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진짜 다시 유행한다고?…동대문 뒤집은 '이 신발'

입력 2026-05-2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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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리슈즈. (사진=AI 생성)
▲젤리슈즈. (사진=AI 생성)

2000년대 초반 초등학생들의 여름을 책임졌던 추억의 '젤리슈즈'가 돌아왔다. 한때 유행이 지나며 자취를 감췄던 이 플라스틱 신발은 최근 패션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며 MZ세대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달라진 점은 신는 방식이다. 리본과 참 장식, 비즈 등을 활용해 신발을 취향대로 꾸미는 이른바 '신꾸(신발 꾸미기)' 문화가 확산하면서 젤리슈즈 역시 자신만의 개성을 담아 완성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른 더위와 DIY 소비 트렌드가 맞물리며 젤리슈즈 열풍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번지는 분위기다.

젤리슈즈 거래액 4696% 폭증

▲지그재그 젤리슈즈 거래액. (AI 기반 편집 이미지)
▲지그재그 젤리슈즈 거래액. (AI 기반 편집 이미지)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지그재그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4월 8일~5월 7일) 젤리슈즈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696%(약 48배) 급증했다. 봄철 대표 상품인 플랫슈즈(34%)와 스니커즈(19%)의 신장률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외에도 웨지 샌들 거래액이 156% 늘었고 플리플랍(144%)과 피셔맨 샌들(93%) 등 여름 신발 전반의 수요가 강세를 보였다. 지그재그 측은 올해 4월부터 낮 기온이 빠르게 상승하며 여름 상품 구매 시기가 앞당겨진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이달초 성수동에서는 한 젤리슈즈 브랜드가 팝업스토어를 열고 제품 판매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젤리슈즈는 5만원대에 판매됐으며 신발을 꾸미는 파츠 역시 개당 8000원 수준에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스 달고 참 붙이고"... 평일 오전 동대문 종합시장 부자재 상가 '인산인해'

▲동대문 신발 도매상가에서 젤리슈즈 꾸미기를 하는 모습. (출처='@be.m0ved' 틱톡 캡처)
▲동대문 신발 도매상가에서 젤리슈즈 꾸미기를 하는 모습. (출처='@be.m0ved' 틱톡 캡처)

온라인 플랫폼을 강타한 '신꾸(신발 꾸미기)' 열풍이 오프라인 도소매 시장의 풍경까지 바꿔놓고 있다. 최근 서울 동대문종합시장 5층 부자재 상가는 평일 오전 이른 시간부터 손에 젤리슈즈를 한 짝씩 들고 찾아온 20대 여성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이들은 매장 매대를 샅샅이 뒤지며 레이스, 꽃 장식, 리본, 참(Charm), 비즈, 배지 등 다채로운 부자재를 신발 위에 직접 대보고 조합을 고민한다. 기성 브랜드가 대량 생산한 똑같은 디자인에서 벗어나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신만의 커스텀 슈즈를 완성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오프라인 시장의 활성화는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면서도 개성을 포기하지 않는 젊은 층의 실속형 소비 성향이 반영된 결과다. 현재 시중에서 유행하는 유명 브랜드의 완제품 젤리슈즈는 켤레당 5만원 선을 호과한다. 반면 동대문 시장을 이용하면 약 1만5000원 안팎의 저렴한 무지 기본 신발을 구매한 뒤,개당 500원에서 2500원대인 파츠를 취향껏 추가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대폭 아낄 수 있다.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만족을 이끌어내는 이른바 '가성비 놀거리'로 입소문이 나면서 젊은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단순히 완제품을 구매하는 행위를 넘어, 소비자가 직접 디자이너가 되어 커스텀하는 과정 자체를 하나의 엔터테인먼트로 즐기는 분위기도 유행을 부채질하고 있다. 현장 상인들 역시 몰려드는 젊은 고객들을 잡기 위해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는 추세다. 매장 내에 원하는 색상이나 규격의 파츠가 없을 경우, 재료비와 소정의 수공비만 지불하면 현장에서 상인들이 즉석으로 맞춤형 파츠를 제작해 주기도 한다. 이러한 유연한 서비스 체계가 소장 가치를 중시하는 방문객들의 만족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신발 꾸미기 열풍이 유통가 전반을 휩쓴 '커스텀 트렌드'의 연장선에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MZ세대 사이에서는 몇 달 전부터 기계식 키보드의 키캡을 바꾸는 '키캡 꾸미기'나 모자에 배지와 고리를 다는 '볼캡 꾸미기'가 큰 인기를 끌었다. 일상적인 소품에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투영하던 꾸미기 문화의 타깃이 올여름을 앞두고 자연스럽게 '신발'이라는 패션 영역으로 확장된 모양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타고 번진 'DIY 놀이 문화'

▲인스타그램 '#젤리슈즈' 검색 화면. (출처=인스타그랩 캡처)
▲인스타그램 '#젤리슈즈' 검색 화면. (출처=인스타그랩 캡처)

이번 열풍의 배경에는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를 통한 콘텐츠 생산과 소비 체계가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인스타그램 내 '#젤리슈즈' 해시태그 게시물은 5만3000건, '#신꾸'는 5000건을 상회하며 플랫폼 내에서 관련 키워드가 가파르게 누적되고 있다.

특히 1분 미만의 숏폼 영상이 유행을 견인하는 핵심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패션 인플루언서와 크리에이터들이 직접 동대문 시장을 방문해 부자재를 고르는 과정부터 신발을 튜닝하고 착장까지 매치하는 전 과정을 압축해 보여주는 방식이다. 실제로 인플루언서 '지원'의 젤리슈즈 스타일링 게시물은 조회수 8만5000회를 기록했으며, 리빙·인테리어 크리에이터 '소영홈'이 게재한 젤리슈즈 제작 영상 역시 조회수 4만 회를 돌파하며 젊은 층의 참여를 자극하고 있다.

이처럼 SNS 상에서 유행하는 숏폼 콘텐츠는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청자들의 모방 심리를 자극해 직접 참여를 유도하는 피드백 루프를 형성한다. 인플루언서가 올린 '신꾸 튜토리얼' 영상의 댓글 창에는 재료의 구입처나 매칭 노하우를 묻는 질문이 이어지고, 일반 이용자들 역시 자신만의 완성품을 '#신꾸챌린지' 등의 해시태그를 달어 다시 업로드하며 유행의 복제와 변주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알고리즘을 타고 확산되는 소셜 미디어의 전파력이 개개인의 파편화된 취향을 주류 패션 트렌드로 빠르게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소비자가 단순히 유행을 수용하는 입장에서 벗어나, SNS라는 플랫폼을 통해 스스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확산시키는 트렌드의 주체로 기능하면서 젤리슈즈와 신꾸 열풍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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