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 이용객 선택권 크게 제한

국내 공항 간 격차는 뚜렷하다. 일부 공항은 활용률이 90%를 넘지만 상당수 지방공항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슬롯과 국제선 운항 범위도 공항마다 크게 벌어져 있다. 하나의 공항망 안에서 과밀과 저활용이 동시에 나타나는 구조다. 이는 수요자의 선택권 문제로도 연결된다.
27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연간 처리능력 대비 활용률은 제주국제공항 91.4%, 인천국제공항 70%, 김해국제공항 68.3%, 김포국제공항 51%를 기록했다. 반면 대구국제공항은 21.2%, 청주국제공항은 16.6%에 그쳤다. 광주·울산·사천·양양 등 상당수 공항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주요 거점 공항과 그 외 공항의 사정이 수치로 반영된 것이다. 제주공항의 활용률은 국내 대표 관광지란 특성이 끌어올린 측면이 크다.
항공편 운항 여력을 보여주는 슬롯에서도 격차는 분명하다. 슬롯은 항공기가 일정 시간 안에 이착륙할 수 있는 운항 가능 횟수를 의미한다. 인천국제공항은 시간당 70회 수준으로 가장 높다. 김포국제공항은 시간당 41회, 제주국제공항은 35회, 김해국제공항은 평일 기준 18~27회 수준으로 항공편이 집중된다.
하지만 청주국제공항은 평일 7~8회, 대구국제공항은 5~8회 수준이다. 청주공항은 최근 국제선 여객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나 전체 처리능력 대비 활용률과 슬롯만 놓고 보면 아직 본래의 역량을 다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편차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인천공항 허브화 전략이 꼽힌다. 2001년 인천국제공항 개항 이후 국제선 기능은 인천공항으로 집중됐고 김포공항을 비롯한 다른 공항은 국내선과 근거리 국제선 중심으로 재편됐다. 장거리·환승 수요를 인천공항에 모아 허브 경쟁력을 키우는 대신 나머지 공항은 제한된 범위에서 국제선 기능을 맡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인천공항과 가장 가까운 김포공항은 이런 역할 분담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김포공항은 인천공항 허브화 정책에 따라 국제선 운항 범위가 2000㎞ 이내 단거리 노선 중심으로 국내선과 근거리 국제선 중심으로 역할을 나누는 방향으로 공항 체계를 운영해 왔다.
실제 김포공항은 인천공항 개항 뒤 국제선 기능이 인천으로 이전됐고 국토교통부의 김포공항 국제선 전세편 운영규정에도 인천공항 허브화 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인천공항 정기편과의 노선 경쟁을 줄이도록 했다.
영남권 최대 거점공항인 김해국제공항도 장거리 노선 확대 요구가 이어져 왔다. 하지만 인천공항 중심 국제선 구조 속에서 현실화에 제약이 따랐다. 최근 '한-UAE 항공협상'에서 지방공항 전용 운수권 주 4회가 신설되면서 부산~두바이 직항 논의가 본격화했지만 실제 노선 개설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인천공항 환승 내항기 중심의 기존 연결 구조가 유지되고 있고 외항사 역시 수요와 수익성을 확인해야 하는 만큼, 장거리 직항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 개항 이후 공항별 역할이 허브공항과 국내선·근거리 국제선 중심 공항으로 나뉘었다”며 “인천공항 허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정책적 판단이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지역별 수요와 이용 패턴이 달라진 만큼 기존 운항 구조를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러한 노선 구조의 차이는 곧 이용객 선택권의 차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항공편이 자주 뜨는 공항은 출발 시간과 목적지 선택 폭이 넓지만 운항편이 적은 공항은 이용 가능한 노선 자체가 제한된다. 국제공항 간판을 달고 있어도 정기 국제선이 부족하거나 장거리 노선이 없으면 이용객 입장에서는 실제 편의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선택지가 좁은 지역의 장거리 수요는 결국 인천공항 경유편으로 옮겨간다. 환승전용 내항기는 지방공항 승객이 인천공항을 거쳐 국제선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연결편이다. 지역민 입장에서는 장거리 노선을 이용할 수 있는 통로가 되지만 지방공항으로서는 자체 직항 노선으로 쌓일 수요가 인천공항으로 빠져나가는 구조가 되기도 한다.
노선 선택지가 제한된 지역에서는 공항 접근성도 이용 판단에 영향을 준다. 공항과 시내, 관광지, 철도역을 잇는 교통망이 부족하면 이용객은 가까운 지방공항보다 항공편이 많은 인천국제공항이나 김포국제공항을 선택하기 쉽다. 항공사 역시 탑승 수요가 확인되는 수도권·거점공항 노선에 기재를 우선 배치하는 경향이 있다.
김광일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공항별 활용률과 슬롯 차이는 단순히 시설을 얼마나 쓰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용자가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노선과 시간대의 차이로 이어진다”며 “지방공항의 경쟁력을 보려면 현재 운항 편수뿐 아니라 배후 수요, 접근 교통, 항공사 운항 전략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