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 회자되는 이 말은 조직 운영의 본질을 묘하게 꿰뚫는다. 당장의 분배 문제에 조직 구성원은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뜻이다. 최근 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갈등을 보면서 문득 떠오른 문구다. 다행히 노사는 막판 자율조정에서 극적으로 합의하며 총파업이라는 파국은 피했다. 그러나 이번 갈등은 단순한 임금협상을 넘어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여러 과제를 드러냈다.
노조의 문제 제기 자체를 무조건 폄하할 수는 없다. 성과급 산정 기준이 불투명하다는 불만은 오래 누적돼 왔다. 특히 반도체 산업처럼 실적 변동성이 큰 업종에서는 “회사가 잘 벌었는데 왜 보상은 기대와 다른가”라는 의문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젊은 세대일수록 단순한 연봉 규모보다 보상 체계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중시한다는 점도 이해할 만하다.
문제는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과정에서 드러난 구조적 한계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명문화할 것을 요구했고, 회사는 미래 투자와 업황 변동성을 이유로 난색을 보였다. 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파열음은 결국 한국 산업현장이 성과 배분 기준과 노사 간 신뢰를 제도적으로 충분히 정립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는 단순한 사기업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삼성의 경쟁력은 수많은 이해관계자의 이해와 협력 위에 세워졌다. 임직원들의 헌신은 물론이고, 공장 유치를 위해 세제 혜택과 인프라를 지원한 지방자치단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국내외 주주, 협력업체와 지역 경제까지 모두 삼성의 성장과 연결돼 있다. 삼성전자 실적 하나에 한국 증시와 수출 지표가 흔들리는 게 현실이다. 법원 역시 가처분 결정에서 반도체 공정의 특수성과 글로벌 공급망 영향을 직접 언급했다. 웨이퍼 공정은 24시간 연속 운영을 전제로 하고, 생산라인이 한 번 멈추면 막대한 손실과 산업 전반의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국가 핵심 산업에서의 노사 갈등은 더 이상 기업 내부 문제만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노동권은 당연히 보장돼야 하지만, 동시에 공급망 안정성과 국민경제에 대한 책임 역시 함께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과거 제조업 중심의 노사관계 틀만으로는 첨단 산업 시대의 갈등을 조정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갈등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이번 합의로 반도체(DS) 부문 직원의 경우 1인당 최대 6억원을 성과급으로 받을 것으로 알려지자 당장 삼성전자 주주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주주들은 노사의 잠정 합의안을 위법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해 가처분 신청과 손해배상 청구 소송까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노사 갈등이 임직원 내부의 분배 문제를 넘어 주주 권익과 기업 경영, 산업 경쟁력 문제로까지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삼성 성과급 논란은 첨단 산업 시대의 노사 문제가 노동과 자본, 어느 한쪽의 논리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음을 방증한다.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산업 현장에서는 앞으로도 성과 배분과 노동권, 공급망 안정성 사이의 충돌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의 승패가 아니다. 성과 배분의 기준을 보다 투명하게 만들고, 노사와 주주, 시장이 모두 예측 가능한 원칙을 제도적으로 정립하는 일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지속 가능한 산업 경쟁력도, 노동의 권리도, 사회적 신뢰도 모두 공정한 ‘배식’ 위에서 가능하다.
김동선 에디터 겸 사회경제부장 matthe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