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서 쓰는 돈 아니었나"⋯고유가 지원금 사용처 보니 [이슈크래커]

입력 2026-04-27 14:19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고유가 피해지원금 1차 지급을 하루 앞둔 26일 경기 김포의 한 행정복지센터에 지원금 신청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고유가 피해지원금 1차 지급을 하루 앞둔 26일 경기 김포의 한 행정복지센터에 지원금 신청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고유가 피해지원금 1차 신청이 27일, 오늘부터 시작됐는데요. 이름만 보면 당연히 주유소에서 쓰는 돈처럼 보이죠. 그런데 실제로는 평소 가던 큰 주유소에서 결제가 안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이 돈을 어디에 먼저 쓰게 될까요. 주유소가 아니라 동네마트, 전통시장 등에서 냉장고와 장바구니부터 채울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큰 주유소' 빠진 고유가 지원금

▲19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김예연 인턴기자 kimye@)
▲19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김예연 인턴기자 kimye@)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고유가·고환율·고물가로 커진 서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지원 대상은 국민의 70%이며, 지원금액은 1인당 10만~60만원입니다. 지급수단은 지역사랑상품권, 신용·체크카드, 선불카드 가운데 선택할 수 있죠. 1차 신청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한부모가족을 대상으로 27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진행됩니다. 그 외 대상자는 다음 달 18일부터 7월3일까지 신청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사용처인데요. 신용·체크카드나 선불카드로 받은 지원금은 유흥·사행업종 등을 제외한 연매출 30억원 이하 소상공인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받은 경우에는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에서 쓸 수 있죠.

이 기준은 주유소에도 적용됩니다. 연매출 30억원을 넘는 주유소에서는 지원금을 쓸 수 없다는 뜻입니다. 정부는 주유소만 매출 기준 적용에서 예외로 두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실효성 논란도 나옵니다. 21일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실이 17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1만752곳 가운데 지역사랑상품권 가맹 주유소는 4530곳으로, 전체의 42% 수준이었습니다. 전국 주유소 10곳 중 6곳은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으로 좁히면 사용 가능 비율은 11.6%로 더 낮아집니다.

기름값 대신 장바구니로 향하는 돈

▲신용・체크・선불카드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용 업종. (출처=행정안전부 자료 캡처)
▲신용・체크・선불카드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용 업종. (출처=행정안전부 자료 캡처)

지원금 이름은 '고유가’에 맞춰져 있지만, 실제 사용처는 훨씬 넓습니다. 전통시장, 동네마트, 식당, 옷가게, 미용실, 안경점, 학원, 약국, 의원 등 연매출 30억원 이하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데요. 반면 프랜차이즈 직영점, 대형 외국계 매장, 교통·통신요금 자동이체 등에는 쓸 수 없습니다. 쇼핑몰이나 배달앱 등 온라인전자상거래에서도 사용이 제한됩니다.

이렇다 보니 소비자는 주유소보다 동네 생활권에서 먼저 지원금을 쓸 가능성이 큽니다. 기름값은 기존 카드나 현금으로 내고, 지원금으로는 쌀, 달걀, 우유, 반찬거리, 생필품을 사는 식이죠.

전문가들은 이런 부분에서 지원금의 성격을 다르게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고유가가 주유비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운송비, 식료품 가격, 외식비까지 밀어 올리는 만큼, 지원금이 장보기 비용으로 쓰이는 것도 생활비 부담 완화라는 정책 목표와 맞닿아 있다는 설명입니다.

사용기한도 정해져 있습니다. 1·2차 지원금은 모두 8월31일까지 사용해야 하며, 기간 안에 쓰지 않은 잔액은 환수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장기간 묵혀두기보다 일상 지출에 먼저 쓰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죠.

방향성은 지역상권, 한계는 사용 편의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이 시작된 27일 서울 강서구 남부골목시장에 고유가 지원금 사용가능매장 스티커가 붙어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이 시작된 27일 서울 강서구 남부골목시장에 고유가 지원금 사용가능매장 스티커가 붙어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정부가 사용처를 제한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지원금이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몰 등 매출이 큰 사업장으로 몰리지 않도록 하고, 지역 소상공인 매장으로 소비를 유도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이점도 있습니다. 지원금을 주유소에서 한 번에 쓰는 대신 동네마트, 전통시장, 음식점, 약국 등으로 소비가 나뉘면 지역상권에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소비자도 주유비뿐 아니라 식비와 의료비 등 더 급한 지출에 맞춰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죠.

하지만 한계도 뚜렷합니다. 고유가 피해지원금이라는 이름은 소비자에게 주유비 지원을 먼저 떠올리게 합니다. 그런데 정작 큰 주유소 상당수에서는 결제가 막힐 수 있습니다. 특히 장거리 출퇴근자나 차량 운행이 많은 자영업자는 체감 효과가 떨어진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주유소 업종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주유소 매출에는 유류세와 원가 비중이 크기 때문에 단순히 연매출 30억원 기준만으로 영세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반면 정부는 연매출 30억원을 넘는 주유소까지 일괄적으로 사용처에 포함하면, 상대적으로 입지 여건이 불리한 영세 주유소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봅니다. 또 지원금 사용이 주유소에 집중돼 지역 골목상권 전반을 지원하려는 정책 취지가 약해질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결국 관건은 소비자가 실제로 얼마나 쉽게 쓸 수 있느냐입니다. 정부는 민간 지도 앱 등을 통해 사용처 확인 서비스를 운영할 계획입니다. 지원금을 쓸 수 있는 매장을 손쉽게 찾을 수 있어야 정책 효과도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주유소 영수증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장보기와 약값, 외식비 등 생활비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으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름은 기름값에서 출발했지만, 과거 지원금처럼 실제 사용처는 생활 전반으로 넓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하루 멈췄는데 파운드리 58% 급감…삼성전자, 총파업 장기화땐 공급대란
  •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본격화⋯소상공인업계 ‘촉각’
  • 직장인 10명 중 3명 "노동절에 쉬면 무급" [데이터클립]
  • 고유가 지원금 신청 개시⋯금융권, 앱·AI 탭 활용해 '비대면' 정조준
  • "적자 늪이지만 고통 분담"⋯車 5부제 동참하면 보험료 2% 깎아준다 [종합]
  • 수십조 손실보다 무서운 ‘신뢰 붕괴’ ⋯K-반도체 공급망, 내부적 자해 [치킨게임 성과급 분배]
  • 방산 지형도 흔드는 수싸움⋯한화ㆍ풍산, 탄약 빅딜 '시너지 계산법'
  • 강남은 '현금'·외곽은 '영끌'…대출 규제에 매수 흐름 갈렸다
  • 오늘의 상승종목

  • 04.27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15,482,000
    • -0.64%
    • 이더리움
    • 3,442,000
    • -0.92%
    • 비트코인 캐시
    • 663,500
    • -1.7%
    • 리플
    • 2,105
    • -0.94%
    • 솔라나
    • 126,800
    • -1.63%
    • 에이다
    • 367
    • -1.87%
    • 트론
    • 482
    • +0.21%
    • 스텔라루멘
    • 251
    • -1.18%
    • 비트코인에스브이
    • 23,200
    • -1.99%
    • 체인링크
    • 13,840
    • -1.28%
    • 샌드박스
    • 116
    • -3.33%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