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국내 증시는 미·이란 협상 진전 기대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일본 물가와 미국 금리 경로를 둘러싼 경계심리가 맞물리며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전쟁 리스크가 정점을 지났다는 기대는 살아 있지만, 여전히 매크로와 지정학 뉴스플로우가 시장의 방향을 흔드는 국면인 만큼 주도주 중심의 대응이 유효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 = 21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장 초반 이란의 우라늄 방출 반대 보도, 엔비디아 셀온 물량, 월마트의 가이던스 부진 여파 등으로 약세를 보였으나 이후 이란의 반대 보도 부인과 미 국무장관의 협상 진전 발언에 힘입어 반도체주 중심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다우지수는 0.6% 올랐고, S&P500지수는 0.2%, 나스닥지수는 0.1% 상승 마감했다.
지난주부터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지정학 변수가 다시 핵심 위험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실제 5월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에서도 인플레이션 재발과 지정학 충돌, 금리 급등이 주요 잠재 리스크로 꼽혔다. 주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에 다시 매크로와 지정학이 깊게 개입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런 인플레이션·금리·지정학 불안은 결국 미·이란 전쟁이라는 큰 줄기에서 파생된 변수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시장이 연말 기준금리 경로를 다시 보수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대로 보면 미국과 이란의 협상 진전과 최종 합의문 도출이 가까워질수록 시장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불안도 함께 완화되는 경로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미국과 이란의 의견차가 좁혀지고 있다는 점은 안도 요인이다. 앞으로도 협상 관련 뉴스가 엇갈리며 시장에 노이즈를 줄 수는 있겠지만, 그때마다 일일이 매도 대응하기보다는 ‘확전 억제와 협상 진전, 이후 수습 국면’이라는 기본 시나리오를 유지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판단이다.
전일 국내 증시는 미·이란 협상 진전 기대, 엔비디아 어닝 서프라이즈, 삼성전자 노사 잠정 합의 등 대내외 호재에 힘입어 반도체와 로보틱스 등 주도 업종 중심으로 급등했다. 코스피는 8% 넘게 뛰었고 코스닥도 4%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단기 조정 국면에서 빠르게 반등하며 최근 낙폭을 상당 부분 만회한 셈이다.
금일 국내 증시는 전일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물량을 소화한 뒤 장중에는 미·이란 협상 뉴스플로우, 차주 월요일 휴장에 대한 관망심리 등에 영향을 받으며 중립 수준의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지수 방향성보다 업종별 온도차가 더 중요한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전일 코스피 급등 과정에서 상승 폭이 지수 평균을 웃돈 업종은 디스플레이, 자동차, IT가전, IT하드웨어, 반도체 등 일부 업종에 집중됐다. 이는 최근 계속 지적돼온 소수 업종 쏠림 현상이 여전히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앞으로도 쏠림 업종에서 차익실현이 한꺼번에 나오면 지수 전반의 변동성을 다시 키울 소지가 있다.
그럼에도 이런 쏠림을 모두 부정적으로만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진단이다. 수익률 상위 업종 가운데에는 단순 내러티브만 존재하는 종목이 아니라 반도체와 IT하드웨어처럼 실제 이익 체력이 높은 업종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그 충격을 상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힘은 결국 실적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주도주 집중 현상은 일정 부분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실제로 최근 조정 국면에서도 AI 밸류체인 관련주는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외국인 수급에서도 전일까지 10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오던 반도체와 IT하드웨어 업종이 순매수로 전환된 점은 눈에 띄는 변화다. 외국인이 전체 시장에서는 여전히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주도 업종으로는 다시 선택적으로 복귀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단기적으로는 일정 수준의 현금 확보를 통한 변동성 관리가 필요할 수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도 반도체와 IT하드웨어 등 AI 밸류체인 중심의 주도주 비중을 줄이는 대응은 후순위로 두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이다. 지금 시장은 전쟁 뉴스보다 실적 체력에 더 오래 반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