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원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0%로 전망했다. 중동사태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과 미국발 관세 리스크에도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등 성장 동력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KIEP는 12일 '2026년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업데이트)'에서 올해 세계 경제가 3.0%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제시한 전망치와 같은 수준이다. KIEP가 발표한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9%)보다는 높고, 국제통화기금(IMF·3.1%)보다는 낮다.
올해 세계 경제가 3.0% 성장한다는 전망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 10년(2010~2019년) 세계 평균 성장률(3.7%)보다 낮은 수준으로 세계 경제의 저성장 흐름이 지속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시욱 KIEP 원장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종전 전망과 같은 3.0%를 제시했으며 미국과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직전 전망 시 다소 보수적이었던 시각을 조정해 소폭 상향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원장은 "이 수치들이 결코 중동발 충격에도 세계 경제가 견조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의 실적치가 종전 예상보다 양호했던 측면이 반영된 결과로 향후에 성장 모멘텀과 펀더멘털은 연초 이후 악화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KIEP는 △중동발 에너지 충격 △통상정책 불확실성 확대 △재정 여력 약화와 국채시장 불안을 주요 하방 리스크로 꼽았다.
중동발 에너지 충격의 경우 유가와 가스 가격 상승, 해상 운송비 상승이 생산비와 물류비를 끌어올리고 이는 다시 물가 재상승과 통화 완화 지연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된다는 건 관세의 법적 근거와 환급 문제, 정책의 예측 가능성 저하가 기업 투자를 지연시키고 공급망 재편 비용을 키운다는 의미다. 재정 여력 약화와 국채시장 불안은 국채 발행 확대와 장기금리 상승이 금융 여건을 긴축시키고 신흥국 자본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KIEP는 설명했다.
윤상하 KIEP 국제거시금융실장은 "이 3가지 리스크가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고, 3가지 모두 AI 투자 속도 조절, 위험 자산 회피, 달러 강세와 환율 변동성, 신흥국 취약성 확대라는 공통 증폭 요인을 통해 서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미국은 양호한 성장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유럽과 일본은 저조한 성장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미국은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에너지 비용 부담과 관세 불확실성에도 AI·데이터센터 투자 호조 등에 힘입어 올해 2.0%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종전 전망치 대비 0.4%p 상향 조정한 수치다.
KIEP는 "2025년 성장세가 소비와 투자 중심으로 예상보다 양호했던 가운데 AI 관련 설비 투자가 성장 모멘텀을 뒷받침할 것"이라면서도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실질구매력 약화, 관세의 소비자물가 전이, 이민 감소에 따른 노동 공급 둔화 등은 성장세를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반면 유럽은 에너지 가격 상승과 중국과의 제조업 경쟁 심화 등으로 회복세가 제약되며 올해보다 0.6%p 낮은 0.9%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은 교역 조건 악화와 대외 수요 둔화로 성장세가 제약돼 전년보다 0.5%p 낮은 0.7% 성장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KIEP는 한국 경제가 다른 에너지 수입국과는 차별화된 위치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 원장은 "한국은 에너지 및 핵심 원자재의 대외의존도가 높아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수입 비용 상승 압력에 노출되어 있으나 동시에 글로벌 AI 투자 확대와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급등으로 우리 수출 가격과 교역 조건이 의미 있게 개선되고 있어서 유가 상승이 곧바로 거시 전체의 교역 조건 악화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추진해야 할 정책 과제는 거시총량 지표의 개선 여부보다 반도체 및 AI 관련 수출 호조가 전체 지표를 견인하는 가운데 에너지 비용 부담이 큰 부분이 받는 압박, 즉 산업 간, 부문 간으로 재현되는 비대칭을 자세히 점검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KIEP는 내년 세계경제는 유럽의 완만한 회복과 인도·아세안 성장세 개선에 힘입어 전년보다 소폭 높은 3.1%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선진국의 경우 미국의 성장세가 완만해지는 가운데 유럽은 회복세를 보이고 일본은 저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신흥국의 경우 인도·아세안 중심으로 성장세가 개선되지만, 중국은 소폭 둔화하고 러시아·브라질은 저성장을 지속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