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은 최근 서울 상권이 단순 유동 인구 중심 경쟁에서 벗어나 ‘콘텐츠·체험·문화’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과거에는 입지와 임대료, 브랜드 집적 효과가 상권 경쟁력을 좌우했다면 최근에는 소비자 체류 시간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확산성, 경험 소비 요소가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1일 남신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 리테일 임차자문팀 이사는 “과거에는 ‘어디가 뜬다’는 분위기만으로 브랜드가 모이며 임대료가 오르고 상권이 활성화됐다면 최근에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임대료 수준이라도 콘텐츠와 소비력이 뒷받침되는 상권은 살아남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공실 장기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상권 양극화는 앞으로 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소비자들은 단순 쇼핑보다 브랜드를 체험하고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선호한다”며 “성수는 팝업과 브랜드 콘텐츠, 골목 감성이 결합되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프라인 상권은 판매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플랫폼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본지 자문위원인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도 “상권은 문화와 연동되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며 “패션과 먹거리, 즐길거리 같은 콘텐츠를 얼마나 접목시키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오프라인 쇼핑 자체가 목적이었다면 지금은 대부분 모바일과 온라인으로 소비가 이뤄진다”며 “사람들은 시간과 돈을 경험과 체험, 문화 소비에 쓰기 위해 상권을 찾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성수동이 대표적인 상권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함 랩장은 “애니메이션 팝업이나 패션·아이웨어 브랜드, 레스토랑, SNS에 올릴 만한 공간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젊은 층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며 “체험형 공간이 계속 화제가 되면서 다시 방문을 유도하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본지 자문위원)은 상권 이동 자체가 자연스러운 시장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임대료가 오르고 노후화가 진행되면 기존 상권 점포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근 지역으로 이동하고 새로운 소비층이 유입되며 또 다른 상권이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수도 원래는 공장 밀집 지역이었지만 저렴한 임대료와 새로운 공간이 들어서며 상권이 형성됐다”며 “새로운 가게와 콘텐츠가 들어오면 소비자들은 또 새로운 공간을 찾아 이동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가로수길 침체 역시 이런 상권 이동 흐름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다. 이 연구위원은 “가로수길은 임대료가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세로수길이나 다른 지역으로 상권이 이동한 측면이 있다”며 “결국 상권은 접근성과 콘텐츠, 임대료 수준, 소비 트렌드가 맞물리며 계속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국 소비자들은 오래된 단골 상권보다 새롭고 ‘핫한’ 공간을 찾아가는 경향이 강하다”며 “익선동이나 성수처럼 낡은 공간을 새롭게 해석한 상권들이 주목받는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