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강요 ‘부실여신’만 키워
美·中은 빅데이터로 신용 평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원시적 약탈금융이 버젓이 살아남아 서민들의 목줄을 죄고 있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대출 구조가 정의롭지 않다고 비판해 왔다. 취임 후인 지난해 9월 국무회의에서도 최고 연 15.9%에 달하는 서민 대출 금리를 언급하며 “어려운 사람 대출이 더 비싸다. 금융이 가장 잔인한 영역 같다”며 제도 개선을 강도 높게 주문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잔인한 금융 계급장, 나도 공범”이라며 대출 구조개혁을 촉구했다. 김 정책실장은 “왜 가장 여유 있는 사람이 낮은 금리를 누리고, 가장 절박한 사람이 가장 비싼 이자를 내야 하느냐”는 이재명 대통령의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대응으로 보였다.
김 실장은 각 주체별로 명확한 역할 전환도 주문했다. 시중은행을 향해 “고신용자라는 온실 속에만 갇혀 있지 않도록 대출 구성을 흔들고 게임 규칙을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터넷은행을 겨냥해선 “과거 연체 기록이나 카드 이력만 보는 체리피킹은 사명이 아니다”라며 대안신용평가의 실질적 결과를 증명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서민금융기관도 새로운 형태로 모델을 조정하고 신규 주체를 허용해야 한다는 등 연일 중·저신용자의 금융시장 배제를 문제 삼으며 신용평가 체제 개편을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 시스템에서 중저신용자에게도 대출을 억지로 늘리면 부실 대출이 늘어날 위험이 있고 저신용자에 대한 저금리 대출 확대가 금융 시스템 근간인 신용평가 원리와 충돌할 수 있고 심할 경우 부실여신이 증가해 금융의 근간을 무너뜨릴 위험도 있다고 지적을 하고 있다. 정부가 이자 차이를 재정으로 보전하거나, 정책 자금·보증 확대 등 별도 서민금융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이 대안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의 금융 분야 공약인 ‘서민금융안정기금’ 설치 법안이 이번주 국회 정무위원회 문턱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민금융진흥원에 별도 기금을 만들어 햇살론 등 정책서민금융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내용으로, 여야가 큰 틀에서 법안 처리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은 서민금융진흥원 내에 서민금융안정기금을 설치하고, 기존 서민금융보증계정과 자활지원계정을 기금에 편입해 정책서민금융 재원을 상시적으로 운용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서민금융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재정출연이 아니고 금융회사 출연금 확대 방식이 반복되면 은행권 부담이 누적될 수 있다는 호소도 나오는 만큼 정책당국은 유의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신용점수 하위 20% 또는 차상위 계층 이하인 서민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인 ‘미소금융’의 연간 공급 규모를 향후 3년 동안 3000억 원에서 6000억 원으로 확대하고, 청년층 대출 비중을 50%로 늘린다. 사회진입 준비자금이 필요하지만 금융 이력이 부족해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청년 등을 대상으로 한 신규 대출상품도 내놓는다. 학원비 등 사회진입 준비자금이 필요한 미취업 청년을 대상으로 최대 500만 원을 만기 5년, 연 4.5% 금리로 대출해주는 ‘청년 미래이음 대출’이 대표 상품이다.
또한 일시적 재정 애로에 노출되기 쉬운 청년 자영업자를 위한 ‘청년 미소금융 운영자금 대출’ 한도를 2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확대하고 거치기간도 6개월에서 2년으로 연장한다. 정책서민금융을 성실히 상환했음에도 제도권 금융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차주에 연 4.5% 금리 최대 500만 원을 대출해주는 ‘금융취약계층 생계자금 대출’도 신설한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지방 거주 청년 자영업자에 대해 추가로 이자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를 거쳐 2분기 중 실시된다.
이처럼 여러 지원제도가 나오면 궁극적으로는 신용평가를 바탕으로 금리가 결정되고 금융의 원리를 바탕으로 공급되어야 금융권 부담도 늘지 않아 지속가능성이 있게 된다. 저신용자에게 높은 금리가 적용되는 것은 부실여신 비율이 그 만큼 높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중국 등에서는 대출신청자와 관련된 약 20 여만개의 빅데이터를 이용해 인공지능으로 신용분석을 한다. 그 결과 신용이력이 부족한 신청자에게도 낮은 금리의 대출이 가능해 지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불과 만개의 데이터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지 ‘잔인하다’ ‘공범’이다는 등 얘기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지금은 돈이 없지만 미래에는 갚을 의지와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빅데이터를 이용해 선별해 저렴하게 돈을 빌려주는 것이 진정한 포용적 금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