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자산 토큰화, 투자자 신뢰 확보에 달렸다

입력 2026-05-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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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권에서 ‘자산 토큰화(Tokenization)’가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부동산, 채권, 주식 같은 실물자산(RWA)을 디지털 토큰 형태로 발행해 거래하는 개념이다. 기술적 변화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금융거래와 자산 유통 방식 자체를 바꾸는 혁신에 가깝다. 이 변화는 이미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머니마켓펀드, 국채, 금 등 다양한 자산이 토큰화되어 거래되고 있으며, 시장 규모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가파르게 확대되고 있다. 중요한 점은 단순히 새로운 투자상품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금융시장의 작동 방식이 바뀌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전환 땐 거래 단순해지고 중개 비용 줄어

IMF는 최근 보고서(‘Tokenized Finance’)에서 자산 토큰화를 단순한 효율 개선이 아니라 금융시장 구조의 전환 흐름으로 평가했다. 기존 금융이 기관 중심의 신뢰에 기반했다면, 토큰화는 거래와 결제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금융인프라 위에서 신뢰를 구현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기대도 분명하다. 거래 과정이 단순해지고 중개 비용이 줄어들며, 실시간 결제가 가능해진다. 스마트계약 기반 결제 구조는 거래 상대방 위험을 줄일 수 있고, 고가 자산의 분할 투자도 가능하게 한다. 시간과 국경의 제약 없이 24시간 거래가 가능해진다는 점도 기존 금융과 다른 특징이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만큼 단순하지 않다. 전통 금융시장 전체 규모와 비교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투자자 권리와 관련한 법적 불확실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분산원장 기반의 스마트계약으로 자산 소유권을 표현하는 것과, 그 권리가 현실의 법체계 안에서 실제로 보호되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최근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을 통해 토큰화된 증권의 법적 권리를 기존 증권과 동일하게 인정하려는 논의가 한창이다. 결국 시장 확대의 핵심은 기술보다 법적 확정성과 제도적 신뢰에 있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지급결제 인프라의 변화다. 토큰화 금융은 실물자산만 디지털화한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거래와 결제를 실시간으로 연결할 수 있는 디지털 결제수단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 CBDC, 예금토큰 등의 논의가 확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토큰화 금융은 단순한 증권 발행 기술이 아니라 거래·결제·유통 구조 전체를 디지털 기반으로 재편하는 흐름에 가깝다.

韓, 제도 틀 구축… 해결할 과제도 많아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은 토큰증권 법제화를 통해 제도 틀을 먼저 구축했다. 2027년 초 시행을 앞두고, 토큰화된 자산을 기존 자본시장법 체계 안에서 규율하고 투자자 보호와 공시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하겠다는 방향은 이미 확정됐다. 그동안 음원 저작권, 부동산, 미술품 등 비정형 자산 조각투자 경험을 축적해 왔으며, 향후 K-POP 등 문화콘텐츠 기반 자산시장으로까지 확장될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물론 제도가 마련된다고 시장이 자동으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유동성 확보, 가치평가 기준, 투자자 보호, 플랫폼 간 연계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결국 시장의 성패는 기술 자체보다 실제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장에서 투자자 신뢰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는 점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자산 거래와 결제 방식을 디지털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한국 역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과도한 기대나 막연한 거부감이 아니라, 새로운 금융 혁신 흐름에 적극 대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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