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양날의 검이 된 ‘방시혁 수사’

입력 2026-05-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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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력, 군사력, 민주주의를 비롯하여 대한민국이 일정 수준에 도달한 다양한 영역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건 문화적 역량이다. 영화, 드라마, 음악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세계인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재명 정부도 K팝을 비롯한 K컬처의 글로벌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국격을 극대화하고 경제적 성공도 거두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K팝의 핵심 인물인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가 1년 반 동안 이어지고 있다. 오랜 수사 끝에 경찰이 최근에 검찰에 신청한 구속영장은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두 차례나 반려되었다. 수사의 기간과 경위를 살펴보면, 이제 와서 수사 보완이 가능할지 솔직히 회의적이다.

수사는 엄정해야 하며, 누구도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매체에 보도된 사건 내용과 뒤늦게 수면에 불거진 과정은 다소 의아스럽다. 혐의의 개요는 이렇다. “방 의장이 하이브 상장 과정에서 상장을 안 할 것처럼 기존 투자자들을 오인시켰고, 그로 인해 기존 투자자들은 보유하던 주식을 새로운 투자자에게 팔았는데, 막상 방 의장은 새로운 투자자와 맺은 거래조건으로 인하여 상장 후 커다란 이익을 얻었다.”

그런데, 이러한 혐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방 의장이 리스크를 부담하고 얻은 비즈니스적 기회가 성공으로 귀결된 것을 지나치게 결과론적으로 해석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다. 경찰이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하는 기존 투자자들이 수년간 문제 제기를 한 적이 없다는 것도 어색하다.

법률가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더 큰 문제는 경찰이 적용하려는 자본시장법 제178조가 상당히 불확정적인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조항은 “거래와 관련하여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다양한 부정거래행위에 대응함으로써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적용과정에서 구체적 인과관계들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정교하게 확보되지 않으면 죄형법정주의와 정면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법률가라면 누구라도 걱정할 만하고, 그 점을 지적한 판례도 있다. 이 조항은 일본의 법률을 참고한 것인데 정작 일본에서는 죄형법정주의에 관한 우려 등으로 처벌 사례가 거의 없다고 한다. 사정이 이런 만큼 수사기관이나 금융당국이 생각하는 혐의가 설령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도의적 문제이지 법률적 문제는 아니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수사기관이 결론을 정해 놓고 진행하는 수사는 바람직하지 않다. 검찰이 지금 거의 해체 수준의 치욕을 겪고 있지만, 과거 검찰 내 정치적 그룹이 수사의 결론을 정해 두고 칼을 휘두른 업보 때문에 변변한 의견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검찰의 위기는 경찰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었다. 이제 경찰은 많은 국민들이 정밀한 수사력과 법률적 능력 그리고 인권의식을 우려하는 가운데 그 존재증명을 해야 한다.

국내는 물론 외국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이 사건은 방 의장만이 아니라 경찰에게도 커다란 시험대가 되고 있다. 범죄를 엄단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임무지만, 동시에 인권의 엄격한 보호 또한 수사기관의 중요한 책무다. 토머스 홉스는 국가를 구약성서의 거대한 괴물 ‘리바이어던’에 비유하면서도 그 필요성을 긍정했다. 그런데, 대런 애쓰모글루는 ‘좁은 회랑’이라는 책에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피하기 위해 ‘리바이어던’이 필요하지만, ‘리바이어던’에게 족쇄를 채워 국가가 사회를 과도하게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설파한다. 그리고 이 좁은 회랑을 잘 걸어간 국가들이 결국 발전했다고 통찰한다. ‘좁은 회랑’은 국가 전체가 아닌 권력기관에도 적용될 수 있다. 사회 질서를 지키는 권력기관의 기능이 효과적으로 발휘되어야 나라가 바로 선다. 그러나 권력기관이라는 ‘리바이어던’에게 족쇄를 채우지 않으면, 사회는 위협받고 나라는 휘청거린다. 경찰은 과연 검찰과 달리 스스로에게 족쇄를 채우고 좁은 회랑을 걸어갈 수 있을까? 경찰이 자본시장의 신뢰성, 엄격한 법치주의, 인권의 보호 그리고 문화산업의 발전을 아우르는 현명한 해법을 찾음으로써 K팝 팬은 물론 국민 모두를 납득시킬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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