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확진자 수십만 명에 달했던 2022년 어느 날 필자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휴대전화로 비대면진료 예약과 상담·진료, 약국으로 전송된 처방전으로 약을 받아 1주일간 격리 생활을 했다. 몸이 아픈 것은 차치하고 혹여 가족이나 주변 사람에 피해를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비대면진료 허용이 감사하기까지 했다.
이유는 분명하다. 편리성, 효용성, 의료(의약품)접근성 등 때문이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개발 기업이 늘고 헬스케어 산업의 한 영역으로 자리잡았다. 과거에도 IT 강국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원격의료 도입과 산업 활성화 논의가 있었으나, 의료라는 특성상 규제의 틀에 갇혀있어야 했다. 이후 코로나19를 경험한 우리 사회는 비대면진료 허용이란 사회적 합의에 동의했다. 약 6년 동안 정치권과 정부, 의료계와 산업계가 머리를 맞댄 결과다.
하지만 법적 근거 마련에도 의료 및 산업 현장의 표정은 어둡다. 최근 열린 정부와 의료계, 산업계가 만나 논의한 비대면진료 하위법령(시행령·고시)을 두고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서다.
보건복지부가 가닥을 잡고 있는 하위법령의 얼개는 의료혁신, 환자편익 증진과는 거리가 멀다. 그간의 논의를 보면 복지부는 ‘대면 진료 원칙 유지’, ‘재진 환자 중심’, ‘의원급 중심’, ‘비대면 전담 병원 금지’, ‘예외 제외한 처방약 배송 금지’, ‘플랫폼 신고 및 인증제’ 등 제한적인 제도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안 통과라는 산을 넘었지만 하위법령이라는 더 촘촘한 ‘규제의 덫’이 비대면진료 활성화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일례로 재진 환자 중심에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초진 환자에게조차 처방 일수를 7일로 묶고, 탈모치료제 등 비급여 의약품 처방도 제한하는 안이 거론된다. 복지부가 내세운 명분은 ‘의료 안정성’과 ‘의약품 오남용’ 방지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시범사업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는 정부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비대면진료 이용 환자의 만족도는 97.1%에 달한다. 만족 이유는 ‘시간 절약 효과(95.7%)’, ‘의료접근성 개선(94.5%)’, ‘대면진료 지연이나 포기 문제 해결’(93.5%), ‘병원·약국 정보 접근 용이성(91.8%)’ 등이었다.
비대면진료를 이용하는 대다수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 아이를 키우는 부모, 업무 중 병원 방문이 어려운 직장인들이다. 이들에게 ‘처방 제한’은 결국 대면 진료를 강요하는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일 뿐이다.
만성질환이나 탈모, 피부 질환처럼 반복적인 관리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장기 처방을 막는 것은 비대면진료의 본질적인 효용성을 뿌리째 흔드는 일이다. 산업계가 “이용 환자의 대거 이탈이 우려된다”라며 비대면진료 산업을 죽이는 것이라고 반발하는 이유다.
특히 정부는 민간 플랫폼의 역할을 ‘단순 중개’로 묶어두고 공적 인프라를 통해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한다. 혁신 기술로 의료 접근성을 높여온 민간의 공로를 인정하기는커녕 규제 대상으로만 취급하는 시선과 태도에 업계는 망연자실해하고 있다. 정책 설계에서 플랫폼이 소외되는 탁상행정으론 산업 활성화가 산업 죽이기가 될 수밖에 없다.
반면 글로벌 시장은 우리보다 더 멀리 앞서 간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초진 허용을 넘어 의약품 배송까지 도입하며 제도를 확대 중이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의료시스템의 디지털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의 비대면진료가 ‘안전’이라는 낡은 프레임에 갇혀 하위법령에 발목이 잡힌 사이, 국내 기업들은 문을 닫거나 한국을 떠나 해외로 향한다.
안전을 지키고 오남용 막는 규제는 필요하지만 과도한 규제가 혁신의 싹을 자르고 국민의 편익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안전’을 핑계로 한 불편함이 아니라 ‘기술’이 가져다줄 일상의 혁신이다.



