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ㆍ반도체ㆍ스타트업 등 뒤이어
韓 경제 자금배분 대전환 속도전
자금회수 불확실성 공존에 신중론
67% "제도적 보완책 병행돼야"

가계와 부동산 담보대출에 묶여 있던 은행권의 ‘돈길’이 실물경제 분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국내 주요 은행장들은 중소기업과 첨단·지역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생산적 금융’을 하반기 경영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자금 배분의 대전환에 속도를 낸다. 은행이 단순한 이자수익 창출을 넘어 국가 경제의 자금 순환을 책임지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이투데이가 다음달 18일 개최하는 ‘2026 대한민국 금융대전: 돈의 길을 바꿔라’를 앞두고 인터넷전문은행 3개사를 포함한 국내 18개 은행장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12개사 응답), 응답자의 83.3%가 생산적 금융을 하반기 최우선 또는 주요 경영과제로 반영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중 절반인 50.0%는 ‘최우선 과제’로 꼽아 높은 주목도를 반영했다. 반면 ‘일부 사업 부문에서 반영’하거나 ‘제한적으로 검토한다’는 응답은 각각 8.3%에 그쳤다.
은행장들이 생산적 금융 지원이 가장 시급하다고 꼽은 분야는 ‘중소기업’과 ‘지역산업’이었다. 복수응답 기준으로 두 분야 모두 50.0%의 선택을 받아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인공지능(AI)이 33.3%로 뒤를 이었고, 반도체·인프라·기후에너지전환은 각각 16.7%를 기록했다. 스타트업·벤처와 수산업은 각각 8.3% 머물렀다. 미래 첨단산업뿐 아니라 현장성이 큰 중소기업과 지역산업이 동시에 부각된 것은 자금 공급의 방향성이 특정 산업 쏠림을 넘어 지역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생산적 금융 확대라는 대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은행의 공공적 역할 확대에 따른 리스크를 우려하는 신중론도 적지 않았다. 하반기 과제를 묻는 질문에 ‘필요하지만 제도적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는 응답이 66.7%로 가장 많았다. ‘상업금융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는 의견은 16.7%였으며, ‘취지에는 공감하나 은행 부담이 커질 수 있다’와 ‘매우 필요하다’는 응답은 각각 8.3%로 집계됐다.
이는 중소기업과 지역산업의 경우 자금 지원의 필요성은 크지만, 경기 민감도가 높고 자금 회수의 불확실성도 공존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생산적 금융의 지속 가능한 실행을 위해서는 건전성 관리를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가 필수적이라는 게 은행권의 시각이다.
한 은행장은 “생산적 금융은 단순히 대출 총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과 실물경제에 자금이 고르게 흘러가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자금 공급 확대와 건전성 관리 사이에서 정교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은행권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