디일까요?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갸루(ギャル),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겁니다.

수년 전 숏폼 플랫폼을 강타한 노래 가사에 "갸루!"가 등장하기도 했고요. 브이를 뒤집어서 내미는 '갸루 피스' 포즈도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인기를 끌었죠. 이 단어가 최근 다시 일상 곳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내 눈길을 끕니다.

이번엔 그룹 리센느가 불을 붙였습니다. 리센느 멤버들이 출연하는 유튜브 영상은 수백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그 중심에는 단언컨대 '갸루' 콘셉트가 있죠. 왠지 모르게 힘 빠지는 "거제, 야호" 구호는 강력한 중독성을 자랑하는데요. 거제시의 홍보대사 러브콜을 보내는가 하면, 한 증권사도 리포트 제목으로 '거제 야호'를 채택해 분야를 막론하고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입니다.

다만 갸루는 리센느의 유튜브를 계기로 튀어나온 새 유행이라기보다 이미 잘파세대 문화 전반에 스며들어 있던 흐름에 가깝습니다. 한때는 일본 청소년 문화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갸루, 왜 지금 또다시 갸루일까요?

▲(출처=리센느 공식 인스타그램)
▲(출처=리센느 공식 인스타그램)

갸루, 어디서 왔나?

갸루라는 말은 영단어 '걸(Girl)'의 일본식 발음에서 유래했습니다. 일본 전역은 물론 아시아 청소년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서브컬처인데요. 단순히 특정 패션 스타일을 지칭하는 것으로 알기 쉽지만, 오늘날엔 기성세대의 규율과 전통적인 여성상에 대항하는 태도와 맞물린 문화적 흐름으로도 해석됩니다.

이 문화는 시대에 따라 추구하는 미적 기준과 스타일이 급격히 변해왔습니다. 세부적인 카테고리도 한 손에 꼽기 어려울 만큼 많은데요.

우선 대표적인 갸루 스타일로는 코갈(Kogal)을 꼽을 수 있습니다. 주로 고등학생, 교복 스타일을 중심으로 하는데요. 줄인 짧은 치마에 명품 가방, 무엇보다 발목에 헐렁하게 내려 신는 루즈 삭스가 상징으로 통하죠. 1990년대 중반 일본의 전설적인 팝스타 아무로 나미에의 갈색 염색, 얇은 눈썹, 태닝한 피부를 따라 하는 '아무라' 열풍과 시부야·하라주쿠의 패션, 잡지 등 복합적인 요소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존 미적 기준을 완전히 전복한 스타일도 있습니다. 강구로(Ganguro)는 피부를 한껏 태닝하고 머리카락을 밝은 은색 혹은 금색으로 염색하는 스타일입니다. 야만바(Yamanba)·맘바(Mamba)도 빼놓을 수 없죠. 강구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태닝한 피부에 눈 주변과 입술만 하얗게 칠하는 스타일로 통하는데요. 화장뿐 아니라 화려한 형광색 옷, 스티커를 활용해 멀리서도 한눈에 띄는 파격적인 비주얼이 두드러집니다.

2000년대 중후반에는 오네 갸루, 히메 갸루 등 새로운 키워드가 등장했습니다. 우리말로 풀어내면 각각 '언니 갸루', '공주 갸루' 정도인데요. 태닝을 줄이고 보다 차분한 캐주얼을 지향하거나 레이스, 핑크색, 바비 인형 같은 헤어스타일이 이들 갸루의 특징으로 통합니다.

일본의 기성세대 사이 갸루는 '비행 청소년'으로 통했습니다. 다만 오늘날 갸루에 대한 해석은 상반된 모습인데요. 일본 특유의 '메이와쿠(남에게 폐 끼치지 않기, 튀지 않기)' 문화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철저한 자기만족적 문화로 받아들여집니다. "남들이 뭐라 하든 내가 예쁘면 그만"이라는 당당한 에너지가 이들 스타일의 공통된 매력이죠.

2012년 영국 BBC는 갸루 문화에 대해 "모든 나라엔 패션을 통해 자신을 정의하는 서브컬처가 있다. 서양에 고스, 히피, 그룬지 스타일이 있다면 일본에서는 갸루"라며 "짧은 치마, 거대한 힐, 눈을 크게 보이게 하는 화장 등 반항적 요소는 과거 눈살을 찌푸리게 했지만 소비력과 모험심, 문화 수출과 관련해 주목받고 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출처=웨이크메이크, 컬러그램 재팬 공식 X)
▲(출처=웨이크메이크, 컬러그램 재팬 공식 X)

패션·뷰티도 빠졌다…갸루 스타일링 해볼까?

갸루는 이웃나라의 지난 유행이 아닙니다. 국내에서도 갸루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데요. 28일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1년 전 29로 나타났던 '갸루' 키워드 관심도 수치는 최근 100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룹 하츠투하츠(Hearts2Hearts)는 22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 일본에서 갸루로 변신하는 모습이 담긴 자컨(자체 콘텐츠)을 공개했습니다. 배우 이민정은 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뷰티 크리에이터 시네의 도움으로 '히메 갸루'로 변신한 영상을 게재했고요. 모델 한혜진도 3월 갸루 스타일링을 받은 모습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습니다. 모두 수십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눈길을 끌었는데요. 이에 앞서 뷰티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 갸루 스타일링이 가능한 숍 방문기가 핫한 콘텐츠로 통하기도 했죠.

갸루의 귀환은 패션·뷰티 트렌드에서도 뚜렷하게 감지됩니다. 레그워머, 통굽 신발, 레오파드 패턴, 큼직한 헤어핀과 주렁주렁 달린 키링 같은 아이템은 최근 잘파세대 스타일링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코갈 스타일의 상징이었던 루즈 삭스와 레그워머는 걸그룹 무대 의상과 화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속 데일리룩에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짧은 스커트에 두툼한 양말을 내려 신거나, 통굽 신발과 키치한 액세서리를 더하는 방식인데요. 과거 갸루가 즐겨 사용하던 요소들이 하이틴·러블리 콘셉트와 만나 한층 가볍고 귀여운 방식으로 재해석되는 모습입니다.

뷰티에서도 갸루의 흔적은 뚜렷합니다. 눈을 크게 보이게 하는 진한 아이 메이크업, 존재감 있는 속눈썹, 혈색을 강조한 볼터치, 반짝이는 글리터와 큐빅 장식 등이 대표적이죠. 과거 갸루 메이크업이 강한 태닝과 대비되는 하얀 포인트 메이크업으로 '파격'을 강조했다면, 요즘의 갸루식 뷰티는 부담을 덜어낸 채 키치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업계도 이 흐름을 놓치지 않습니다. 색조 브랜드 컬러그램은 짱구와 컬래버레이션한 제품을 일본에서 출시하는데요. 그냥 짱구가 아니라 '갸루 짱구'입니다. 리본이 포인트인 교복과 니삭스를 착용하고 속눈썹을 강조해 깜찍하면서도 화려한 생김새죠.

웨이크메이크도 '갸루 헬로키티 에디션'을 일본에서 출시했는데요. 국내에서도 뜨거운 관심이 이어지면서 판매를 앞두고 있습니다. 아이섀도우 팔레트와 블러셔, 글로우 스틱 등 총 3종류가 올리브영 온라인몰 한정으로 발매되지만 '소량' 판매인 만큼 금세 동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갸루 스타일링에서 빠지지 않는 호피 무늬의 인기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스파오는 여름을 맞아 키치한 디자인의 반팔 파자마, 레오파드 슬립을 출시합니다. 이와 함께 출시되는 숄더백도 호피 무늬죠.

최근 축고정 렌즈로 이름을 각인한 컬러렌즈 브랜드 마이피픈도 트렌드에 발맞춰 갸루 렌즈를 냈습니다. 눈을 강조하기 위해 13.9㎜의 직경을 선택했다는데요. 1990년대 감성을 담아 가시형 그래픽을 채택했다는 설명도 더해졌습니다.

▲(출처=하츠투하츠 공식 유튜브 채널 캡처)
▲(출처=하츠투하츠 공식 유튜브 채널 캡처)

클린걸 대신 갸루 오나

갸루가 다시 주목받는 배경에는 여전히 이어지는 Y2K 열풍이 있습니다. 1990년대 말~2000년대 초반 유행했던 스타일이 지금의 10·20대에게는 낡은 과거가 아니라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감각으로 받아들여지는 건데요. 루즈 삭스와 레그워머, 통굽 신발, 화려한 네일아트, 플래시를 터뜨려 찍은 듯한 사진, 큐빅과 스티커로 꾸민 소품 등은 '키치'라는 키워드와 함께 소비됩니다. 이에 발맞춰 패션·뷰티 브랜드 역시 '갸루' 콘셉트를 내세우면서 새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는 중입니다. 갸루가 단순한 온라인 밈(meme)에 그치지 않고 실제 소비재의 콘셉트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두드러지죠.

무엇보다 갸루의 부상은 잘파세대의 자기표현 방식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오픈서베이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Z세대 2025 리포트 트렌드'에 따르면 Z세대의 89%는 MBTI, 퍼스널 컬러, 체형 진단 등 ‘자기이해 도구’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는데요. 자신을 해석하고 취향을 분류하고 그에 맞는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일이 익숙한 세대라는 의미기도 합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갸루는 단순한 복고 패션을 넘어 하나의 '콘셉트'이자 '추구미'로 소비됩니다. 진한 속눈썹과 큰 렌즈, 반짝이는 네일, 호피무늬, 리본, 통굽 신발처럼 존재감이 분명한 요소들은 내 취향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클린걸' 트렌드의 완벽하게 단정한 아름다움보다 콘셉트가 확실한 스타일, 남들이 보기 좋은 모습보다 스스로 재미를 느끼는 꾸밈을 추구하는 분위기와 맞물린 셈인데요. 각자가 재해석할 새로운 갸루에도 관심이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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