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_이상미의 예술과 도시] ‘문화가 있는 날’ 정책도약 꾀할 때

입력 2026-05-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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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중심으론 문화격차 못줄여
생활밀착형 복지 체계로 전화하고
지역콘텐츠 연계해 접근턱 낮춰야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가 있는 날 정책은 점진적 변화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기존의 매달 마지막 수요일 중심 운영에서 벗어나 일부 지역과 문화기관을 중심으로 문화주간 확대와 자율 프로그램이 병행되며 시민들의 문화 접근 기회가 다변화되는 흐름이다. 이는 단일 이벤트 중심에서 일상적 문화 향유 기반으로 정책이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정책 효과는 지역과 프로그램별 편차가 존재한다. 일부 영화관, 공연장, 국공립 미술관에서는 할인과 야간 개방으로 이용 활성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전국적 확산 단계로 보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코로나19 이후 위축됐던 공연과 전시 관람 수요가 회복되는 흐름 속에서 문화 소비 활성화와 생활 속 문화 확산 측면에서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된다.

그러나 현재의 제도는 여전히 할인 이벤트 수준에 머무르는 한계도 분명하다. 문화향유 확대라는 본래 취지를 실질적으로 완성하기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제도 설계와 장기적 운영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유럽 주요 국가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한국 문화정책이 보완해야 할 지점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센터와 오르세미술관, 이탈리아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 등 유럽 주요 국공립 미술관들은 매월 특정 요일 무료입장과 야간 개방을 운영하며 시민들의 문화 접근 장벽을 낮추고 있다. 오르세미술관은 매주 목요일 저녁 할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루브르 박물관 역시 정기 야간 개방을 통해 직장인의 퇴근 후 문화생활을 지원한다. 독일 베를린의 미술관들 또한 월 1회 무료 개방과 특별 문화 프로그램을 결합한 시민 참여형 정책을 운영 중이다.

프랑스 문화부가 주관하는 유럽 박물관의 밤은 더욱 상징적이다. 유럽 39개국 3500여 개 문화기관이 참여해 밤부터 자정까지 무료 개방과 공연 및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도시 전체를 거대한 문화 플랫폼으로 전환한다. 이는 문화 향유를 특정 계층의 소비가 아니라 공공 복지이자 시민권의 일부로 바라보는 유럽식 철학을 보여준다. 실제로 유럽의 문화정책은 단순 관람객 확대보다 시민 삶의 질과 공동체 회복에 초점을 둔다. 문화시설 역시 관광 공간이 아닌 시민 일상의 공공 인프라로 인식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문화정책의 방향성이다. 문화는 단순한 여가 산업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공공자산이다. K콘텐츠의 세계적 성공에도 시민의 일상적 문화 접근권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지속가능성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 한국 문화정책은 행사나 이벤트 중심 지원을 넘어 생활밀착형 문화복지 체계로 전환돼야 한다. 특히 주 4일제와 유연근무제 논의가 확산되는 만큼, 시민의 실제 생활시간과 소비 패턴에 맞춘 정책 재설계가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국공립 문화시설의 정기 무료개방 확대와 지역 기반 문화소비 활성화 정책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문화는 단순 소비가 아니라 사회의 창의성과 공동체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공공 투자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반면 한국의 문화가 있는 날은 아직도 할인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다. 영화관 할인이나 일부 공연 티켓 인하만으로는 문화격차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어렵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문화 인프라 격차, 직장인의 이용 시간 제약, 지역 국공립 미술관의 프로그램 편차도 여전히 크다. 일부 지역은 문화시설 자체가 부족하고, 상당수 프로그램이 대형 영화관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지역 예술 생태계와의 연계 효과 역시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문화체육관광부는 국공립 문화시설의 정기 야간 개방을 상설화하고, 단순 할인보다 체험형 프로그램 확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큐레이터 투어, 시민 참여 워크숍, 청소년 연계 프로그램 등이 병행될 때 문화시설 방문은 단순 소비를 넘어 경험으로 확장된다. 동시에 지역 공립미술관과 문화재단의 기획 역량을 강화해 수도권 중심 구조를 완화해야 한다. 나아가 야간 관광과 로컬 콘텐츠 산업을 연계한 문화경제 모델로 발전시킬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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